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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essay]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CEO essay]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원로 코미디언 송해씨가 출연한 기업광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에서 뛰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그의 친숙한 이미지로 중장년층 고객확대에도 기여했다고 한다.

송해씨의 대표적 이미지는 ‘전국노래자랑’의 명사회자이다. 전국을 돌며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소탈하고 구수하게 이끌어내는 연륜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40대 중반이 넘은 세대는 그에게서 ‘웃으면 복이 와요’를 떠올린다. 구봉서, 배삼룡, 이기동 등 간판스타들과 함께 송해, 박시명, 이순주 등 조연급이 받쳐준 탄탄한 구성으로 우리나라 코미디의 기반을 닦은 프로그램이다.

10여년 전 IT 열풍이 불 때 젊은 세대의 감각 이해하기는 일종의 트렌드였다. 노래방에서 CEO가 직원들의 최신 유행곡을 따라 부르면서 새로운 감각을 느끼는 것을 필수과제로 삼던 시절이다. 나는 신세대들의 감각을 이해하기에 코미디가 적격이라고 생각하면서 당시 인기를 끌던 개그콘서트의 애청자가 됐다. 1969년 ‘웃으면 복이 와요’ 시작 이후 정확히 30년이 흐른 1999년 선을 보인 개그콘서트는 코미디의 암흑기에 나타난 기대주에서 지금은 ‘웃으면 복이 와요’ 전성기를 능가하는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발전했다. ‘개그맨 수명은 3개월’이라는 개그계의 속설처럼 유머는 두세 번만 들어도 식상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12년을 이어오면서 계속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오랜 기간 꾸준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참 개그맨의 노하우가 궁금하게 마련이다. 신문·잡지들이 앞다투어 분석하는 프로그램의 성공비결은 경쟁-협업-기획으로 압축된다. 공정하고 치열한 시장경제, 구성원들의 협업과 팀워크, 긴 안목의 기획력이라는 3박자가 전국노래자랑 다음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는 해석이다.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면서 ‘개콘’이라는 애칭이 보통명사처럼 받아들여지면서 개콘은 이제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각됐다.

주말에 개그콘서트를 즐겨보면서 특히 김준호, 박성호, 김대희의 3명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수많은 스타가 떠오르고 떠나가는 와중에, 초창기부터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새로운 코너를 선보이는 이들의 저력에 경탄한다. 항상 인기를 유지했지만 간판스타는 아니었던 이들이 꾸준한 노력으로 입지를 확보하고 후배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코너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팀워크를 형성하고 프로그램의 DNA를 만들어가는 이들 장수 개그맨들이 오늘날 성공의 기초체력이 됐다고 느낀다.

‘웃으면 복이 와요’ 출연자 중에서 현재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은 송해씨가 유일하다. 구봉서, 배삼룡과 같은 간판이 아닌 조연이 오히려 생명력은 더 길었다. 개그콘서트 역시 당대의 간판들보다 더욱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는 장수 개그맨들도 대표주자는 아니었다. 사업에서도 인생에서도 천천히 꾸준히 가는 것의 중요함을 원로 코미디언과 신세대 개그맨을 통해서 다시금 실감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2003년 개봉된 영화 ‘황산벌’에서 조직의 존망을 걸고 승부에 나선 신라장군 김유신의 투지와 고뇌를 상징하는 명대사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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