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미소금융재단 : 새터민 아줌마 ‘손두부’를 희망으로 만들다
현대차미소금융재단 : 새터민 아줌마 ‘손두부’를 희망으로 만들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7월 7일 오전 11시 경기도 군포시 산본시장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긴 골목 사이로 가게들이 빼곡하다. 그중 흰 바탕에 빨간 글씨 간판이 눈에 띈다. 지난 5월 문을 연 ‘콩사랑’ 점포다. 가게 앞에는 엿기름, 도라지, 더덕 등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한편엔 포장 두부가 쌓여 있다.
두부를 구경하자 하얀 모자에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주인이 나온다. 화장하지 않은 민얼굴인데 곱다. 수줍은 듯 인사하는 그는 2003년 말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박소연(49)씨다. 딱히 앉을 곳이 없어 서성이자 큰 솥 세 개가 나란히 걸린 부뚜막을 조심스레 가리킨다. 부뚜막에 앉자 갓 불을 땐 듯 뜨끈뜨끈하다.
그녀는 새벽 5시에 나와 두부를 만든다. 산본시장 안에서 제일 먼저 불이 켜지는 집이다. 박씨가 두부 한 모를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내줬다. 양념간장에 찍어 맛봤다. 평소 먹던 두부보다 살짝 단단하지만 고소하면서 담백하다. “맛있다”고 하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두부 만들 때면 어머니 생각이…하루 평균 150모를 만든다. 한 모에 2000원. 재래시장 두부치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저녁 6시 무렵이면 두부를 놓은 선반은 텅텅 빈다. 점포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단골손님이 여럿 생겼다. 날이 선선해지는 9월엔 두부 판매량을 더 늘릴 계획이다.
박씨에게 두부는 특별하다. 함경북도 새별군에 살았던 그녀는 어머니에게 두부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어머니와 두부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서도 두부 가게에서 일했다.
처음 그녀가 두만강을 넘은 것은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보초를 선 군인에게 돈을 얼마 주고서야 강을 넘을 수 있었다. 그때 그녀는 중국의 잘사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처음엔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다음엔 2년 넘게 중국에 있었다. 새벽 5시 문을 열고 청소부터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설거지 등 궂은 일을 도맡았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가게 주인도 그녀를 보호해줬다.
“멀리서 경찰차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잠잘 때도 머리맡에 신발을 놔뒀죠. 언제든 도망갈 채비를 했던 거지요. 일 년에 두세 번은 두만강을 넘어 가족을 보고 오기도 했어요. 중국에서 번 돈도 가져다주고요. 가끔 쌀이랑 고춧가루를 머리에 이고 갔습니다.”
2년 후 북한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만큼 벌었으면 사는 데 충분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중국 돈이 북한에선 100배로 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잡히면 감옥에 가야 한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갔더니 예상치 못했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새 부인을 맞아 살고 있었던 것.
“글쎄 제가 번 돈으로 이불장이며 TV도 장만했더라고요. 어떻게 번 돈인데…. 기가 막힌 것은 그 여자가 제 옷까지 입고 있더군요.”
박씨는 그때 생각에 눈이 빨개진다. 이윽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는 2003년 8월 북한을 떠났다. 아버지에게 배신감을 느낀 아들과 딸도 따라 나섰다. 이번에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자녀들과 함께 있다가는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새 희망을 찾아 힘들게 한국에 왔다. 정부에서는 살 집과 생활비를 지원했지만 두 자녀를 데리고 살기엔 턱없었다.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만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노점상뿐이었다. 경기도 군포시청에서 노점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도움을 요청했다. 허가를 받고 시장 안에 자리 한켠을 마련했다. 새벽마다 서울 경동시장에 가 나물이며 채소를 사다가 팔았다. 집에서 만든 엿기름도 팔았다.
문제는 주변 상인들의 텃세였다. 간첩이 와서 물건을 판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수시로 그를 찾아와 장사를 방해했다. 그럴수록 박씨는 돈을 벌어 보란 듯이 성공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올 초 드디어 정식 가게를 구하고 가계약금을 냈다. 가게 운영이나 계약이 처음인 박씨는 팔 물건부터 사들였다. 당장 계약금이 부족했다. 그러다 새터민 대상 소식지에서 북한 이탈 주민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현대차미소금융재단 프로그램을 접했다. 금리가 2%에 불과했다.
