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할리우드 스타들의 은밀한 추억

할리우드 스타들의 은밀한 추억


뉴스위크가 해마다 주최하는 아카데미상 후보들의 원탁좌담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스타들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동안 첫 조난신호가 들어왔다. 파파라치들이 샤를리즈 테론의 집을 에워싸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늦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였다. 이어 마이클 패스벤더가 느닷없이 아예 오지 못한다는 내용의 아리송한 e-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스매시박스 스튜디오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역시 테론이었다. 올해 뉴스위크가 오스카 원탁좌담을 주최하는 장소다. 감기에 걸린 그녀는(She’s fighting off a cold) 계속 자신의 목소리가 “남자 같다(sounds like a man)”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내가 만난 남자 중에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패스벤더가 도착할 무렵엔(e-메일은 장난이었던 모양이다) 조지 클루니, 비올라 데이비스, 틸다 스윈튼이 이미 와 있었다. 그리고 화기애애한 대담이 시작됐다(the lovefest has begun). 과거의 많은 원탁좌담에선(이 좌담은 1998년부터 시작됐다) 스타들이 초면인 경우도 있었지만(was often meeting each other for the first time) 올해의 참석자는 모두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has a lot of shared history). 클루니와 데이비스는 오랜 친구로 10년 전 ‘솔라리스(Solaris)’에 함께 출연했다. 또 클루니는 스윈튼의 허니문 때 자신의 레이크 코모 빌라를 빌려주기도 했다. 클루니는 스윈튼과도 가깝다.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과 ‘번 애프터 리딩(Burn After Reading)’에서 호흡을 맞췄다. 테론과 패스벤더는 런던 외곽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공상과학 대하 드라마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를 촬영하면서 몇 개월을 함께 지냈다.

우리는 올해 참석자들은 특히 죽이 잘 맞을 줄 알고 있었다(We knew the chemistry was going to be special this year). 이번 좌담이 그들에게는 일이지만(아카데미상 시상식 시즌에 벌이는 홍보활동의 일환이다) 일류 스타들만 참석하는 편안한 디너 파티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바텐더로 일한 적이 있는 패스벤더는 사진촬영 전 홍보담당자와 함께 밖으로 달려나가더니 보드카와 블러디 메리 칵테일을 들고 돌아와 대기실에 바를 차리고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아직 이른 오전 시간이었다). 짧게 깎은 머리에 아일랜드인의 친화력을 지닌 그는 ‘셰임(Shame)’의 기름기 줄줄 흐르는 섹스 중독자나 ‘제인 에어(Jane Eyre)’의 구레나룻을 기른 시무룩한 로체스터는 물론 ‘댄저러스 메소드(A Dangerous Method)’의 엄격한 칼 융은 더더욱 닮지 않았다. 특히 술에 취해 스카이다이빙을 했던 경험담을 테론과 나누기 시작할 때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말쑥하고 품위가 있었다(dapper and elegant). 82세의 플러머는 한창 날릴 때 소문난 주당이었지만(the drinking man he was in his wilder days) 지금은 술을 끊었다(그가 최근 펴낸 회고록은 술자리에서의 유명한 일화들로 가득하다). 따라서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긴장을 풀어줄 필요는 없었다(there’s no need to loosen him up). 뉴스위크의 비디오 카메라가 그를 비추자 ‘비기너스(Beginners)’에서 인생 말년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의 캐릭터로 돌변해 하우스 음악에 맞춰 스카프를 흔들며 부기춤을 췄다. 테론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영 어덜트(Young Adult)’에서처럼 술 취한 난폭한 나르시시스트로 변신해 카메라를 향해 술을 뿌렸다. 잊혀지지 않을 만큼 인상적인 연기였다.

