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외환과 하나 돼 글로벌 Top 50 이룬다
[SPECIAL INTERVIEW]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외환과 하나 돼 글로벌 Top 50 이룬다
좌 ‘외환’, 우 ‘하나’. 지난 5월17일 하나금융지주가 있는 서울 을지로 입구 하나HSBC생명빌딩 1층에서 바라 본 모습이다. 왼쪽 맞은편엔 외환은행이 있고, 오른쪽 길 건너엔 하나은행이 보인다. 5월초 하나금융 100여명의 임직원은 하나은행 본점을 떠나 하나HSBC빌딩으로 옮겼다. 과거 하나은행이 인수한 보람은행 건물이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 경영을 하겠다’는 김정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김 회장 사무실이 있는 15층으로 올라갔다. 은은한 베이지톤의 인테리어가 푸근해 보였다. 생각보다 방이 크지 않고 소박했다. 복도에서 몇 발자국 떼자 익숙한 녹색 문패가 보인다. 김 회장의 영문 이니셜을 딴 ‘조이 투게더(Joy Together) 룸’. 은행장 시절부터 김 회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방문을 활짝 열어뒀다.
지난 3월26일 회장 취임 이후 그는 업무 파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든 스케줄을 분 단위로 잡고 있다는 게 비서실의 설명이다. 언론과 인터뷰도 이 날이 처음이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김 회장이 넥타이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방문을 나왔다.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목 감기가 심한 듯 목이 꽉 잠겨 있었다. 걱정스럽게 목 상태를 묻자 “말을 많이 해서 쉬었다”며 따뜻한 녹차를 마셨다.
“요즘 계속 부서별로 업무 보고를 받고 있어요. 워낙 자회사가 많다 보니 얘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지방 행사도 많고요. 오늘만 해도 아침 7시에 조찬 다녀 온 뒤 줄곧 업무보고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만 그래요. 꼴뚜기도 한철이라고(웃음).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겠지요. 허허허”
지주사도 옮기셨네요.“하나은행에 있으면 하나은행 편든다고 할 테고 외환은행에 있어도 마찬가지고요. 아예 중간에서 중립 경영을 하겠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별도 독립법인으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인원·점포망·급여 역시 감축 없이 그대로다. 5년 후 상호협의를 통해 합병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 지붕 두 은행 체제다.
회장실이 작아진 거 같은데요.“완전 옹색해졌어요. 겉은 홀쭉해졌는데 그래도 마음은 아주 뚱뚱해졌어(웃음).”
특유의 유머는 여전했다. 실제 김 회장을 만나보면 마음씨 좋은 시골 아저씨가 떠오른다. 화통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따르는 후배가 많다. 외환은행 지분 인수 후 마무리 투수로 그가 적격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하나은행의 창립 멤버지만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쳤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1992년 하나은행으로 옮긴 후 송파지점장, 중소기업부장, 가계영업점 총괄 본부장 등을 거친 ‘영업통’이다. 하나대투증권 사장과 하나은행장을 지내며 경영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나금융의 발전을 위해 가장 주력할 게 뭔가요.“2000년에 김승유 회장님과 하나의 미래를 설계했습니다. 그때 나온 게 바로 ‘2015년 글로벌 톱 50’ 달성입니다. 50위까지 가는 데 벌써 12년이 지난 거 아닙니까. 오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해야죠. 자산 400조원, 자기자본 30조원에 이르면 가능할 거예요. 그보다 더 크게 될 수도 있어요. 한편으론 더 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질 겁니다. 외형이 커진다고 덩달아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경영 슬로건으로 ‘건강한 하나, 해피 투게더’를 제안했습니다. 임직원 모두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고 건강한 하나금융그룹을 만들어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자는 거죠.”
김정태 회장은 ‘건강한 하나, 해피 투게터’를 사회공헌 활동으로 확대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와 음식물을 줄이는 자원절약 캠페인을 한다. 그 역시 ‘차량5부제’를 실천한다. 5일에 한 번씩은 집이 있는 반포에서 회사까지 지하철로 출근한다. 회사 계열사 식당들과는 아예 음식물쓰레기 10% 줄이기 실천협약을 맺었다.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사무실 전등 소등, 옥외 간판 점등시간 단축, 일회용품 사용 자제 등 실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있다.
외환이 손 내밀 때까지 기다린다
올해 하나금융의 가장 큰 이슈는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이다. 그 동안 취약했던 기업금융에 날개를 달았다. 외환은행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발휘해 왔다. 개인금융이 강한 하나은행과 기업·글로벌 부문에서 역량을 키운 외환은행이 시너지를 낼 경우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국내 영업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두 은행의 점포를 합하면 1012개로 국민은행의 1162개 다음으로 많다. 특히 중복지점이 30~40개에 불과해 영업망 확대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외환은행과 어떤 방식으로 화학적 결합을 할 지 관심이 높아요.“다들 ‘당장 뭔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인데요. 옛날처럼 술 마시고 체육대회를 한다고 화학적 결합이 되는 게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열린 마음은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 됩니다. 그 마음은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되고요.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다 보면 자신이 자랑스럽고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리더로서 직원들에게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융합은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되는 겁니다. 다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 5년 간 투 뱅크체제로 가지만 장기적으로 통합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투 뱅크 체제라고 남처럼 지내는 게 아니지요. 외환은행의 장점을 하나은행에 도입하고, 하나의 장점을 외환과 나누는 겁니다.”