박씨는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을 알게 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들려준다.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은 대출뿐 아니라 창업 경험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에게 ‘고기 잡는 법’까지 가르쳐준다. 이 일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미소학습원에서 무료로 진행한다.
성공해 많은 새터민 고용하는 게 꿈박씨 역시 이곳에서 80시간 교육을 받았다. 사업종목 선정, 재무·법률 관련 지식 등 실질적 이론교육과 현장실습을 했다. 그녀는 처음엔 가게 문을 닫고 서울까지 교육 받으러 다니는 게 부담스러웠다. 첫 수업을 받은 후 생각이 달라졌다. 한국 사정이 낯선 그녀에겐 꼭 필요한 현장 위주의 강의였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자신이 잘 아는 것을 하라”는 강사의 얘기를 듣고 박씨는 손두부를 팔기로 마음먹었다. 그 전까지는 노점에서 팔던 것처럼 나물과 채소를 팔 계획이었다. 행운은 이어졌다. 그녀가 1년에 네 차례씩 자영업자를 선정해 꿈을 이뤄주는 ‘드림실현 프로젝트’에 세 번째로 뽑혔다.
드림실현 프로젝트는 미소학습원에서 교육 받은 수강생 중 대상자를 선정해 점포 리모델링부터 마케팅, 상권분석, 홍보에 이르는 사업 전반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개점 이후에도 6개월간 관리해준다.
그녀가 뽑힌 데는 손두부가 주효했다. 북한에서 어머니께 배운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손두부가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 것. 무엇보다 제대로 장사를 해보고 싶어 하는 그녀의 의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때부터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디자인팀이 나섰다. 그들은 북한식 전통 손두부를 강조하는 컨셉트로 정했다. 흰 간판에 빨간 글씨도 일부러 북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하얀색 유니폼과 빨간색 앞치마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이름은 박씨와 현대카드·캐피탈과 의논해 ‘콩사랑’으로 지었다.
그녀는 그중에서도 가스시설 설치에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가마솥 불을 때려면 반드시 가스시설이 필요한데 구청에선 위험하다며 차일피일 시설 허가를 미뤘다. 현대카드·캐피탈 직원이 직접 나서 설득한 후에야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가게 안에는 액자 하나가 걸려 있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는 앞으로 꿈이 있다. “열심히 돈을 벌어 더 큰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요. 그러면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겠지요. 남한에서 취직하기 힘든 새터민 식구들을 많이 고용하는 게 제 꿈입니다.”
고기 잡는 법’ 알려준 드림실현 프로젝트박씨처럼 드림실현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도 꿈을 이뤘을까. 드림실현 프로젝트 첫 번째 주인공은 서울 인왕시장 입구에서 과일가게 ‘햇빛농원’을 운영하는 이응석(43)씨다.
그는 몇 해 전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생활이 어려워졌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500만원을 제2금융권에서 연 15% 금리로 빌렸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에 손님이 줄었다. 생계는 어려워지고 빚은 쌓여만 갔다. 다시 돈을 빌려야 했다. 다행히 지난해 8월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을 통해 연 4.5%에 돈을 빌릴 수 있었다.
3개월 후 새 단장을 마친 ‘포천 과수원 햇빛농원’이 문을 열었다. 이후 6개월 동안 현대카드·캐피탈 직원이 틈틈이 찾아와 보완할 점을 챙겨주고 수입과 지출을 장부에 써서 체계적으로 매출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드림실현 2호점은 올해 2월 새 단장을 끝낸 분식집 ‘성신여대 키다리 아저씨’의 장두엽(50)씨. 건설업체에 다니던 그는 퇴직하고 2005년 아내와 함께 분식집 ‘라면 이레’를 차렸다. 특별히 요리를 배운 경험이 없던 그는 라면 동호회 등에서 조리법을 익혀 분식집을 시작했다.