일곱 번째 깜짝 스타가 등장하자 방안이 술렁거렸다. ‘아티스트(The Artist)’에 출연해 사랑을 독차지한 강아지 어기(아홉살의 잭 러셀 테리어종)다. 그에게 말을 걸 때 영어로 해야 할까 불어를 써야 할까? 스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not one to be starstruck) 스윈튼은 강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안녕, 어기, 너는 참 대단한 개야!”라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모두가 그 강아지를 반기지는 않았다. 플러머는 ‘비기너스’에서 마찬가지로 큰 사랑을 받은 코스모가 아카데미상 시즌에 똑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데 불만을 나타냈다. “우리 개가 더 낫다”고 그는 로마 귀족의 비단 같은 말투로(with his best silken patrician diction) 단언했다. 그는 어기와의 단체사진 촬영에 끼고 싶지 않은 듯했다(경쟁심!). 그의 그런 태도가 진심인지 장난끼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원탁좌담을 시작할 시간이 됐지만 라운지에 있는 탁구대에서 클루니와 패스벤더를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점수는? “우리는 초등학생들과 같죠”라고 클루니가 말했다. “누가 이기는지 알고 싶지 않거든.”

놀이라는 요소가 오늘의 주요 주제다. 이 배우들은 자신들의 연기에 대단히 진지하게 임하지만 무엇보다 재미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insist on keeping it fun). “우리 모두가 성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우리는 회사에서 일하겠지.” 클루니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아직 어른들의 역할 놀이를 하는 어린이인 셈이죠(We’re all still kids playing make-believe).”

틈날 때마다 계속 튀어나오는(keeps popping) 또 다른 테마는 ... 마이클 패스벤더의 성기다. 그의 성기는 ‘셰임’에서 조연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plays a memorable supporting role). 원탁좌담 참석자 모두가 그를 놀릴(rib him)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성기를 원탁좌담의 주요 테마로 삼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외설스러운 말투로 유명한(known for her raunchy tongue) 테론이 주인공 자리를 쉬 양보하지 않았다(isn’t one to be upstaged). 비디오 카메라가 돌아가기 직전 그녀는 보풀제거기로 자신의 바지를 쓸어 내리고는 우리에게 물었다. “내 성기(vagina)는 어때요?”

대화가 금방 섹스로 흐를 거라 눈치챘어야 했다. 동료 사회자 라민 세투데와 나는 “어렸을 때 본 영화나 공연 중 배우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 있었나요(Was there a movie or performance you’d seen as a child that inspired you to be an actor)?”라는 일반적인 질문으로 토론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스윈튼이 방금 전 나와 함께 처음 목격했던 에로틱한 영화 장면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그녀는 최근 14세 쌍둥이 자녀에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성에 집착한 ‘현기증(Vertigo)’을 보여줬다. 따라서 우리의 첫 질문은 다수의 요청에 따라 각자 처음 성적으로 흥분했던 영화 장면으로 바뀌었다.

테론: 아마 아홉살 때였던가 ‘보디 히트(Body Heat)’에서 침대에 누운 채 캐서린 터너의 손이 시트 위로 윌리엄 허트의 사타구니 부분에 올려진 장면을 보고 울기 시작한 기억이 있어요. 그 충격이 오래 갔어요(I’ve been damaged ever since).

클루니: 그런데 윌리엄 허트도 그랬대.

뉴스위크: 왜 울기 시작했나요?

테론: 아니, 에이, 농담이죠!

뉴스위크: 몇 살 때였죠?

테론: 여덟이나 아홉 살 때였던 거 같아요.

클루니: 기분 나빠지는데(That pisses me off). [테론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자신의 말이 그에게 얼마나 나이 든 느낌을 주는지 불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테론: 알았어요. 나는 이제 겨우 14살이거든요 … 예,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짜릿한 느낌이었죠(that was my first little tingling sensation).

클루니: 나는 켄터키주에서 자랐죠. 자동차 극장(drive-in theaters)에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를 본 기억이 나요. 자동차 극장에서 그런 고상한 영화를 상영했다는 게 아직도 놀라워요. 그것도 켄터키에서. 상상이 갈 거예요(You can imagine).

플러머: 대단히 에로틱한 주로군(What an erotic state that is)!

클루니: 양들이 풀을 뜯어먹는 시골이잖아요(Look at that sheep)!

스윈튼: 하지만 자동차 극장 자체가 짜릿한 흥분을 주지 않나요(isn’t a drive-in all about tingling sensations)? 자동차 극장에선 ‘밤비(Bambi, 아동용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서도 성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상상했거든요.