그렇다면 외환은행이 하나은행보다 연봉이 더 많은데 그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계획인가요.“실상을 몰라서 하는 얘기입니다. 급여체계가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들여다 봤는데요. 조직의 인적 구성이 달라서 그래요. 외환은행의 직원 근속 연수가 더 오래됐기 때문에 급여가 높은 겁니다. 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돈을 주면 됩니다. 외환은행이 보너스가 높긴 해요. 실적이 좋으면 더 가져가는 게 맞지요. 오직 나타나는 성과를 따져 그 성과에 어울리는 보상을 해 줄 겁니다.”
두 은행간 경쟁이 과열 될 염려는 없을까요.“초기엔 두 은행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죠. 시간이 지나면 그런 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하나금융의 자회사라는 인식이 강해질 겁니다. 간혹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두 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것은 ‘지주 지붕 아래의 독립 보장’입니다. 지주회사 안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나중엔 통합이 되겠죠.”
지난 2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곧바로 미래발전기획단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외환은행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작업을 한다. 우선 각자 운용하던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금융은 고객정보 제공처에 외환은행·외환캐피탈·외환선물 등 외환은행 관계사와 하나저축은행을 추가했다. 고객 정보를 공유하면 공동 마케팅이나 다양한 상품 출시에 이점이 있다.
3월부터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자동화기기를 공동으로 이용한다. 하나은행·하나SK카드·하나대투증권은 외환은행과 제휴 범위를 발 빠르게 넓혀가면서 수수료를 줄이고 판매 채널 확보에 나섰다. 외환은행의 카드 부문과 하나SK카드는 가맹점을 공동으로 이용한다. 김 회장은 상호관계를 통해 이익과 비용 시너지가 높아진다고 자랑했다. 점차 이익은 늘고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그는 기대한다.
아시아 공략·현지 은행 M&A 관심 높아
수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김 회장은 5월초 필리핀을 다녀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를 앞두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현지 리셉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현재 필리핀에 개설된 지점은 국내 은행 중 외환은행 마닐라 지점이 유일하다.
필리핀 시장을 챙기는 이유가 궁금합니다.“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이곳에 지점을 낼 계획입니다. 필리핀은 인구가 1억명이나 되고 자원도 많아 금융산업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교민만 10만명이 거주하고 있어요. 수빅 조선소에서 일하는 한진 중공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도 가능하지요. (좋은 매물이 나온다면) 현지 은행 M&A도 할 수 있습니다.”
해외 M&A를 준비하고 있나요.“네.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M&A는 기업의 경영 전략 중 하나입니다. 항상 관심이 있지요.”
올해 안에 나올 게 있을까요.“있습니다. 극비입니다.”
하나금융은 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우선 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의 신흥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거점을 확보한 후 현지 은행과의 합작, 자본투자 등을 통해 지점망을 넓히는 전략이다. 기존에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은 영업망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부터 홍콩-베이징-칭다오-선양-창춘-하얼빈을 연결하는 중국 금융벨트를 구상했다. 인도네시아 ‘PT Bank Hana’는 현지인을 상대로 소매금융에 주력한다. 또 필리핀과 같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아시아 지역에 영업망을 넓히면서 전체적으로 아시아 지역을 화교권 중심으로 묶어서 공략한다. 특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중복 진출한 경우엔 서로 협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비은행권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법은 뭔가요.“당분간은 투 뱅크 체제에 더 주력할 예정입니다. 투 트랙을 갖고 최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죠. 예를 들어 은행이 강해지면서 증권사의 IB사업은 CIB(Commercial Investment Bank)로 키울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으로 보험과 카드도 강해질 겁니다. 하나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할지에 관심이 높던데요. 우선은 그룹사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집중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외환은행의 카드 부문과 하나SK카드도 합쳐지기 마련이죠. 해외 부문은 공격적으로 나갈 거고요.”
CIB모델은 은행과 증권을 통합한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이다. 은행의 넓은 고객 기반과 증권사의 기업금융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모델을 말한다. 도이치 뱅크 등이 CIB모델로 성장한 투자은행이다.
하나금융만의 경쟁력은 뭔가요.“(20~30초간 침묵이 흘렀다. 답을 찾은 듯 활짝 웃으며) 경영진과 직원의 생각이 똑같아요. 만약에 어떤 일이 생길 때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면 사사로운 이익을 버리는 거죠. 직원들을 위해 조직을 지킬 겁니다.”
그 동안 직원을 위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셨는데요. 예컨대 하나은행장 시절엔 출근길에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가 하면 직원들과 술자리에선 나비 넥타이를 매고 직접 맥주를 나르기도 했지요.“(목이 아픈 걸 잊은 듯 큰소리로 웃었다.) 그게 고민입니다. 계열사별로 사장이 다 있는데 ‘나서는 게 맞나’ 아니면 ‘체통을 지킬까’ 고민입니다. 지주 직원들을 위해선 할 겁니다. 전체 직원이 100명도 안 됩니다. 외부에선 어렵겠죠. 되도록이면 행장과 CEO들을 챙기도록 해야지요.
김승유 회장에 이어 하나호의 키를 잡았는데요. 김정태 회장님만의 경영 변화가 있을까요.“직원들은 가족이고 자식 같아요. 그 동안 하나금융이 외형을 키우면서 열심히 달려왔지요. 이제는 직원이 행복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책 『GWP·Great Work Place』를 다시 읽고 있어요. 이 책에 꼭 해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일하기 좋은 기업은 경영진과 직원이 함께 만든다고 생각해요.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도 중요하죠. 그 방법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거예요. 자신과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습관을 갖다 보면 절로 행복해질 겁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여기에 하나를 더 붙여서 얘기해요. 사랑합니다. 하하. 이 세상은 감사하면서 사랑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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