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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삶을 바꾼 히트상품-스티브 잡스 전기

2011 삶을 바꾼 히트상품-스티브 잡스 전기

국내외 베스트 셀러 1위…“혁신 배우자” 국내에서 제2 벤처 붐 일어

올해 10월 5일(현지 시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를 만들어 미국 창조정신의 전형이 됐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그는 세상을 바꾸고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그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잡스를 추모하면서 “당신이 만든 제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영감을 줬다”며 경의를 표했다.

잡스는 이제 신화가 됐다. 그의 사망은 전세계의 뜨거운 뉴스였다.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최근 무선인터넷 100개 기업 CEO를 상대로 실시한 ‘올해 10대 뉴스는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스티브 잡스 사망”이라고 답했다. 올 10월 25일 출간된 그의 자서전 『스티브 잡스』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잡스 자서전을 발간한 민음사에 따르면 올 11월 말 현재 40여 만부가 팔렸고, 14쇄까지 인쇄됐다. 교보문고에서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라 있다. 미 아마존닷컴에서도 잡스의 자서전은 올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잡스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다르게 생각하라”였다. 그는 복도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걸 즐겼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밤 10시에도 회의를 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잡스는 이를 “아이디어에 대한 갈증”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바보처럼 살라”고 조언했다. 잡스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우리 삶을 통째로 바꿔놨다. 1977년 개인용 컴퓨터 ‘애플2’를 출시해 PC(Personal Computer) 시대를 열었다. ‘마우스’를 최초로 탑재한 PC는 잡스가 1984년 선보인 매킨토시 컴퓨터다.

잡스는 PC시대의 ‘개척자’였지만 ‘파괴자’이기도 했다. MP3 아이팟·휴대전화 아이폰·태블릿PC 아이패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올해 6월에는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여 ‘PC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잡스도 이를 인정했다. “10년 전에는 PC가 디지털 생활의 허브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2011년 6월 연례개발자회의).”



“다르게 생각하라”혁신과 아이디어에 관한 잡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는 늘 엔지니어를 존중했고 그들이 최고의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채찍질했다. 남의 기술을 훔치거나 모방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누구든 독설을 날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향해선 “특징과 영혼이 없다”고 비판하고, 에릭 슈밋 구글 회장에겐 “(내 아이디어를 훔쳐 안드로이드를 만든) 큰 도둑”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게이츠와 슈밋을 추종하는 세력은 잡스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들도 지금은 잡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잡스보다 많은 혁신을 일군 사람이 거의 없어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호 수석연구원은 2011년 히트상품으로 잡스를 선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대중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직장인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살았던 잡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했다. 젊은 세대는 잡스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른다.”

다른 IT CEO와 잡스가 다른 점은 융·복합 능력이다. 여러 아이디어를 하나로 묶는 능력은 잡스가 최고다. 대표적 사례가 아이튠스와 앱스토어의 융복합이다. 2001년 잡스는 아이팟 발표와 함께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스’를 선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음원 장터에 불과했던 아이튠스가 지금의 앱스토어로 발전할지 예측하지 못했다. 고정석 일신창투 대표는 “여러 제품을 하나의 플랫폼에 묶겠다는 잡스의 발상은 기가 막혔다”며 “그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능력 또한 최고”라고 말했다.



실패의 성공학으로 경종 울려잡스는 이런 융·복합 능력을 인간 본성을 회복하는 데 썼다. 아이폰을 발표했을 때 그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여러분은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아! 여기 스타일러스 펜이 있군요. 그런데 이걸 누가 사용하고 싶겠습니까? 우리는 세계 최고의 포인팅 장치를 사용할 겁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열개씩 가지고 태어나는 바로 그 포인트 장치, 손가락입니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이를 “엔지니어링 기술과 인간의 본성을 중시한 아트의 결합”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잡스의 이런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올 10월 실시한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남긴 결과물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라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73명 중 277명이 “기술과 인문학의 만남,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의 가치 재발견”이라고 밝혔다. 에릭 슈밋 회장은 “잡스는 예술가적 기질과 엔지니어의 비전을 절묘하게 결합해 애플을 특별한 회사로 남겼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감수성으로 무장한 잡스는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국내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한 후 국내 IT업계의 패러다임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으로 돌아섰다.

특히 앱스토어를 통한 애플의 개발자 상생시스템은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을 했다. 서울대 창업동아리 출신인 영어교육업체 스픽케어의 이비호 부사장은 “잡스가 만든 새로운 벤처 생태계 덕분에 젊은 창업자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캠퍼스 안에서도 창업 붐이 일고 있다”고 평했다. 모니터 벤처 제조업체 BRC의 김창준 대표는 “잡스가 가장 크게 바꿔놓은 건 벤처 생태계”라며 “많은 벤처 CEO는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잡스처럼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산다”고 말했다.

잡스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천하의 잡스도 실패한 CEO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1985년 9월 잡스는 불과 31세의 나이에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 잡스에게 “평생 설탕물을 팔 거냐”는 말을 듣고 애플에 합류한 전 펩시콜라 CEO 본 스컬리가 잡스를 몰아냈다.

잡스는 좌절하지 않았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애플에 복수하겠다”며 와신상담했다. 애플을 나와 창업한 PC제조업체 넥스트에서 그는 지금의 아이폰 운영체계(OS)를 만들었다. 현존하는 최고 OS라고 불리는 ‘맥OSX’를 개발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런 노력은 잡스를 외면하지 않았다. 애플을 떠난 지 11년 만인 1996년 애플의 특별고문역으로 컴백한 잡스는 신화를 다시 썼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연설에서 잡스는 이렇게 조언했다. “때때로 삶이 당신의 뒤통수를 때릴지 모릅니다. 만약 그렇더라도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호 수석연구원은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한 후 창의적인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잡스의 스토리가 대중을 열광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아이스너 월트디즈니 전 최고경영자는 “그가 남긴 유산은 그에게 영감을 받은 수백만명의 사람과 그가 바꿔놓은 삶, 그리고 그가 만든 문화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죽어서도 무언가를 바꾸고 있다. 스스로 했던 이 말처럼…. “죽음은 삶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다(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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