플러머: 내가 어릴 때는 영화가 없었지. [웃음] 연극무대도 거의 없었어. 라디오 방송도 사실상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하지만 그래도 성적 흥분은 경험했지. 어떤 미디어도 필요 없었어. 하지만 그래도 굳이 이야기하라면 ‘엑스터시(Ecstasy)’의 헤디 라마가 처음이었지 싶군. 정말 대담했어. 정말 그녀의 유두였는지 모르겠어. 아마 헤디의 매력적인 얼굴만 진짜고 몸은 대역이었을거야.

데이비스: 내가 처음으로 본 에로틱한 이미지는 ‘내쉬빌(Nashville)’이었어요. 그 장면—무대에서 완전히 알몸이 되는 가수가 있잖아요?

뉴스위크: 그웬 웰리스.

데이비스: 노래를 부르면서. 그 장면에 크게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나요. 그래서 약간 흥분도 됐고(kind of titillated). 그녀는 몹시 연약했어요. “오, 맙소사,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홀딱 벗다니!” 하고 놀랐죠.

패스벤더: 내 경우는 사실 ‘원더우먼’이었던 것 같아요.

뉴스위크: TV 프로그램?

클루니: 티아라(왕관 모양 머리장식) 때문이었나?

패스벤더: TV 프로그램이요. 옷을 갈아 입을 때의 모습을 보려고 항상 애를 썼거든요(was always trying to capture her between the change). [웃음.] 내게 색다른 일들이 일어난다고 느꼈는데 그게 이해가 안 됐죠. [계속해서 패스벤더는 ‘셰임’에서 큐사인에 맞춰 소변을 보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스윈튼은 카메라 앞에서 잠에 곯아떨어졌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 주제에 관한 전체 대화내용은 thedailybeast.com에 실려 있다.]

좀 더 본격적인 주제로 넘어가 각자 자신의 배역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데이비스는 ‘다우트(Doubt)’의 촬영을 준비할 때 자신이 연기하는 여성에 관한 50쪽짜리 전기를 썼다. 그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가 말했다. “아이, 참. 내가 그 말을 왜 했지? 그러니까 내가 아주 대단한 배우 같잖아요(It makes me sound like such the thespian). 한번 그랬는데 메릴 스트립과 같이 연기하게 되어 겁이 나서 그랬어요. 캐릭터를 이해하지도 못했고. 하지만 배역을 맡을 때마다 그러지는 않아요. 나만의 비결은 없어요. ‘헬프(The Help)’를 촬영할 때 미시시피에 한 달 동안 있었지요. 미시시피에 가봤다면 알겠지만 그 영화는 미시시피에서 찍어야 작품이 살죠.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거든요(It’s a character in and of itself). 미국에는 미시시피가 아닌 지역과 미시시피, 두 지역이 있어요. 미시시피에선 모두가 금니를 박아 넣고, 모두 튀긴 음식뿐이며, 기온이 42℃, 습도 100%인데다 과거를 흘려 보내지 않는 곳이죠(a place that has not let go of the past). 따라서 에이빌린(‘헬프’에서 그녀가 맡은 캐릭터)의 경우 기록을 정리하는 일보다 그냥 환경을 몸으로 느끼는 일이 더 많았어요.”

테론: 사람들은 모든 준비를 한 뒤 세트장에서 장면을 이끌어가죠. 내가 가장 우려하는 건 내가 세트장에서 “연기를 하기” 시작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도 하거든요(There is that amazing thing that can happen sometimes when you’re not doing anything). 그냥 자연스럽게 연기가 되죠. 배역에 몰입할 때 그래요(It’s when you feel it’s under your skin).

