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역사를 빛내는 사람들
신한은행- 역사를 빛내는 사람들
창호지문만 보면 왜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뚫고 싶어 할까?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창호지의 그 팽팽한 긴장감을 끊고 싶어서일까. 덕수궁에는 관람객들의 그런 호기심이 여기저기 흉터로 남아 있다. 이렇게 구멍난 창호지를 일일이 벗겨내고 새로 바르는 일은 지자체나 문화재청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신한은행 봉사대가 나섰다. 칼이 없을 땐 카드나 동전, 이것도 없으면 맨손으로 창호지를 하나씩 벗겨낸다. 신사남 지점에서 일하는 김민수씨는 “오래된 창호지를 뜯을 때마다 먼지가 일어 목이 칼칼해지고 손톱에 까맣게 때가 낀다”며 창호지를 떼고 바르는 작업이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몇 시간 고생하고 나면 우리 문화재가 다시 태어난다며 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조선시대 왕릉 헌인릉. 작업용 고무장화를 신은 봉사자들이 삽을 들고 나섰다. 1998년 이후 사상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한 올여름 집중호우로 매몰된 배수구 복구 때문이다. 흙에 덮여 유실된 배수로부터 찾아야 한다. 흙을 파내 경운기로 옮기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흙더미 위로 흐르는 물길 막기가 최대 난관이다. 8시간의 작업 끝에 작은 언덕처럼 쌓인 흙더미는 배수로로 탈바꿈했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후텁지근하고 끈끈한 오후, 창경궁 정원 한 귀퉁이에 50여 명의 봉사자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는다. 많은 건물과 담장들이 사라져 이제 옛 모습이 20%도 채 남지 않았다. 고궁으로서의 면모가 예전 같지 않아 관람객이 줄다 보니 서울시의 지원도 줄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인 만큼 잡초 뽑기 봉사는 더 의미가 깊다. “그냥 긁으면 안 돼요, 완전히 뿌리까지 뽑아야 해요, 안 그러면 일주일도 안 돼 금세 또 자라요.” 창경궁 관리소 김봉현씨의 조언에 따라 뿌리까지 뽑느라 안간힘을 쓴다. 궁궐 잡초 제거는 처음이라는 사회협력부 지유성씨는 “궁 주변을 정화하는 일도 보람 있었지만 우리나라 궁을 많이 알게 됐다” 며 뿌듯해 했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문화재 보존활동 프로그램인 ‘문화재 사랑 릴레이’를 펼친다. 현재까지 4000명이 넘는 직원이 전국 50여 개 문화재를 정화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을 쓸고 닦고 가꾼다. 소소한 일이지만 신한은행 봉사활동의 근본취지인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하는 겸손의 마음을 실천한다.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으려는 직원들의 모금활동도 활발하다. 2006년 일본에 있던 보물급 문화재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직원들의 모금액으로 환수해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1687년에 석각(石刻)으로 제작된 하늘의 별자리를 종이에 필사한 천문도다. 하늘의 모양(별자리)을 차례대로 나눈 그림이란 뜻이다. 또 명성황후 시해 사건 후 철거됐던 경복궁 후원에 자리한 건천궁 복원사업(2007년), 문화유산국민신탁과 함께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면서 국민문화유산 1호인 남도여관(전남 보성군)의 보수 기금 마련 캠페인(2008년) 등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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