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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LG전자 인사에 숨은 의미

[Company] LG전자 인사에 숨은 의미

LG전자 취임 1년을 맞은 구본준 부회장.

구본준 부회장이 침체의 늪에 빠진 LG전자에 구원투수로 투입된지 1년. 그는 “LG전자의 명예를 되찾자”며 독한 경영을 펼쳤지만 성적은 기대치를 밑돈다. 물론 지난해 3·4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던 LG전자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성과다. 그러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올 3분기까지 6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IT분야 리서치 전문기관 가트너의 자료를 보면 LG전자의 올 3분기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포인트 떨어진 5.7%에 그쳤다.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LG전자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등급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가깝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올 11월 LG전자의 장기신용등급은 BBB를 유지하면서도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S&P는 올 10월 LG전자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취임 1년 구 부회장 친위체제 완성이런 이유로 LG전자 안팎에선 ‘실적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구 부회장은 ‘채찍’ 대신 ‘당근’을 들었다. LG전자는 “올 11월 31일 인사에서 사장(1명)·부사장(1명) 등 43명이 승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9명 보다 4명 많다. 10년 동안 LG전자에서 근무했던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009년부터 침체에 빠진 LG전자는 누구를 앉혀놔도 부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이를 잘 알고 있는 구 부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분위기를 추스를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연말 인사는 구 부회장이 취임한 후 사실상 처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통해 구 부회장이 직원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의 경영색깔은 또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첫째는 실적이다. 구 부회장은 권희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권 본부장은 LG전자가 3D TV 판매량에서 일본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올 3분기 평판 TV 판매량이 분기 사상 최대인 680만대를 올렸다. IT 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LG전자가 TV 부문에서 올해 8%, 내년 18% 성장하면서 삼성전자와 세계시장 양강 구도를 굳힐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권 본부장이 부사장급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전무·상무급 임원도 HE본부에서 6명이 임명됐다”며 “이는 구 부회장이 역량과 실적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신임 홈어플라언스(HA) 사업본부장에 임명된 신문범 HA사업본부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도 중동아프리카와 인도에서 LG전자가 가전시장을 석권하는 데 한몫을 했다. 경영성과의 귀재로 불리는 그는 2014년 LG전자의 비전 ‘세계 가전시장 1위’를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로 꼽혔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구 부회장이 공격적 성향의 인물을 중용했다는 점이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상규 한국마케팅 본부장은 ‘한판 붙자’라는 시리즈 광고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1981년 LG전자에 입사해 국내 영업·물류 부문의 품질과 경쟁력 강화에 힘써온 그는 LG전자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불린다. ‘한판 붙자’를 기획했을 때 LG그룹 고위층에서 “LG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음에도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것은 유명한 일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광고와 콘셉트가 바로 ‘한판 붙자’다”고 말했다.

MC사업부 R&D 파트에서 근무했던 전직 LG전자 관계자는 “최상규 본부장이 승진한 것을 보면 구본준 부회장의 공격적 성향이 읽힌다”며 “2012년에는 더 독한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자신의 색깔에 맞는 인물을 중용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스마트폰 열풍을 좌시했다가 LG전자 CEO 자리에서 밀려난 남용 전 부회장의 색깔은 이번 인사를 통해 지워버렸다. 남 전 부회장 시절 TV사업을 맡았다가 올해 글로벌 마케팅부문장을 지낸 강신익 사장은 고문으로 밀려났다. ‘남용 시절’ 영입됐던 외국인 임원 중 상당수는 조만간 LG전자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구본준 친위체제가 갖춰졌다’고 분석한다. LG전자 MC사업본부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구 부회장의 친위세력이 회사 요직을 차지한 건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그 정도다. 사실 회사 내부에서는 더 많은 ‘구본준 친위대’가 올 줄 알았다. LG디스플레이 대표 시절 총애했던 인물이 LG전자 MC사업본부로 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의외인 것은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의 유임이다. 6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받은 휴대전화 사업부문의 실적을 개선하려면 수장교체 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한 직원은 “인사 직전까지 MC사업본부장의 물갈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고 털어놨다.

박 본부장의 유임 배경은 희망과 자신감이다. 구 부회장이 관심을 쏟은 LG전자의 새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는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 올 11월 24일 현재 10만5000대가 팔려, LTE폰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 LTE와 팬택의 베가LTE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18만5000대, 6만2000대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옵티머스 LTE를 통해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취임한 후 스마트폰 연구개발(R&D)에 본격 착수한 시기는 지난해 12월”이라며 “그 성과가 내년 초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지 MC사업본부장을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 부회장과 LG전자의 야심작은 세계적 패션브랜드 ‘프라다’와 손잡고 개발하고 있는 ‘프라다폰3.0’이다. LG전자와 프라다는 2007년 세계 최초 풀터치 휴대전화인 프라다폰을 선보여 명품 휴대전화 시대를 열었다. 2008년에는 손목시계 모양의 블루투스 엑세서리가 포함된 포라다폰을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MC사업본부장 유임 배경, 희망과 자신감프라다폰3.0의 컨셉트는 명품 스마트폰으로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은 “프라다3.0은 최고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명품 스마트폰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 관계자는 “프라다3.0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지고 있다”며 “프라다폰3.0이 출시되는 내년 초 LG전자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전망도 비슷하다. 이준희 한맥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2년 MC사업본부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LG전자의 실적개선을 MC사업본부에서 견인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박성민 애널리스트는 “내년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흑자전환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구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실적을 중시하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겠다는 경영철학을 알렸다. LG전자가 침체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도 엿보였다. 전환점이 멀지 않은 듯하다. 프라다3.0이 출시되는 내년 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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