클루니: 배우가 제대로 캐스팅되면, 알맞은 역을 맡으면, 제작과정이 갑자기 훨씬 더 수월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플러머: 최고의 감독을 만날 때나 그렇지. 그러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야(That is half the battle). 그럴 때는 적어도 배우가 편해지거든. 배우의 일은 거의 끝난 셈이지. [플러머는 존 헌츠먼이나 엘리아 카잔 같은 거장과는 즐겁게 일했지만 명망 있는 테렌스 맬릭 감독에게는 유독 감정이 좋지 않다(doesn’t have kind words). 2005년작 ‘뉴 월드(The New World)’를 보고 자신의 연기가 상당 부분 잘려나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에게 항의 편지를 써 보냈다.] 그는 스토리에서 모든 사람을 쳐내는 식으로 영화를 편집해. 맬릭의 문제는 작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야.

테론: 나는 촬영이 정말 그냥 편안히 진행될 때(where it’s just really easygoing) 최고의 경험을 했어요. 아무도 암 치료처럼 대단한 일을 하는 척하지 않고 그냥 자기 일을 할 때 말이죠(Where nobody is pretending to cure cancer and you go and do your job). 그렇다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거나 없다는 뜻은 아니고요.

플러머: 바꿔 말해, 즐겁게 연기한다는 말이지.

데이비스: 연기에 관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중요한 점은 연기자가 자신을 버리고 불편함을 각오해야 연기가 제대로 된다는 사실이죠(the discomfort is the comfort). 캐릭터에 빠져들다가 퍼뜩 놀라는 순간 말이에요(when you allow yourself to be in the moment and be surprised).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예측할 길이 없기 때문이죠. 어떤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 자신도 모르는 거예요.

스윈튼: 내가 여기 앉아서 진짜 배우들의 진짜 연기방식에 관한 말을 듣다 보니까 나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an interloper)이라는 생각이 다시 드네요. [‘어바웃 케빈(We Need to Talk About Kevin)’에서의 연기로 이번 시즌 아카데미상 후보로 거론되는 스윈튼은 배우라는 호칭이 당혹스럽다고 종종 말해 왔다. 그녀의 행동은 뭔가 다르기 때문이다.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a true bohemian) 그녀는 연기경력을 쌓기보다 전체적인 영화제작 경험에 항상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를 “공장조립 영화(industrial movies)”로 부른다.] 갈수록 직업 배우들에게 경외감을 느껴요(in awe of professional actors). 나는 예술창작일을 하다가 이쪽으로 건너왔죠. 내가 처음 일을 배운 영화제작자들은 끊임없이 내게 연기자 교육을 시키며 무엇보다 영상 화면을 의식하도록 했죠. 그리고 나는 어떤 장면에 내 팔꿈치만 나온다는 사실을 알면 딱 그만큼만 보여주거든(if I know that all that is in the shot is my elbow, that’s all I’m going to give). 그런 면에서 나는 엄청 게으른 셈이죠.

클루니: 개인의 연기비결이 무엇이든 다른 사람들의 작업방식에 영향을 줘서는 안 돼요. 내가 작업했던 몇몇 촬영장에선 “이봐, 나는 자네처럼 일하지 않아(Dude, I don’t work the way you work)”라고 쏘아붙이더라고.

패스벤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안 되죠(Whatever it takes).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바나나를 먹든 다른 어떤 습관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자기 방식에 맞추려 해서는 안 되죠(you don’t want to be making other people go through your process). 재미가 있어야 해요.

스윈튼: 그리고 영화제작은 사실 마술사의 연막이나 거울과 매우 흡사해요(it is so smoke and mirrors). 아주 실제적이고 대단히 기술적이거든. 모두 함께 영화를 만들지만 50대1의 비율로 배우보다 기술자가 많죠. 따지고 보면 배우도 기술자인 셈이에요(are a technician at the end of the day). 마이크가 어디에 있는지 염두에 둬야 하고 마이크 헤드 교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 동료들이 힘들어지죠. 그러니까 그냥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단역 배우(an actor cast in a small part)가 주어진 역할보다 더 많은 걸 보여주려(to make more of the role than it is) 애쓸 때의 위험에 관해 클루니가 말한다. “때로는 초인종을 누른 뒤 ‘피자 왔어요’라고만 하면 되는 역할도 있거든. 그런데 감독에게 ‘부모가 알코올 중독자라서 피자 배달을 한다고 하면 어떨까요’라고 의견을 내놓기 시작하는 거야. 그러면 감독은 ‘자네는 그냥 피자만 배달하면 돼. 피자라는 말만 해’라고 면박을 주죠.”

