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이코노미 시대 - 씀씀이 큰 싱글족 비즈니스 트렌드 바꿔
솔로 이코노미 시대 - 씀씀이 큰 싱글족 비즈니스 트렌드 바꿔
‘솔로 이코노미(1인 가구 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 1인 가구는 4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의 24%에 이른다. 1인 가구는 경제적 관점에서 매력이 있다. 높은 구매력으로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어서다. 미국 1인 가구의 연평균 지출은 2인 이상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6000달러 많은 3만4000달러에 달했다. 중국 소비시장을 이끄는 주역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소황제(小皇帝) 1세대’다. 국내에서도 골드미스가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다. 국내 1인 가구의 32%는 60세 이상 노령층이다. 이들 대부분은 직장이 없고 빈곤에 허덕인다. 1인 가구의 빛과 그림자를 짚었다. 솔로 이코노미 시대에 걸맞은 비즈니스와 창업·재테크 전략도 살펴봤다.프리랜서 MC로 일하는 윤계연(33·여·가명)씨는 요즘 말로 ‘골드미스’(학력·외모·경제력은 뛰어나지만 혼자 사는 30대 중·후반 커리어우먼)다. 7년째 사귀고 있는 애인이 있지만 결혼할 생각은 딱히 없다. 남들이 ‘노처녀’라고 핀잔을 줘도 윤씨는 행복하다. 혼자 살아서인지 돈 걱정이 별로 없다. 양육 부담도 없다. 그의 연봉은 약 1억원. 3억원 상당의 오피스텔과 고급차도 있다. 그는 “버는 만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지금이 더 편하다”며 “현재로선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최영숙(51·가명)씨는 8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 자녀는 물론 친척까지 나서 뜯어말렸지만 최씨는 “더 이상 ‘밥순이’로 살기 싫다”며 이혼을 택했다. 그는 남편과 법적으로 헤어지면서 108.9㎡(약 33평) 규모의 아파트를 위자료 명목으로 받았다.
이혼율 급증, 1인 가구 늘어나혼자 살기에 집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 그는 2년 전 아파트를 팔고 작은 오피스텔을 분양 받아 이사했다. 이 과정에서 1억여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그는 이 돈으로 작은 꽃가게를 열었다. 최씨의 ‘솔로 이코노미(1인 가구 경제)’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1인 가구는 400만 가구(414만 가구·전체의 23.9%)를 넘어섰다(표 참조). 2000년 200만 가구를 넘은 뒤 10년 만에 2배로 증가한 것이다. 1980년과 1990년 1인 가구는 각각 38만 가구, 102만 가구였다.
1인 가구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이혼율이 높아져서다. 이혼 후 혼자 사는 인구는 20년 새 13배로 늘어난 160만명(2010년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혼율은 1995년 6.2%에서 2010년 13.4%로 7.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45세 이후의 이혼율이 크게 늘었다. 1995년 15.7%였던 45~59세 이혼율은 2010년 34.7%가 됐다. 60세 이상의 황혼 이혼율은 같은 기간 1.4%에서 7.1%로 증가했다.
혼인율이 이전보다 떨어진 것도 1인 가구 증가의 한 요인이다. 실질임금 하락·물가급등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은퇴교육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생애 미혼율(50세까지 결혼하지 않는 비율)은 전체 인구의 5%로 조사됐다. 20년 전보다 2.5배로 늘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26.7%, 영국은 29%(이하 2010년 기준)다. 노르웨이는 39.7%에 이른다. 네덜란드는 3가구 중 1가구가 싱글이다. ‘가족문화’의 뿌리가 깊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도쿄의 가구당 인구수는 올해 들어 2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올 1월 도쿄의 인구는 1268만6067명, 가구수는 636만8485가구로 역대 최다였다. 하지만 가구당 인구는 1.99명에 불과했다. 도쿄의 가구당 인구는 1957년 4.09명에서 계속해서 떨어지다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2명 선을 밑돌았다. 젊은층 독신자가 증가한 데다 배우자를 잃은 고령 독신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전국부녀연합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싱글족(族)은 1억80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14%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1인 가구 증가현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여성지위 강화, 경제환경의 변화 등을 감안할 때 1인 가구는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증가추세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관점에서 1인 가구는 문제가 있다.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의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는 “도쿄의 가구당 인구가 2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1인 가구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2010년 미국 1인 가구의 연평균 지출은 3만4000달러였다. 2인 이상 가족의 1인당 지출 2만8000달러보다 많았다. 50% 이상이 솔로라는 중국의 ‘소황제 1세대’는 중국시장을 이끄는 핵심 소비자다. 소황제 1세대는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에 따라 1979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싱글족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20~30대 독신여성이 문화·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떠올랐다”며 싱글경제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네덜란드 통계청(CBS)은 지난해 “혼인·출산율의 감소와 고령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2060년에는 총 가구의 4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사회문화연구소(SCP)는 “싱글족은 충동 구매율이 높기 때문에 럭셔리 상품과 엔터테인먼트 제품에 대한 구매수요가 높다”고 분석했다.
