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 Book -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Econo Book -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불황으로 기업이 어려워지면 우리네 CEO는 경영쇄신과 성공학 관련 책을 집어든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의 CEO는 마르크스 자본론을 강독한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마르크스의 비판적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위기탈출의 해법을 찾는 것이다.
우리 풍토에 그런 것을 기대하거나 권할 수는 없어 보인다. 대신 지난해 1월 서점가에 깔린 이후 꾸준히 팔려나가는 경제사학의 거두 로버트 L. 하일브로너의 대표작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The Making of Economic Society)』를 펼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책은 1962년 초판 이후 40년 넘는 세월 동안 개정과 증보를 거듭함으로써 ‘살아 있는 경제사 고전’으로 불린다. 산업혁명·대공황·뉴딜정책 등 자본주의 역사의 굵직한 전환점은 물론 오늘날 중국의 폭발적 성장과 정보기반 사회의 변화까지 다 아우르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그의 동료학자이자 공저자인 윌리엄 밀버그는 “자본주의는 스스로 고유한 구조와 논리를 가지고 있지만 또한 다른 사회적 힘에 이리저리 떠밀리면서 변화하는 것이라는 게 하일브로너의 주장”이라면서 “사회주의의 실패가 경제가 아닌 정치적 이유 때문인 것처럼 자본주의 역시 그런 정치적 의지와 수단에 의해 성패가 갈릴 것으로 봤다”(8쪽)고 지적했다.
하일브로너는 책에서 자본주의를 추동하는 사회적·심리적·도덕적 지평을 두루 살핀다. 신자유주의와 경제의 전지구화를 논하면서 저발전 및 빈곤, 국제분쟁, 생태적 과부하 등도 같이 얘기하고 있다. 사회변화를 이해하려면 경제가 묻어 들어 있는 사회적·도덕적 맥락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하는 경제사회의 임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생존을 위해 충분한 양의 재화·용역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직하는 것, 다른 하나는 생산의 결실이 추후 더 많은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분배·안배하는 것이다. 키워드는 결국 생산과 분배,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좌충우돌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과제다.
이에 하일브로너는 생산과 분배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전통·명령·시장 세 가지를 거론한다. 자본주의 맹아와 발전도 이 흐름에서 설명 가능하다. 고대·중세에도 시장과 화폐는 있었지만 관습과 권력자의 명령을 통해 이뤄졌다. 게다가 중세엔 이윤추구가 종교적 죄악으로 간주될 정도였다.
이처럼 전통과 명령에 복속되어 있던 경제적 장치들은 시장의 자극과 지도를 받으며 탄력성을 갖게 됐다. 여러 개의 이념과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시장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의 강력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시장이야말로 가장 세련되고 흥미로운 경제 메커니즘이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건만 광산에는 광부가, 공장에는 노동자들이 생겨난다. 옷감생산을 시장이 알아서 돌보는 것은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모든 개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결국 사회 전체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은 또 어찌된 일인가?”(43쪽)
책은 자본주의를 경제학 교과서의 추상적이고 완결된 이론 속에 가두려 들지 않는다.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경제 현안을 관통하지만 어떤 결론에 도달할 의지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물론 딱 떨어지는 해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일브로너는 복잡하고 상충된 가치사슬 속에서 자본주의는 정치적·사회적 압력에 부대끼면서 변화를 거듭할 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인간의 가치가 최고도로 실현될 수 있는 최상의 형태로 자본주의를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보다 더 환상적인 지향점이 있을까?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점령시위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관점을 책에서 찾아볼 길이 없다. 하일브로너가 이 책의 12판 개정작업 중이던 2005년 85세로 타계했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그가 책 말미에 독자들이 꼭 챙겨가길 원하며 남긴 한 구절로 달래야 할 것 같다. “자본주의는, 비록 한 사회질서가 독특한 제도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미래는 아주 다양한 가능성을 향해 넓게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유용하다.”(562쪽)
하일브로너는 1989년 <뉴요커> 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공식적으로 75년도 안 되는 세월의 대결을 끝냈다. 자본주의가 이겼다. 자본주의는 인류의 물질적 재원을 사회주의보다 더 만족스럽게 조직한다”는 칼럼을 썼다. 비판이 쏟아졌는데 끝내 진보경제학자의 변절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변절이 아닌 ‘자기수정’이라는 평이 더 우세했다. 2005년 타계 때 여러 오비추어리는 그에게 ‘진실을 말하는 자’란 칭호를 헌사했다. 지금 벼랑에 몰린 자본주의는 자기수정을 거듭하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진화하고 있을 테다. 뉴요커>
아시아 미래 대예측
아시아 시대 도래의 조건책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아시아의 미래를 그린다. 역동적인 성장을 이어 ‘아시아 시대’가 도래한다는 가정과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고 말 것이란 가정이다. 책은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말한다. 하지만 대응에 따라서는 제자리 걸음을 할 수도 있다. 본격적 아시아 시대를 위한 과제와 해결책을 담았다.
▒ 위즈덤하우스 031-936-4024 2만3000원
부메랑
재정위기 국가의 숨은 진실저자는 유로존 국가의 재정위기가 예고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경제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직접 유럽 재정위기국을 방문해 현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철저한 제3자의 시선으로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한다. 아이슬란드와 그리스, 아일랜드 등을 방문해 그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
▒ 마이클 루이스 지음
▒ 비즈니스북스 02-338-9449 1만5000원
자본주의적 인간 중국 남부인
그들의 종교는 돈이었다저자는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광둥성 등 중국 남부가 중국의 경제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3년 여간 홍콩에 머물며 남부의 사람들을 철저하게 연구했다. ‘돈’을 종교처럼 섬기는 이들을 파악하면 중국의 경제가 보인다. 책은 남부인들이 자본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된 역사부터 오늘의 생생한 모습까지를 담았다.
▒ 정재용 지음
▒ 리더스북 02-3670-1046 1만5000원
경제고전
고전에서 찾는 경제문제 해법일본 게이오대학의 인기강의인 ‘문제해결을 위한 경제고전’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10권의 경제고전을 다뤘다. 단순한 고전 해설이 아니다. 철저하게 현실경제와 연결해 문제의 해결책을 고전에서 찾아나간다. 난해하고 읽기 어려운 고전을 읽기 쉽게 풀어낸 것이 책의 장점이다.
▒ 북하이브 02-3144-1926 1만5000원
가난한 집 맏아들
한국의 경제정의를 묻다저자는 경제문제의 핵심인 양극화에 직면한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대한민국의 경제정의는 무엇인가.” 과거 성장격동기부터 현재의 양극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해결책을 담았다. 생생한 실제 사례를 함께 곁들여 설명한다. 절박한 99%의 삶을 다루지만 절대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수치로 분석해 낸 것이 책의 매력이다.
▒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02-360-4554 1만3000원
성장 자본주의의 종말
자본주의 속에서 환경 챙기기자본주의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특성을 파악해 필요한 부분만 변화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고쳐나가야 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 조너선 포릿 지음
▒ 바이북스 02-333-9077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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