테론은 함께 일하면서 거들먹거리던 배우들을 떠올리며 갑자기 흥분했다(gets worked up). “일하러 왔으면 그냥 하면 되지. 그 망할 초인종만 누르란 말야. 문제는 영화제작에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든. 배우만 있는 게 아니잖아(It’s not just about actors). 아주 많은 사람이 관련돼 있어요. 그들에게는 일이야. 그들은 어떤 한 사람의 온갖 헛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죠. 카메라맨의 조수(focus puller)가 ‘맙소사, 오늘 설사가 심하네. 일하기 힘들겠는데’라고 말하지는 않잖아요. 그냥 주어진 일을 하지.”

“아주 위험한 배우로 두 부류가 있죠”라고 데이비스가 말했다. “하나는 아직 경력이 많지 않지만(just haven’t put in the time yet) 아주 어린 나이에 성공을 경험한 경우예요. 그들은 연기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죠. 또 하나는 40~50년 동안 연기생활을 해왔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을 괴롭히는 거죠(so they want to punish you). 나는 나이 든 불만투성이 배우들을 겪어봤어요.”

“하지만 ‘헬프’는 이른바 나의 첫 주역이었어요. 그 전에는 이틀 정도만 나가면 되는 역을 맡아 ‘피자 왔어요’나 ‘그 사람 저쪽으로 갔어요(He went thataway)’라고 말하면 그만인 단역이었죠. 캐릭터의 배경설명을 덧붙이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되죠. ‘엄마가 나를 죽도록 두들겨 팼기 때문에 정말 화가 나서 피자 배달을 한다’고 말이에요.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거든요. 자신의 캐릭터에 뭔가를 불어넣고 싶어져요(You want to infuse the character with something). 어쨌든 거기에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죠.”

배우의 자존심 문제에 관해서 클루니도 경험이 있다. “때로는 약간의 성공을 거두고 나서 대단한 인물인 양 거들먹거리는 경우도 있어요(you get a modicum of success and then it becomes about the weirdest shit). 나는 켄터키 출신이죠. 그곳 사람들은 트레일러(이동주택) 생활을 하지 않으려 애써요. 2량을 연결한 트레일러에서 산다고 자랑하지 않거든(don’t brag about being in a double-wide).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세트로 올라와 트레일러가 작다고 화를 내더라고요(그런 일을 실제로 목격했죠). 그럴 때는 내 트레일러를 쓰라고 말해주죠. 솔직히 그건 자랑거리가 아니거든.”

패스벤더는 처음 대형 트레일러를 배정받았을 때를 말한다. “‘방을 구하라고 돈을 다 주네!’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트레일러를 보고는 아차 했어요. ‘망할, 트레일러에서 자면 그 돈이 그냥 굳는 건데 그랬네(I should have just saved the money and slept in the trailer). 정말 근사하잖아. 와! TV, 샤워, 침대 이 안에 필요한 게 다 있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스윈튼은 예나 다름없이 관점이 다르다(has a different take). “하지만 나는 트레일러가 정말 배우들을 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트레일러는 제작자들이 배우라는 상품의 가치를 보호하려는 수단이에요(are for the production to know that the commodity of the actor is being protected). 출연계약을 하고 트레일러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제작자 소유가 되는 거죠(we belong to the production). 그리고 우리는 세트장으로 운반되는 물건이고. 트레일러를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은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에요. 배우가 중요해서도 아니고, ‘와, 내가 큰 트레일러를 받았네. 그렇다면 내 물건이 큰가 보네(Oooh, I’ve got a big trailer, then I must have a big cock)’라고 생각할 것도 아냐.”

“저 사람은 거기서 빼줘요.” 테론이 패스벤더를 돌아보며 말했다.

