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 ‘성형’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 ‘성형’
미시건주 교외에 사는 안경사 아만다 해크(24)는 이번 성탄절에 많은 여성들이 꿈꾸는 선물을 받는다. 언니 덕분에 복부미용성형수술을 받게 됐다(is getting the gift of so many young women’s dreams: a tummy tuck, courtesy of her sister).
수술날짜는 1월 6일로 잡혔다. 연말 휴가를 받은 그녀는 그때까지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맹렬히 운동하는 한편 수술 후 집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회복할 동안 두 살짜리 아들 콘래드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 비키니 몸매를 되찾으면 2012년에는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으로 날아가 탄탄해진 복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녀는 수술을 받고 나면 직업적 성공 전망(career prospects)이 더 밝아지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self image)도 커지리라고 기대한다. “아주 날씬하고 행복하게 느낄 것(I’ll just feel very svelte and happy)”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이번 연말휴가 시즌에는 경제가 엉망이겠지만(a shambles) 성형수술 업계에는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you wouldn’t know it from looking at the cosmetic-surgery business). 성형수술 업계는 2008년 불황이 한창일 때 약간 주춤한 뒤(after a slight dip) 대다수 미국인이 다른 지출을 줄이고 절약하던(were scrimping and saving) 지난 2년 사이 되살아났다. 2009~2010년 미국인들의 지출은 식비 3.8%, 주거비 2%, 의복비 1.4%, 문화오락비가 7% 감소했다. 반면 유방확대술(breast augmentation) 1.3%, 지방흡입술(liposuction) 1.3%, 눈꺼풀 수술(eyelid surgery) 8.1%, 힙업(butt lift) 수술은 무려 24.4%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인의 평균 소득은 0.6% 감소해 6만2481달러가 됐다.
물론 그런 수술을 받을 만한 경제력이 있는 사람은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상위 1% 또는 그에 가까운 사람은 비교적 드물다. 미용성형수술(cosmetic-surgery) 환자 3분의 1 가까이가 연간소득 3만 달러 이하이며 70%가량이 6만 달러 이하다. 미국미용성형외과학회(American Society for Aesthetic Plastic Surgery)의 2009년 조사다. 경제력이 없는 사람(those who can’t afford it)은 융자를 받는다. 근년 들어 외모를 뜯어고치려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하나의 산업이 형성됐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케어크레딧(CareCredit)이 그런 회사다. 코스메틱 설저리 파이낸싱이라는 회사도 있다. 케어크레딧은 미국 각지의 의사 15만 명 이상과 제휴하며 최대 26.99%의 대출이자를 받는다.
몇몇 의사는 올해 연말휴가철이 어느 때보다 가장 바쁘다고 말한다. 해크의 담당의사는 토니 윤(윤성진) 박사다. 그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수술일정이 모두 잡혀 있다(his calendar has been booked for three months). 4주 사이 유방확대술 12건, 지방흡입술 11건, 복부미용성형술 8건을 시술한다. 각양각색의 환자가 그를 찾아온다(His patients come from all walks). 부자부터 형편이 어려운 사람(from the well-to-do to the struggling), 아주 성공한 사람부터 실업자까지 각양각색이다. 윤박사의 환자 여섯 명 중 한 명 꼴로 융자를 받아 수술비를 댄다.
텍사스에서 미용성형 외과를 운영하는 제프리 켄켈 박사도 예약이 밀려 있다. 지난해 어림잡아 2000명의 환자를 받았다. 그중 90% 안팎이 여성이다. 대부분 젊어 보이려고 수술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직장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기대하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 “미용성형수술이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켄켈이 말했다. “많은 사람이 적어도 남에게 뒤떨어지지는 않게 되리라고 느낀다(feel like at least it allows them to stay in the game).”
