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 직장 이모작] 관리직은 소통·수치력 보여줘야
[Career : 직장 이모작] 관리직은 소통·수치력 보여줘야
4. 제너럴리스트의 한계 5. 경력기술서 작성·면접 요령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다양한 관점에서 구분할 수 있다.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 영역을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유의미한 구분만 보도록 하겠다.
직무로 보면 조직 및 대인업무를 많이 하는 쪽을 제너럴리스트, 상대적으로 기술이나 제품 등 사물에 더 천착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쪽을 스페셜리스트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관리자를 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른다. 영업, 생산 등 각 직능의 관리자, 경영관리 스태프가 제너럴리스트로 분류된다. 이번 회에서는 제너럴리스트의 재취업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 사례 1. 재무에서 인사 및 경영관리 임원으로A는 국내 금융회사에서 오랫동안 재무 및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해외 법인에서 M&A(인수합병) 업무를 수행하다가 중견기업의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임원으로 기획·인사·재무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자녀 교육 문제로 과감하게 사표를 제출하고 캐나다 이민을 갔다. 2년 뒤에 다시 일자리를 찾게 됐다. 한국 내 자리를 알아보다가 중견기업의 경영관리 임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A가 제너럴리스트로 재취업에 성공한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그가 오랫동안 재무 및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업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점이 높이 평가됐다. 또 이미 중견기업의 경영관리 임원으로 업무를 잘 수행한 이력이 경영자에게 신뢰를 줬다.
# 사례 2. 엔지니어에서 다시 생산본부장으로B는 국내 전자 제조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5년간 근무하다가 기술 구매 담당자로 직무를 변경했다. 기술 구매 및 혁신 프로젝트를 담당하다가 전사 경영혁신 업무를 책임지게 됐다. SCM(공급망관리) 프로젝트를 비롯한 여러 혁신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실상 명예 퇴직했다. 그는 약 9개월 정도의 구직활동을 통해 중견반도체 제조기업의 생산본부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B는 엔지니어 및 구매 업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다. 그러나 그의 핵심 역량은 전사 프로세스 혁신이다. 제조기업에서 혁신은 SCM이 매우 중요하다. 그를 생산본부장으로 채용한 중견기업은 전사적인 관점에서 혁신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생산본부장 업무를 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가 SCM 혁신을 추진하면서 물류 흐름과 병행하는 가치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게 됐으며, 비록 생산관리 업무를 수행하지는 않았어도 생산 전반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사례 3. 회계 담당자에서 경영관리팀장으로C는 그룹 계열사의 중견기업에서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하다가 관리회계 업무를 수행하면서 기획팀으로 배치됐다. 관리회계 업무를 수행하면서 투자, 성과 평가, 조직 관리 등에 관여하면서 제너럴한 업무를 수행했다. 공부에 대한 미련으로 과감히 사표를 쓰고 난 뒤 국내 경영전문대학원을 마쳤다. 이후 5개월가량 구직활동을 벌여 벤처기업의 경영관리팀장 자리에 재취업했다. C의 경우는 경영관리 스태프의 전형적인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보여준다. 중견 또는 중소기업 경영관리 스태프의 직무상 강점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 연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는 회계 담당자로서 경영 흐름의 수치적 이해를 바탕으로 전사 기획 업무를 통해 경영자 마인드와 경영 통찰력을 배우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벤처기업으로 도전했다.
회사마다 조직 구성은 다르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은 경영관리 부문에 인사, 회계, 총무 또는 기획까지 포함된 경우가 많다. 경영관리 부문에 회계 부서가 포함돼 있으면 보통 회계 출신의 제너럴리스트를 임명한다. 회계 부서가 포함되지 않으면 인사 또는 기획 전문가를 임명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앞의 사례에서 A, B, C는 모두 장단기의 경력 중단을 겪고서도 쉽지 않은 재취업에 성공했다. 제너럴리스트인 경우에는 최신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편으로 그 역량의 보존(?)과 적용이 어렵지 않다. 헤드헌팅 사례를 보면, 채용 결정권자는 2년 이내의 경력 중단보다는 수행 경력과 연륜에서 나오는 통찰력과 변화대응 능력을 높이 산다.
회사의 비전 공유는 기본이제 기업이 어떤 제너럴리스트를 원하는지, 제너럴리스트에게서 어떤 일을 기대하는지 살펴보자. 기업에서 제너럴리스트에게 원하는 것은 일종의 경영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이다. CEO와 채용 결정권자에게 경영관리 책임자로서의 사람(조직관리, 커뮤니케이션)과 가치의 흐름(수치적 이해)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경영이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고 한다면, 제너럴리스트는 바로 그 효율적 배분의 전략과 실행에 있어 경영자를 또다시 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흐름과 가치에 대한 흐름에 대해 모두 경험을 갖고 있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가치에 대한 흐름은 반드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직접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용인(用人)을 통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영자의 스태프로서 경영자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경영자 마인드는 회사 전체의 미래 그 자체다. 단순히 임원으로서가 아니라 경영자로서 회사 전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CEO에 대한 충성심과 별개로 회사 자체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역량과 태도를 보여줄 때 인사나 회계를 담당하지 않았어도 인사 또는 회계를 포함한 경영관리 전반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를 얘기할 때 ‘T자형 인재’를 빼놓을 수 없다. T자형 인재는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확보한 동시에 대인적인 조직관리 업무를 수행한 인재를 가리킨다. T자형 인재는 기술인재를 중심으로 논의됐는데, 직무 경험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술인재가 아닌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문성과 다양성으로 표현되는 T자형 인재에 대한 요구는 역량 습득과정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견사원 이상의 핵심인재 또는 임원급의 인재상이며, 40~50대 직장인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요구된다. 기업이 T자형 인재를 선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는 전문성에서 비롯되는 통찰력과 다양성에 바탕을 둔 변화관리, 대응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의 변화무쌍함은 일종의 경영트렌드를 이루기도 한다. 기술형 인재, 분석적·실무적 인재를 선호하던 기업은 수년 전부터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창의적 인재, 종합적 인재, 문제 해결형 인재를 더 원하게 됐다. 40~50대에게 실무를 요구하는 기업은 40~50대의 현재 시간만 이용하는 셈이다. 40~50대에게는 일종의 경영자문으로서의 역할을 요구함으로써 이들의 경험과 통찰력을 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40~50대의 전 인생, 전 인격적인 활용이다.
채용과정에서 인터뷰는 기껏해야 한두 시간 이내다. 그 짧은 시간 속에 자신의 인생과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해야만 한다. 다음 회에서는 재취업 과정에서 나 자신을 채용 결정권자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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