[CEO] 덩치 키우기보다 수익성 강화에 무게
[CEO] 덩치 키우기보다 수익성 강화에 무게
6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D홀. 신한은행 지점장급 이상 간부와 그들의 부인 1000여 명이 모였다. 영업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지점장들을 묵묵히 내조하는 배우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기 살리기 행사였다. 서진원(60)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신한은행 임원이 총출동했다.
오전 11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재미 예찬론자’이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란 책의 저자로 유명한 김정운 명지대 교수가 나와 배우자의 소중함에 대한 내용의 강연을 했다. 또 신승훈, JK김동욱, 테이, 김수연 등 인기 가수와 성악가의 공연이 이어졌다. 시력을 상실한 연예인 이동우씨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노래와 이야기를 전해 감동을 줬다.
이 행사는 2000년대 초 두어 번 열렸다가 중단됐다. 지난해 재개됐고 올해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다. 서진원 행장으로선 취임 이후 직원들과 가진 가장 큰 행사였다. 특히 지난해 내분을 겪은 신한은행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여유를 찾았다는 걸 안팎에 알리는 의미도 있었다.
서 행장은 직원 배우자들에게 “여러분의 아낌없는 내조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행사를 마련했다”며 “우리 임원·부서장을 꽉 잡고 계신 여러분께 남편을 잘 봐주시기 바란다는 부탁을 드리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분위기를 돋웠다.
서 행장은 취임 후 직원과 소통에 힘을 쏟았다. ‘고객 중심, 강한 현장’을 강조한 그는 전국을 돌며 개인·기업 고객을 만났다. 3월에는 본부 실무직원 250여 명과 술잔을 기울이며 은행 시절의 경험담은 물론 개인사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2월에는 ‘광장 2.0’이라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들어 직원의 아이디어를 받고 현안도 토론하고 있다. 제안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넘게 늘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마감 제도 개선 등도 이뤄졌다. 6월 21일 오후 신한은행 본점에서 그를 만났다.
어려울 때 행장을 맡았다.“갑작스레 맡아 어깨가 무거웠다. 부담이 컸지만 신한은행은 워낙 저력이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빨리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직원들이 흔들림 없이 더 열심히 일하더라. 조직 안정이라는 큰 숙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었던 데도 직원의 도움이 매우 컸다. 신한생명 CEO를 경험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어려운 가운데 1분기 6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위기가 기회라고 직원들이 똘똘 뭉친 덕에 6471억원의 순익을 낼 수 있었다. 지난해 4분기보다 192% 증가했다. 순이자마진도 2.28%로 0.08%포인트 올랐다. 올해에는 국내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우량자산 중심의 영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총자산 성장목표를 경제성장률 수준인 5%로 설정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좀 더 많이 내려고 한다.”
서 행장은 조직통합을 이끌 구원투수로 1월 취임했다. 1983년 은행에 들어온 뒤 인사부장, 개인고객본부 영업추진본부장,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과 신한생명 사장을 지내 은행과 비은행 업무를 두루 거쳤다. 영업력과 기획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특히 2006년 신한지주 전략·기획담당 부사장 시절 LG카드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신한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엔 당시 9위였던 신한생명의 시장점유율(신계약 월초 보험료 기준)을 4위로 끌어올렸다. 치밀하고 꼼꼼해 실수가 없기로 유명하다. 전략가답게 ‘큰 숲을 보고, 큰 경영’을 한다는 평을 듣는다.
1등 은행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올해에는 자산관리와 우량자산, 퇴직연금 등 3대 시장에서 확고한 1등 지위를 확보하겠다. 특히 여성과 대학생 등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겠다.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금융 관련 미래산업 지원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금융권에서 M&A(인수합병)를 통한 대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어떤가.“신한은행의 올해 전략목표는 ‘차별적 성장, 차별적 역량’이다. 국내 1등 은행의 위상을 다져야 하는 중요한 해로 대형화보다 수익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현재 조흥은행·LG카드 인수와 관련한 상환우선주 3조7500억원을 내년 1월까지 처리하면 차입금을 포함한 총부채가 6조5000억원 남아 재무적으로도 다른 은행 인수에 뛰어들기 어렵다. 다만 대형화는 언제나 고민해야 할 문제다. 건전성, 손익 등이 담보돼야 하겠지만 말이다.”
건설업계가 어려운데 이들과 거래하는 신한은행도 고민이겠다.“기업과 상생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치료해주고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의사의 역할이다. 기업과 금융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환자 상황에 따라 병원 처방이 다르지 않겠나. 여러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특정 기업을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같이 걸어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외진출 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나.“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해외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현재 3%인 해외수익 비중을 2015년까지 10% 이상으로 높일 것이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쪽에 집중할 계획이다. 경제성장률이 매년 6~7%에 이르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관심이 많다. M&A, 법인 설립, 지분 참여 등을 통해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 베트남, 중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시아 금융벨트를 완성할 것이다.”
서 행장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쓸 만큼 바쁘게 지낸다. 취임 이후 거의 쉬지 않았지만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 직원들이 놀랄 정도다.
그는 “지식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라는 지론에 맞게 건강관리를 해오고 있다. 30년 가까이 새벽에 한 시간씩 운동한다. 주말에는 골프와 등산으로 체력을 다진다. 그는 “등산은 한 걸음 한 걸음 힘든 발걸음이 모아져야 비로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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