2060년 총 가구의 44% 전망1인 가구의 경제력이 주목 받으면서 기업 비즈니스의 트렌드 역시 바뀌고 있다. 많은 기업이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무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기자동차 ‘닐스’를 공개했다. 미래의 도심 출퇴근 운전자를 겨냥해 개발했는데 1인승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스즈키와 BMW도 1인승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모두 솔로를 겨냥한 자동차들이다.
롯데백화점은 올 2월 열린 혼수 가구 박람회에서 10%를 1인용 가구로 채웠다. 행사를 알리는 쿠폰북에도 처음으로 1인용 가구 상품을 소개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가구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며 “이는 1인용 가구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전제품 시장에도 소형화 바람이 일고 있다. 1인용 전기매트·미니 온풍기 등이 날대 돋친 듯 팔리고 있다. 100L 미만의 1인용 냉장고와 6㎏ 미니 세탁기도 인기다. 한 전자제품 매장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전력소비가 적은 소형 전자제품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각 전자제품 업체들은 소형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은 오피스텔이 급격히 느는 등 1인 가구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서울 시내 오피스텔 공급 물량은 2009년 1035실에서 지난해 1만775실로 약 10배로 늘었다. 도시형 생활주택 역시 같은 기간 786가구에서 2만4300가구로 늘어났다.
국내 빈곤인구 중 23.6% 1인 가구1인 가구 증가가 긍정적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것만은 아니다. 국내 1인 가구는 양극화가 심각하다. 골드미스 등 잘 사는 1인 가구가 있는 반면 빈곤층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빈곤인구(1인당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의 23.6%가 1인 가구였다. 1인 가구의 월세 비중이 42.5%에 이른다는 통계(통계청·2010년)도 발표됐다. 4인 가구의 월세 비중은 11.6%였다.
특히 국내 1인 가구 중에는 노령층이 많다. 통계청의 연령별 1인 가구 비율을 보면 60세 이상은 132만630가구로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1995년 60세 이상의 1인 가구수는 48만323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 노령층은 대부분 빈곤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6.6%로 OECD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OECD 국가의 평균치인 30.7%보다 훨씬 높다. 독일(15.0%)·영국(17.5%)·프랑스(16.2%)·스웨덴(13.0%)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10%대다. 미국(41.3%)·일본(47.7%)도 우리보다 한참 낮았다.
어느 분야든 일하지 않는 노령층이 많으면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효수요가 하락하고 복지 수준 유지를 위한 사회비용이 증가해서다. 연금·건강보험 재정의 부담도 커진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노령층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노령층을 국가인력개발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노령층의 고용창출을 위해 연령에 의한 고용차별금지법과 고령노동자 이익보호법을 만들었다.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면 나빠진 재정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일본은 2007년부터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일본 기업 가운데 정년을 70세로 정한 곳이 전체 기업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거노인을 포함한 국내 노령층은 갈 곳이 많지 않다. 퇴직 후 재취업에 실패해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노인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례를 보자. 독거노인 김정곤(69·가명)씨는 지난해까지 공용주차장 관리인으로 일했다. 지인의 소개로 퇴직 후 4년 가까이 일했지만 올 6월 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해고된 지 9개월. 아직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김씨는 생활비 걱정이 크다. 2008년 3년 간의 암 투병 끝에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 치료비로 모아둔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
생활비가 떨어진 김씨는 두 달 전 월세 15만원에 단칸방으로 이사했다. 김씨는 “마지막 재산인 보증금마저 뺀 상황인데 이마저도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혜영 교수는 “1인 가구를 유형별로 나눠 별도의 복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독거노인에 대한 세밀한 복지·안전대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하고, 이것이 빈곤한 1인 가구 지원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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