앤젤라 히처스가 그 증거다. 지난 10월 초 59세의 그 물리치료사(physical therapist)이자 정원 디자이너는 ‘50대 이후의 아름다운 외모관리 행사(Fab Over Fifty Beauty Bash)’에 참석했다.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파빌리온에서 이틀 동안 열렸다. 170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미용전문가(cosmeticians), 모발 전문가, ‘폐경 후 변신(menopause makeover)’ 전문가, 그리고 가장 인기(the main draw)를 모은 미용 피부과의사(cosmetic dermatologist)나 성형외과의사와 상담이 가능하다. 이들 중 일부는 무대에서 현장 시연회를 가졌다. ‘하워드 소벨 박사의 3중 리프트(Trifecta Lift, 얼굴·가슴·엉덩이를 팽팽하게 올리는 성형수술) 라이브!’ ‘50세 이후 멋진 가슴: 올리고 이식하고 줄이기’ ‘수술 후 빠른 회복의 비결’ 등이다.
“직장에서 젊어 보여야 한다는 압력이 있다”고 히처스가 말했다. 담당 피부과 의사가 이벤트에 참석해 그녀에게 안면 미용성형술을 세 차례 실시했다. 윗입술에 잔주름(fine lines and wrinkles)을 없애는 프랙셔널 레이저(fractional laser, 레이저를 세분화해 좁은 면적에 쬐는 방식), 코 언저리 부분의 주비덤(Juvéderm, 주사용 젤) 주사, 입술 주위에 약간의 보톡스 시술을 했다. 프레젠테이션(‘섹시한 미소와 촉촉한 입술’)이 끝나자 관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베를린에서 첫 미용성형술(face-lift)이 시술된 지 110년이나 지났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거품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50대 이후의 외모관리 행사’는 미용성형 업계가 고객층의 저변을 넓히려는 공격적인 마케팅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요즘은 소셜 커머스 그루폰을 통해 지방흡입술 할인권을 구입하거나 여자친구들과 보톡스 파티를 여는 방법도 있다. 입술이 도톰한(puffy-lipped) 시트콤 스타부터 브라보 채널의 인기 드라마 ‘리얼 하우스와이브스(Real Housewives)’의 볼록하게 올린 볼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에는 수술로 뜯어고친 얼굴 천지다(surgically altered faces are ubiquitous). 한편 피부과의사와 성형외과의사는 신규와 단골 환자 모집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를 고용한다. “우리는 그것을 ‘자동운전 모드로 한없이 밀려드는 환자들(endless patients on autopilot)’이라고 부른다”고 미용 마케팅 전략가 캐서린 메일리가 말했다. 그녀는 미용성형 사업을 확대하는 최선의 방법을 연구해 버스 정류장 광고에 넣을 문구부터 병원 직원의 근무 복장(정장 필수)까지 온갖 문제에 관한 정보를 미용성형의들에게 제공한다. “나는 53세지만 욕심에 한이 없다(I have endless needs)”고 그녀가 말했다. “보톡스로 미간·이마 주름(frown lines)을 없애면 바로 눈가 잔주름(crows’ feet)으로 넘어가고 그 다음에는 손, 목 그리고 안면성형까지 하고 싶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미용성형에 대한 인식이 크게 호전됐다(acceptance of plastic surgery has soared). 미국미용성형외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지금은 18~24세 미국인 중 미용성형수술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69%에 달해 5년 전보다 7% 포인트가 증가했다. 센트럴 YMCA의 최근 조사에선 11~16세 청소년 4명 중 1명이 성형수술을 고려했으며 고령자의 미용성형수술은 지난 5년 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작은 미용성형(nip and tuck)이 행복으로 가는 급행열차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해도 외모를 고치려는(fix our outward appearance) 무절제한 충동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takes a collective toll)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모두가 큰 눈과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smooth-skinned) 청순한 소녀처럼 보이려고 애를 쓰면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잃고 경험의 가치를 경시하게 된다고 ‘노화(Going Gray)’의 저자 앤 크리머가 말했다. “우리는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름답지 않다고 믿게 됐다(We have come to believe that a perfectly natural state is not beautiful)”고 그녀가 말했다.
