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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패닉과 한국 경제-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충격서 벗어난 뒤 본격적 경기침체 올 수 있다

[금융패닉과 한국 경제-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충격서 벗어난 뒤 본격적 경기침체 올 수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수출에 타격을 받은 한 중견기업의 임원이 고뇌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랬다. 금융 타격은 언제나 빠르다. 주가와 환율이 출렁이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휘청거린 다음엔 더 무서운 것이 찾아온다.

실물경기 침체다. 금융위기가 주식·펀드·금 투자자 등 일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면 실물위기는 가계·기업·은행, 심지어 정부에까지 타격을 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실물이 무너지면 시련의 계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

미 국가신용등급 강등에서 출발한 금융패닉이 실물위기로 확산되면 2008년 세계 불황을 능가하는 위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벤 버냉키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최근 “2013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최소 2년 동안은 미국 경기가 침체될 수 있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대외수출 비중이 큰 한국으로선 긴장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



미국·EU·중국 흔들리면 수출 감소 장기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경기회복은 늦어지고 유로존 일부 국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져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불황 탈출 역할을 했던 중국도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며 ‘긴축 모드’를 선언한 상태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세 바퀴가 삐걱거리면 결과는 뻔하다. 이번 위기가 2008년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대외무역 의존도는 85%로 세계 1위다. 미국 19%, 일본 22%, 중국 45% 수준인 걸 감안하면 우리 경제가 외풍에 약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미국, 유럽, 중국시장이 위축되면 실물경기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들은 우리나라의 1~3위 수출 교역국이다. 전체 수출 비중의 50%를 차지한다.국내 산업계는 벌써 단기 쇼크 조짐이 보인다. 대미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전자업계는 글로벌 시장 침체에 따른 상반기 실적 부진에 이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D램 수출은 올 7월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미국 수출 주요 품목 중에서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가 17.6%로 비중이 가장 컸다. 반도체 5.5%, 컴퓨터 2.4% 등을 더하면 전자산업 비중은 25.5%에 이른다. 특히 무선통신기기는 상반기 49억600만 달러를 수출해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했을 만큼 호조를 보였다.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전자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수석연구원은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미국 경기회복이 둔화하면 대미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실적 등을 기록하고 있는 자동차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상반기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43억3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소비자가 다시 지갑을 닫으면 수출에 비상이 걸린다. 건설·조선업계에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건설업계의 경우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해외시장 의존도를 높였던 터라 충격이 크다.

업계는 세계경제가 이중침체에 빠질 경우 중동의 플랜트 공사 발주 등에 타격을 받을까 고심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고유가와 선박 공급 과잉 등 이중고에 시달려 오다가 추가로 악재를 만났다.

하반기에 시장이 호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던 시기에 희망마저 꺾였다. 한양대 하준경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한국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려면 향후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과 실물경제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어디로 번질지 촉각여기에 달러 약세 기조가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면 수출 기업은 타격을 입는다. 그나마 대기업은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학습효과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비상대책팀을 꾸려 대응했던 대기업은 지금 상시 대비 체제로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많다. 또 유로화나 위안화로 통화 채널을 다변화해 환율 영향력을 최소화했다.

문제는 중소 수출기업이다. 널뛰는 환율에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예측 가능한 수준인 1050원 밑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치명적”이라며 “환 헤징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환율 자체도 문제지만 환율 변동 폭이 크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재점화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디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월 11일 22개 주요그룹 기획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발 금융시장 위기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14개 그룹은 “수출에 영향이 없거나 단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8개 그룹은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인 충격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는 약하다”면서도 “유럽과 중국 등 세계경제 전체가 침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장기적 수출 감소는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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