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ITED NATIONS] 코트디부아르 민주화의 일등 공신
[THE UNITED NATIONS] 코트디부아르 민주화의 일등 공신
아프리카 서부의 코트디부아르는 내전으로 몸살을 앓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유엔 코트디부아르 사무총장 특별대표(Special Representative of the Secretary General for Cote d’Ivoire)로 누굴 보내야 할지 고심했다.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은 전임 유럽 대표자의 코트디부아르 철수를 요구하며 아프리카인의 임명을 주장했고 유엔측은 아프리카 출신이 아닌 인사를 원했다. 그 바람에 평화유지활동을 수행해야 할 특별대표는 1년간 공석이었다. 병력 1만 명에 5억 달러의 예산이 드는 코트디부아르 유엔평화유지군(UNOCI) 조직도 표류했다.
2007년 10월 반기문 사무총장은 최영진(63) 전 주 유엔 한국대사를 특별대표에 지목했다. 그는 당시 한국 외교통상부 본부 대사였다. 그는 영어, 프랑스어에 능통해 적임자로 꼽혔다. “유럽 출신도 아니고 아프리카 출신도 아닌 사람이 아프리카 지역 특별대표가 된 건 처음이었어요. 절대 실패해선 안되는 임무였죠. 동아시아 사람이 파견된 전례가 없었습니다.” 최 대표는 반기문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일 때부터 차관으로 그를 보좌했던 인연이 있었다.
최 대표는 코트디부아르에 도착하자마자 조직개편부터 단행했다. “내부규율을 재정비하고 위기관리본부를 만들어 매일 회의를 했습니다.” 부임하고 3년 뒤 위기가 왔다. 2010년 11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자인 알라산 우아타라 측이 승리했지만 그바그보 전 대통령이 이에 불복해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3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십만 명이 인접국인 라이베리아 등으로 피신했다. “그간 기반을 잘 닦아두었기 때문에 작전수행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신변이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조직을 이탈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위기관리본부 간부 10명 전원이 4개월 내내 사무실 매트리스에서 자고, 때로는 비상식량을 먹으면서 요원들과 함께 버텼습니다.” 당시 프랑스 언론에서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나를 묘사하는 첫 번째 단어가 ‘tenacity’(강인하다)더군요. 그쪽에서 볼 땐 정말 어려운 임무라고 생각했나 봐요. 강인한 한국의 국민성에 감사해야죠.”
그바그보의 체포와 함께 내전은 종식됐다. “내전 기간 코트디부아르에서 우리 유엔군이 최초로 한 일은 세 가지예요. 무엇보다 유엔이 아프리카에서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처음 대통령선거를 인증했죠.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지고 무력을 이용해 유엔 철수를 요구했는데도 유엔이 불복하고 버텨서 목표를 이룬 사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 번째로 2010년 4월 4일과 10일 평화유지군이 민간보호 목적으로 무장 헬기를 이용한 군사 작전을 감행했는데 이 역시도 처음입니다” 현재 코트디부아르의 상황은 크게 좋아졌다. 그는 “국민도 민주적으로 선출한 대통령과 합심하고 질서도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977년 세네갈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2등 서기관인 외무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디뎠다. 그후 외무부 국제기구 국장, 주미 대사관 경제참사관 등을 거쳤다. 1995년엔 주 뉴욕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차장직과 1997년 유엔본부 평화유지활동(PKO) 사무차장보직을 지냈고 2000년 외교부 외교정책실장을 거쳐 2004년 외교부 차관이 됐다.
유엔에서 오래 근무한 최 대표는 한국의 유엔 기여 수준이 한층 향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중국은 이미 평화유지군 활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병력 50만의 분단국가’라는 위치는 세계 평화활동에 기여할 만한 흔치 않은 자리입니다. ” 그는 유엔평화유지군 예산 공여수준은 우리나라가 10위권으로 비교적 높지만 병력 기여도는 낮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국인의 국제기구 고위직 진출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금 더욱 많이 진출해 자리를 잡지 못하면 반기문 총장 이후에 한국은 다시 수동적 입장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최 대표는 “한국인들이 앞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진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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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 정세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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