그런 정서에 공감을 표시하며 최근 일단의 스타들이 성형수술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내 도덕관, 부모가 내게 심어준 가치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맞지 않는다(goes against). 나는 절대 하지 않겠다(I will never give in)”고 여배우 케이트 윈슬렛(36)이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엠마 톰슨(52)도 맞장구를 쳤다. “내 몸을 갖고 장난하지 않겠다(I’m not fiddling about with myself). 요즘은 모두가 60세의 나이에 30세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끔찍한 외모 강박증에 빠져 있다.” 레이첼 와이즈(40)와 셀마 하이에크(45)도 뒤를 따라(hopped on the bandwagon) 몸에 칼을 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vowing to never go under the knife).
리얼리티쇼의 스타인 하이디 몬태그는 23세 때인 2010년 하루에 10번이나 수술을 받고 미국인들이 사로잡힌 성형수술 강박관념의 기괴하게 표정 없는 얼굴(eerily expressionless face)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후회한다고 말한다.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전신개조(full-body overhaul)를 한 지 2년도 안돼 데일리 비스트에 말했다. 턱을 깎고 눈썹과 엉덩이를 올렸으며(brow and butt lifts) 전에 확대했던 가슴과 성형한 코를 다시 뜯어고쳤다. “과거로 돌아가면 아무런 수술도 받지 않겠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성형수술에 심한 거부감이 있다(I am very turned off by plastic surgery)”고 할리우드에서 영화 ‘트랜스포머’와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films)’의 배우들을 선발했던 캐스팅 감독 데니스 차미안이 말했다. “나이 든 여배우들의 경우는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성형수술이 영화판에서 밀려나지 않고 연기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탈락시킨 50세 이상의 여배우가 많았다.”
노화과정을 부정하는 문화적 압력(the cultural pressure to defy the aging process)이 완화되는 조짐이 어느 정도 나타난다. 지난 여름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광고대행사들에게 “사진을 수정해 괜찮은 몸매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부풀리는(promote unrealistic expectations of appropriate body image)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영국의 광고규제국은 “과도한 보정(excessive retouching)”을 했다며 줄리아 로버츠를 모델로 내세운 랑콤 광고를 금지했다.
세상사람들이 아무리 자연미를 찬양해도 50세를 맞는 셀레나 스미스의 공허감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눈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생일을 얼마 앞둔 10월의 어느 화창한 날 아침 스미스가 말했다. 그녀는 “눈꺼풀이 내려왔다(My eyelids are hooded)”며 집게 손가락(an index finger)으로 오른쪽 눈 위의 부드러운 피부를 잡아당겼다. “이 부분이 속눈썹을 건드려 눈이 아래로 처진다. 아주 짜증난다.”
그 수술비용은 2500달러를 넘을 듯하다. 초등학교 교사 자격시험을 준비 중인 스미스의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어림 없다(more money than Smith has to throw around right now). 그러나 눈꺼풀을 25배 확대해 보여주는 화장대 거울 옆을 지날 때 갑자기 더 미루면 안되겠다는 조바심이 생긴다. “큰 돈을 투자해야겠는데(It’d be a huge investment).” 당장 수술 받을 계획이 없으면서도 그녀는 공허하게 말했다.
지금은 성형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는(now disavowing surgery) 스타와 모델들도 언젠가는 결국 태도를 바꿀지도 모른다(may ultimately change their tune). 패션잡지 얼루어의 린다 웰스 편집장 말마따나 어떻게 되든 나이가 들면 남자나 여자 모두 삶에 갇혔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wind up feeling trapped). “절대 성형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젊은 여배우와 모델들은 50세가 되면 내게 전화하라(call me when you’re 50)”고 웰스가 말했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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