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Fund Review] 묵은 펀드 vs 새내기 펀드 뭘 고를까
[Weekly Fund Review] 묵은 펀드 vs 새내기 펀드 뭘 고를까
장기 운용 성과를 가지고 있는 펀드에 투자해야 할까, 아니면 과거 성적표는 없더라도 시장 상황에 맞게 설계된 새내기 펀드에 투자하는 게 나을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설정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4월3일 기준으로 5년 수익률이 100%를 넘긴 건 모두 7개였다. 마이트리플스타펀드가 5년 수익률 153.83%로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투자퇴직연금네비게이터펀드와 알리안츠Best중소형펀드가 각각 122.74%, 121.85%로 그 뒤를 이었다.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펀드와 삼성퇴직연금액티브펀드,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 KB퇴직연금펀드 등도 5년 수익률이 100%를 웃돌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이 62.79%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우등생 펀드다. 이들 7개 펀드는 5년 수익률뿐만 아니라 1, 2, 3년 수익률도 모두 평균치를 웃돌았다. 이들 펀드가 설정된 때는 2005~2006년. 결국 펀드 수익률은 운용 기간보다는 설정 시점에 따라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1400선 안팎으로 상승세를 타기 직전 주식 매수에 나서게 되면서 더 높은 수익을 거둔 것이다. 특히 마이트리플스타펀드는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 운용사의 펀드라는 점에서 큰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장·단기 수익률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로도 2010년 상위 4%, 2011년 상위 2%를 기록했다. 국내 펀드 열풍을 몰고 왔던 미래에셋 인디펜던스펀드와 디스커버리, 3억만들기 펀드 시리즈는 5년 수익률이 대부분 50% 이하로 평균 수익률을 밑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급락한 이후인 2009년에 설정된 펀드 중에서도 슈퍼 루키로 떠오른 게 있다. KB밸류포커스펀드와 현대현대그룹플러스펀드는 ‘묵은지 펀드’를 제치고 2년 수익률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했다. 전체 펀드를 통틀어 2년 수익률이 50%를 넘긴 것은 이 두 개 펀드를 포함해 3개가 전부다. NH-CA 1.5배 레버리지인덱스펀드와 같이 이전에 없던 전략을 활용한 상품도 2년 수익률 24.37%로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면 새내기 펀드의 선전이 더 두드러졌다.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펀드는 2010년 9월에 설정된 동부파워초이스펀드로 수익률이 무려 14.0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34%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 3, 4위도 키움작은거인펀드, KB밸류포커스펀드, KB연금가치주펀드 등으로 모두 2010~2011년 상반기에 만들어졌다.
이제 막 설정된 지 1년이 지난 펀드들의 성적은 어떨까. 이들 상황은 좋지 못했다. 국내 펀드시장에서 개인들의 투자 성향이 단기화되면서 설정된 지 1년 안팎인 펀드에서 특히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다. 이들 펀드들은 수익률이 회복세를 보인 10월 중순 이후부터 설정액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당시 26조원이던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12조원으로 감소했다. 3월 말 기준 7조7000억원까지 설정액이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부터 4월까지 나왔던 신규 펀드 중 절반의 설정액이 50억원에 못 미치는 ‘자투리 펀드(소규모 펀드)’ 수준이다. 자본시장법상 설정 1년 이후에도 규모가 50억원 미만이면 임의해지 대상에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펀드는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1년차 펀드 중 수익률이 평균을 웃돌고 덩치도 50억원 이상 키운 펀드는 키움작은거인펀드, IBK삼성그룹펀드, 트러스톤제갈공명펀드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들어 펀드의 신규 설정은 크게 줄었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기존 펀드에서도 돈이 빠져나가는 판에 펀드를 새로 만들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설정된 펀드들처럼 자금이 잘 모이지 않을 경우 자투리 펀드가 돼 청산될 리스크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말까지 설정된 펀드는 통틀어 29개에 그쳤다. 국내외는 물론 주식형과 채권, 혼합형을 다 합친 게 이 정도다. 펀드 설정이 주춤했던 지난해도 월평균 23개 펀드가 출시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환매가 지속되고 있다. 올 들어 4조6000억원이 순유출 됐다.
지금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봤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그나마 분할매수 펀드 같은 틈새 상품만 일부 설정됐으며, 나머지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펀드를 떠났다. 지수가 하락해 저가 매수 시점이 되거나 아예 상승세로 방향을 잡지 않는다면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ELS 발행 규모는 전월 대비 8703억원 증가한 5조5206억원으로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순 설정 기간보다는 수익률을 비롯해 여러 요소를 검토해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최근처럼 펀드 수익률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게 마련이다. 펀드 환매가 지속되면서 일반 펀드의 적극적인 운용이 어려워졌고, 몇몇 대형주가 장을 이끌면서 펀드에 따라 수익률 격차 역시 벌어졌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성과 부진을 이유로 펀드를 교체할 필요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나타낸 펀드라면 운용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투자나 교체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펀드수급과 업종, 종목을 고민해 봐야 한다. 먼저 수급. 펀드에서 환매가 지속된 2009년 이후 펀드수급과 수익률을 살펴보면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적거나, 또는 유입될수록 수익률이 더 좋았다. 포트폴리오 운용에 있어 자금이 유출되는 펀드보다는 탄력적인 운용과 적절한 시장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같은 장에서는 특히 업종과 종목 포트폴리오가 중요했다. 연초 이후로는 삼성전자의 초강세에 따라 삼성전자 편입 비중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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