“예외란 게 있는 법이거든요(There are exceptions).” 패스벤더가 얼굴을 붉히며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나란히 앉은 테론과 패스벤더는 원탁에서 공범자(partners in crime)이자 말썽쟁이, 어린이다. 테론은 자신의 뛰어난 미모를 과시하려 애쓰기는커녕 오히려 술 취한 해병의 말투로 깎아 내린다(wears her great beauty casually, and plays off it with her drunken-sailor’s tongue). 패스벤더는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다가 어떤 때는 진지한 학생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데이비스가 젊은 백인 남성 관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계에서 흑인 여배우가 겪는 명백한 사실들을 유창한 언변으로 설명하자 귀를 바짝 세우고 경청한다(all ears).

“기본적으로 배역이 많지 않아요. 내 말은 나는 할리 베리의 외모를 닮지 않은 46세의 흑인 여배우라는 뜻이죠. 그런데 할리 베리도 고전하는 중이잖아요(is having a hard time). 주연 역할이 많지 않거든요.”

테론이 끼어든다. “잠깐 할 말이 있어요(I’m going to have to stop you there for a second).”

“왜, 내가 할리 베리처럼 예쁘다고 생각해요?”

“아니요. 끝내주게 섹시한데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죠(You have to stop saying that because you are hot as shit). 정말 아름다운 외모거든요.”

“고마운 말이지만 내가 어떤 이미지로 비치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인식하거든. 그리고 나 같은 외모의 여성에게 어울리는 역할은 많지 않죠.

그래서 피자배달 얘기도 한 거고….” 원탁좌담 참석자 중 데이비스가 스크린에서 로맨틱한 애정관계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유일한 배우라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러나 원탁좌담에서 비주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데이비스가 아니라 스윈튼이다.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여자 쌍둥이처럼 생긴 스윈튼은 영화업계의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positions herself outside the industry box). 다른 몇몇 배우는 홍보 담당자와 함께 왔지만 그녀는 18세 연하의 ‘애인(sweetheart)’인 미술가 산드로 콥을 동반했다. 스윈튼은 오늘 모임에 뽑힌 게 약간 어리둥절한 듯하다. 어쨌든 그녀는 아카데미상 트로피(오스카)를 에이전트에게 줘버린 사람이니까 말이다(is a woman who gave her Oscar away to her agent).

스윈튼: 그걸 왜 남에게 줬냐고? 에이전트에게 빌린 돈이 좀 있었거든(I owed him some money). [웃음.] 모르겠어요. 그게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이비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플러머: 집의 실내장식과 어울리지 않아서가 아니고(It wasn’t because it fought the decor of your house)?

스윈튼: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집에 가져가서 두어 주 동안 주방 식탁에 놓아뒀다가 캘리포니아의 에이전트에게 돌려보냈죠.

테론: 나는 오스카를 끼고 자는데. 내가 잘못됐나?

클루니: 나는 차 보닛 위에 올려놨어(I put mine on the hood of my car). 그게 나쁜 짓인가?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크래프톤 5민랩, ‘킬 더 크로우즈’ 닌텐도 스위치 버전 출시

2돌싱남 ‘생동감 증진’, 돌싱녀 '경제력 보완'...재혼 목적 달랐다

3현대건설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 독보적 존재감 굳혀

4티웨이항공, ‘파독 근로자’ 고국 방문 행사 동행

5"변비약에 벌레 섞은 밥까지"...서울시, '장애인 학대의혹 인터넷 방송인' 고발

6"그 돈이면 해외 간다"…외면받는 국내 여행

7에이치에너지, 400억 규모 Pre IPO 투자 유치 성공…일본 시장 진출 가속화

8SK도 점찍은 ‘방사성 의약품’…셀비온·듀켐바이오 코스닥 상장도전

9홍콩반점, 블리자드와 협업...디아블로 IV 아이템 쏜다

실시간 뉴스

1크래프톤 5민랩, ‘킬 더 크로우즈’ 닌텐도 스위치 버전 출시

2돌싱남 ‘생동감 증진’, 돌싱녀 '경제력 보완'...재혼 목적 달랐다

3현대건설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 독보적 존재감 굳혀

4티웨이항공, ‘파독 근로자’ 고국 방문 행사 동행

5"변비약에 벌레 섞은 밥까지"...서울시, '장애인 학대의혹 인터넷 방송인' 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