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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이 바꿔놓은 IT세상 - 새로운 칩 나올 때마다 ‘IT신세계’로

칩이 바꿔놓은 IT세상 - 새로운 칩 나올 때마다 ‘IT신세계’로



세상에 칩이 없었다면 TV·PC·무선 랜을 만들 수 있었을까. IT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세계 중앙처리장치(CPU) 칩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텔의 칩이 바꾼 IT세상을 살펴봤다.세상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인텔의 첫번째 칩은 세계 최초의 CPU ‘4004’다. 1971년 개발된 4004의 성능은 세계 최초 컴퓨터 ‘에니악’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1946년 미 펜실베니아대 교수 모클리와 프레스퍼 에커트는 3년 여의 연구 끝에 전자식 자동계산기 에니악을 선보였다. 무게는 30t, 길이와 높이는 각각 25m, 2.5m에 달했다.

덩치는 컸지만 연산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1937년 개발된 계산기 ‘MARK1’은 1초에 덧셈을 세 번밖에 못했지만 에니악은 초당 5000번 연산할 수 있었다. 이런 에니악을 손톱만한 크기로 바꾼 것이 4004다. 4004는 세계 IT업계에서 혁명적 역할을 했다. 4004 개발로 자동차·세탁기 등에 칩을 내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품 자동화의 초석을 놓은 게 바로 손톱만 한 칩이었다는 얘기다.

두번째 칩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86 프로세서’다. 인텔은 1982년 IBM의 컴퓨터에 16비트 프로세서인 ‘80286’을 탑재했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PC 시대가 열렸다. 인텔은 그해 ‘80386’이라는 새로운 칩을 개발했다. 80386은 32비트 CPU다. 4004보다 100배 많은 27만5000개 트랜지스터를 장착했다. 참고로 80286·80386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칩의 명칭이다. 또한 80286은 286, 80386은 386으로 불렸다. 당시 칩을 부를 때는 앞 숫자인 80을 빼는 게 관례였다. PC 시대를 개막한 칩이 80286이라면 80386은 ‘개방형 PC’ 시대를 열었다. 엄태준 인텔코리아 기업솔루션팀 부장은 “80386은 어떤 PC에서도 작동하는 호환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PC업계에 세번째 혁명이 일어난 건 1993년이다. 인텔은 1989년 출시한 ‘80486’보다 한 단계 진화한 칩 ‘펜티엄(Pentium)’을 선보였다. 펜티엄은 다섯을 뜻하는 라틴어 ‘Penta’와 ‘인텔’을 뜻하는 ‘i’, 그리고 광물에 붙는 ‘~um’을 합친 것이다. 다섯번째로 만든 광물(반도체)이라는 의미다.

펜티엄은 획기적인 칩이었다. 이전 제품인 80486은 1미크론(micron·1㎜의 1000분의 1) 간격으로 총 120만개의 트랜지스터가 장착돼 있었다. 그러나 펜티엄은 이보다 미세한 0.8 마이크론 공정을 사용해 31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연산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동작속도(클럭) 역시 기존보다 3배가량 빨라졌다. 세상 사람들은 펜티엄 덕분에 고성능 PC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PC 시대뿐만 아니라 모바일 시대도 칩이 열었다. 인텔은 2000년대 초부터 인터넷이 아닌 무선 랜에서 작동하는 PC를 구상했다. 그 결과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칩 ‘센트리노’가 2003년 개발·출시됐다. 센트리노는 Center(중심)와 neutrino(중성미자)의 합성어다. 모바일 컴퓨팅 기술을 뜻한다.

센트리노의 성능은 탁월했다. 주요 부품의 전력소모를 줄여 같은 배터리 용량이라도 오랫동안 쓸 수 있었다. 무선 랜 기능을 내장해 인터넷 선이 없어도 외부에서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었다. 엄 부장은 “센트리노 칩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노트북 PC가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트리노를 기반으로 CPU와 칩 세트의 성능·안정성이 개선돼 노트북 PC의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듀얼코어 없었다면 동시작업 못해센트리노의 후속작 ‘칼렉시코(2004년)’는 초경량 노트북 PC를 출현시킨 칩이다. 칼렉시코는 CPU의 듀얼프론트사이드버스(FSB·중앙처리장치의 외부 접속 위한 장치)를 기존 300㎒대에서 533㎒로 끌어 올렸다. 다양한 무선 랜에서 적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16배속 PCI 익스프레스(입출력 인터페이스)까지 지원했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센트리노 PC보다 약 33% 빨랐다. 특히 칼렉시코 칩을 통해 노트북의 평균 무게는 3.0㎏(15.4인치 기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칩은 계속해서 IT세상을 바꿨다. 2005년 펜티엄D가 개발되면서 듀얼코어 시대가 열렸다. 듀얼코어는 두 개의 프로세서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겉보기에는 하나의 CPU지만 실제로는 두 개에 해당하는 강력한 힘을 냈다. 우리는 지금 PC 바이러스 검사를 하면서 음악을 내려받거나 e-메일을 보낼 수 있다. 듀얼코어 칩 덕분이다.

스마트 시대에서도 칩의 영향력은 크다. 스마트 워커(smart worker)는 더욱 가벼운 노트북, 오래가는 배터리를 원했다. 이를 위해 인텔은 ‘코어칩’을 개발해 배터리 수명을 최소 7시간으로 늘리고 대기모드에서 7초 이내에 부팅 되는 새로운 노트북 플랫폼을 출시했다. 울트라북이 이 노트북이다. 1㎏ 초반의 무게와 20㎜가 채 안 되는 두께는 노트북 사용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IT전문가들은 올해 코어칩을 탑재한 울트라북과 애플의 초경량 노트북 맥에어의 한판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칩도 주목된다. 2010년 인텔이 상용화에 성공한 ‘커뮤니케이션 칩’이다. 이 칩이 내장된 노트북은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든지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wi-fi)존’에만 머물렀던 코피스족(커피전문점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 칩의 상용화를 계기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이사는 “칩은 IT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꿔왔다”며 “이번에 상용화된 커뮤니케이션 칩은 언제 어디서든지 노트북으로 일할 수 있는 진짜 스마트 시대를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찬 이코노미스트 기자 chan487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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