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Forbes Excellence Award] 지식경영 오재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2011 Forbes Excellence Award] 지식경영 오재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옛날부터 제주도를 삼다도라 불렀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수년 전부터 삼다도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가 하나 생겼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생수 브랜드 중 하나인 ‘삼다수’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곳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제주도청에서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처음에는 다른 지역 개발공사와 비슷한 사업을 벌였다. 부동산과 지역개발이다. 하지만 청정지역 제주에 걸맞은 특산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이 찾은 아이템이 바로 생수다.
신혼여행이나 여름휴가를 제주에서 보냈거나 최근 유명해진 올레길을 걸어본 외지인들은 그곳의 물과 공기가 얼마나 깨끗한지 잘 안다. 생수 시장이 한창 성장할 무렵 등장한 삼다수가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 데는 오랫동안 쌓아온 깨끗한 제주의 이미지가 있다.
지난 1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를 이끌고 있는 오재윤 사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삼다수 브랜드를 더욱 키우는 것이다. 이는 제주의 이미지를 높이고 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직원들과 매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오 사장은 공사의 경직된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지식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원들 평균 연령대는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공사를 통틀어 가장 젊습니다. 이들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인재개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거죠.”
오 사장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성과 중심의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대 포상금 2000만원을 걸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틈틈이 일반 기업과 공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업무효율도 높이는 중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기업을 직접 탐방 조사하는 활동은 1년 내내 계속된다.
그는 직원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즐긴다.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다. 오 사장이 가장 고민하던 삼다수 수출 물꼬도 직원과의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시작됐다.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에 삼다수를 지원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인도적 차원에서 무상 원조하기로 했지요. 동시에 제주 생수가 얼마나 맛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일본에 보내진 삼다수는 모두 500t.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는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다. 삼다수를 배급했던 일본 기업이 사업 파트너가 되자며 찾아온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삼다수의 수출량은 1700t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일본에 수출된 양만 1만5000t에 달한다. 연말까지 예상 수출량은 2만7000t이다.
일본 수출 물량이 갑작스럽게 늘자 서울의 이마트에서 삼다수 찾기가 어렵다는 불평이 쏟아졌을 정도다. 공사 관계자는 “하루 취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주문이 늘었다고 생산량을 늘릴 수 없어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 사장은 지금이 해외 진출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후생성 인증을 통과했고,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바이어가 찾아와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돌아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미리 받아놨음은 물론이다.
중국과 동남아에 삼다수를 수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도 세우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과 대구 육상대회 같은 주요 국제행사에 삼다수를 공급하는 마케팅도 준비 중이다. 그는 선진국 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에비앙 본사를 방문해 시스템을 공부하고 오기도 했다. 오 사장은 에비앙보다 삼다수가 훨씬 좋은 물이라고 말한다.
“제주 현무암 사이에 스며든 물은 18년간 걸러지고 정제되며 지하 420m에 고입니다. 알프스의 눈이 녹아 생긴 물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미네랄이 들어 있지요.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웃을지 몰라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세계 시장에서 삼다수가 에비앙보다 인정받는 날이 올 것입니다.”
지난해 에비앙은 모두 150만t을 생산했다. 이 중 프랑스 내수시장에서 60만t, 수출은 90만t을 기록했다. 삼다수의 지난해 생산량은 약 60만t. 대부분 내수시장에서 소비됐다. 수출만 늘린다면 프랑스 에비앙을 넘어서는 생수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오 사장의 생각이다.
일각에서 과도한 지하수 채취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개발공사 측은 지하수 양을 철저히 점검하며 취수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직원의 설명이다.
“삼다수의 인기가 높아서 나오는 우려입니다. 삼다수 생산량은 제주에 위치한 특급호텔 한 곳의 물 사용량보다 오히려 적은 편입니다. 수출을 위해 생산을 늘려야 할 경우 어느 곳에서 취수할지도 이미 조사를 마친 상태입니다. 제주도민을 위해 만들어진 공사가 돈 때문에 과도한 사업을 벌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오 사장이 지난 반년간 가장 고생한 일은 생산과 수출 분야가 아니라 제주도 내 유통망을 정비하는 사업이었다. 지금까지 삼다수를 유통한 제주 내 기업은 모두 두 곳이었다. 공사 측은 더 많은 도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유통망을 5곳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기존 유통사의 반발이 심했다. 오 사장은 “삼다수는 제주도의 공공재”라며 “특정 사업가에게만 혜택이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가 전국 유통망을 놓고 배급 기업과 협상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에 네트워크가 있는 대기업과 손잡고 일하면 사업은 편하다. 하지만 제주도민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그만큼 적어진다. 대기업과 제주도 기반 기업이 함께 유통과 공급 사업을 벌일 때 제주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게 오 사장의 입장이다. 그는 “모든 이해관계를 벗어나 오로지 공공의 이익만 생각하고 일한다”고 강조했다.
삼다수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도 진행 중이다. 삼다수로 만드는 제주도 특산 맥주다. 이미 독일의 유명 맥주 기술자를 섭외했고 생산은 국내 맥주 기업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제주도에서만 마실 수 있는 진짜 맛있는 맥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 사장이 지금까지 한 일을 보면 올 1월 취임한 사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수출처 확대, 유통라인 정비, 신상품 개발을 모두 반년 만에 진행한 것이다. 그는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임직원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그대로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제주도에선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주 최대 기업인 개발공사에는 제주의 인재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세계에서 삼다수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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