식당 운영 경험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 대학가는 이미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장사해온 분식집이 많았다. 메뉴도 한두 가지씩 늘리다 보니 30개에 달했다. 가게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는커녕 빚만 자꾸 늘었다.
힘겹게 가게를 꾸려오던 그는 올봄 현대차미소금융재단에서 돈을 빌렸다. 더불어 미소학습원에서 진행되는 경영자 개선 과정을 듣게 됐다. 강의는 주로 부인이 듣고 저녁에 공부한 내용을 남편에게 들려줬다.
드림실현 프로젝트팀은 메뉴부터 바꿨다. 다른 분식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했다. 메뉴 컨설팅은 현대카드·캐피탈의 전석균 조리장이 도움을 줬다. 전 조리장은 장씨에게 칼 잡는 법부터 시작해 요리의 기본을 알려줬다. 메뉴도 일본 라면과 덮밥, 주먹밥으로 좁혔다. 가로막혀 있던 주방은 오픈 주방으로 변경해 음식을 만들면서도 손님을 맞이할 수 있게 했다. 가게 이름도 ‘키다리 아저씨’로 바꿨다. 드림실현 1·2호점 모두 매상이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현대카드·캐피탈의 사회공헌활동
소아암 병동에 울려퍼진 희망의 노래
현대카드·캐피탈은 드림실현 프로젝트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힘쓴다. 특히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찾아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 활동이 ‘어린이 희망 콘서트’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어린이 희망 콘서트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함께 한다. 6월 말까지 서울성모병원, 신촌세브란스, 국립암센터 등 12곳의 소아암 환자들을 찾아 공연을 했다. 연말까지 11개 공연을 더할 예정이다.
소아암 병동까지 직접 찾아가는 콘서트는 처음이다. 아이가 아픈 순간부터 엄마와 아이는 병원이라는 공간에 갇힌다. 콘서트는 그저 TV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된다. 현대카드·캐피탈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지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음악 공연을 마련했다.
병동에서 이뤄진다고 작고 소박한 무대일 것으로 얕봐서는 안 된다. 국내 유일의 국립예술대학교인 한예종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공연팀이 오랜 준비를 거쳐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공연에 참여했다. 6월까지 110명의 학생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대에 올랐다. 현대카드·캐피탈도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기부하는 한예종 학생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 연초부터 사내 전용시설인 ‘오디토리엄’을 빌려준다. 이곳은 미국 뉴욕 링컨센터 로즈홀을 벤치마킹한 외관에 뛰어난 음향시설을 자랑한다. 규모도 1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소규모 공연장급이다. 학생들은 실제 공연장과 같은 곳에서 연습하는 셈이다.
이 행사는 새로운 사회공헌 활동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카드·캐피탈이 공연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제공하고 예술 인재를 보유한 한예종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학교와 기업이 연계한 CSR모델인 것이다.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은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 매달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신나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5월부터 서울 당산동 ‘당성 행복한홈스쿨’과 동작구 본동 ‘노량진 행복한홈스쿨’ 아동들과 결연을 맺었다. 신나는 체험이란 임직원이 일일선생님으로 참가해 아동과 일대일로 조를 편성해 체험학습과 놀이를 병행하는 봉사 프로그램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술수업, 야간 보호수업, 시설개선 등 다양한 지원 활동도 전개한다.
이 밖에도 고객과 회사가 카드 포인트를 함께 모아 뜻깊은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M포인트 캠페인, 사내 헌혈 캠페인인 레드하트 캠페인 등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촌역’ 견본주택 29일 개관
2"합치고 새로 만들고"...KT, 2025 조직개편 단행
3LG생활건강, 일본 대표 이커머스 행사 매출 292% 성장
4"캠핑장·전시관에서도 세금포인트로 할인 받자"
5"삼성 임원, 몇 년 할 수 있을까?"...퇴임 임원 평균 나이, 56세
6팬 서비스에 진심...NPB GG 수상자, 시상식 금칠 퍼포먼스 '화제'
7'탈(脫) 하이브' 선언한 뉴진스 영향에 하이브 주가도 급락.. “주주 무슨 죄”
8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정진완 부행장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
9"아이폰도 접는다"…애플, 폴더블 개발 본격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