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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엔 4개의 아프리카가 있다

검은 대륙엔 4개의 아프리카가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 외국인의 자본. 경제 발전의 삼 박자를 두루 갖춘 아프리카가 변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앞 다퉈 아프리카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리카는 미지의 존재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는 아프리카 의 실상과 현주소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비키니 차림의 여인들이 선글라스를 낀 채 선베드(sunbed)에 누워 대서양의 뜨거운 햇볕을 쬐고 있다. 더러는 책을 보기도 하고,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눈에 띈다. 바로 옆 수영장에서는 컬러풀한 수영복과 물놀이 기구가 눈부신 햇살 아래 원색의 향연을 펼친다. 수영장 밖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유럽이나 미주 대륙의 한가한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아프리카다. 북반구가 한여름에 접어든 2010년 7월 중순, 모로코 최대 상업도시 카사블랑카의 타히티 해수욕장은 그렇게 화려하고 뜨거웠다.

중동을 닮은 북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이곳 모로코가 속해 있는 북부 아프리카 지역은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이 교차하는 점이지대다. 마그레브라 불리는 나라들과 이집트가 위치해 있다. 원래 마그레브는 서‘ 쪽의 섬’을 뜻하는 아랍어로 역사적으로 볼 때 이집트를 제외한 리비아·튀니지·알제리·모로코·모리타니 5개국을 일컫는다. 이집트는 이들 마그레브 국가처럼 이슬람교를 믿고 아랍어를 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통적 생활방식과 문화 차이로 이들 그룹과 구분된다.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인구밀도가 높고 고도로 농업화된 지역이다. 반면, 마그레브 5개국은 주로 고

산지대와 사막을 중심으로 유목과 산지의 소규모 농업에 종사한다.전통적으로 마그레브 국가들은 상업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높은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 있다. 1989년 이들 5개 나라가 ‘아랍마그레브연합’을 결성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동질성을 재확인하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도 마그레브 국가들은 중동국가들과 공통점이 더 많다. 그래서 이 지역은 종종 중동과 함께 ‘MENA(Middle

East & North Africa)’로 불린다.마그레브 국가 중에서도 ‘이단아’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모로코다. 지리적 인접성을 주장하며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를 희망한다. 스페인과 모로코 사이에 있는 지브롤터 해협은 가장 가까운 곳의 거리가 14㎞에 불과하다. 지리적으로 사실상 아시아에 속해 있는 터키의 EU 가입논의가 1986년부터 시작된 것을 보면서 품은 생각이다.

북아프리카 지역은 전체적으로 자원이 풍부하고 노동력의 질도 우수해 새로운 경제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소득수준도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높은 편이다.동부 아프리카는 ‘동아프리카 지구대(Great Rift Valley of Arabia and Africa)’가 묶어준 공동체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이스라엘 사해에서 시작해 홍해-에티오피아-케냐-탄자니아-모잠비크로 이어지는 2개 대륙에 걸친 세계 최대의 지구대다. 과거 지구의 판이 이동할 때 지각의 약한 부분을 따라 쪼개진 곳이다.

그 틈 사이의 땅은 지금도 깊이 꺼져있고 양쪽 경사면은 가파르게 형성돼 있다. 구약시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건넜다는 홍해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지구대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주했다.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초기 인류의 화석이 지구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집트가 나일강의 선물이라면, 동아프리카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선물’이다. 이 지구대를 따라 동아프리카는 무한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구대는 화산활동이 활발한 편인데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도 그런 화산활동의 산물이다. 지구대는 또 지나가는 길목마다 깊은 호수를 남기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빅토리아 호수가 그런 경우다. 케냐와 탄자니아에 걸쳐 있는 빅토리아 호수는 세계적으로도 러시아의 바이칼호 다음으로 넓은 담수호다.

동아프리카 지구대에는 또한 가장 많은 야생생물이 살고 있다. 케냐 남서부에서 탄자니아 서부까지 펼쳐져 있는 세렝게티가 대표적인 서식지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의 대이동은 지구촌 최대 규모로,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러한 관광자원 덕분에 케냐는 동부 아프리카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했다. 몰려드는 관광객 탓에 케냐 수도 나이로비는 동부 아프리카의 관문이 됐다.

한국도 6월 21일 대한항공이 인천~나이로비 직항을 취항하면서 하루 가까이 걸리던 ‘케냐로 가는 길’이 13시간으로 단축됐다.동아프리카는 또한 아프리카의 정치적 중심이다. 아프리카 통합의엔진인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oin)의 본부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다. 에티오피아는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 중 단 한 번도 외세의 지배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나라다. 그런 역사가 잉태한 자존심이 ‘강한 아프리카 건설’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AU본부가 에티오피아에 자리 잡은 것은 결코 이러한 사실과 무관치 한다.



인적·물적 자원의 보고 서아프리카

동아프리카는 아시아와도 인연이 깊다. 와힌디(Wahindi)라고 불리는 ‘아시안 아프리칸(Asian-African)’이 20만 명이나 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 무역을 하기 위해 동아프리카로 이주한 사람들로 인구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인도출신들이 동아프리카 상권을 쥐고 있는데,

케냐의 경우 80%, 탄자니아 70%, 우간다에서는 50% 가량을 인도 상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 케냐에만 10만 여명의 인도인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지금도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사업을 하려면 인도 출신 상인과 거래해야 한다는 얘기가 현지에선 정설로 통한다. 서부 아프리카는 물적·인적 자원의 보고다. 일찍이 이러한 자원을 노린 외세가 이곳을 통해 아프리카로 속속 들어왔다. 수백 년 전부터 노예와 황금, 상아가 거래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아예 식민 지배를 통해 본국보다 훨씬 더 넓은 땅덩어리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이러한 역사 때문에 서부 아프리카에는 지금도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서부 아프리카의 ‘거인’은 나이지리아다. 2012년 6월 현재 인구가 1억70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숫자로 대륙 전체 인구 10억 명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나이지리아는 자원도 풍부하다.

아프리카 최대 천연가스 부국으로 추정 매장량이 20조㎥다. 러시아·이란·카타르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원유 매장량도 362억 배럴을 보유, 리비아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많다. 희소금속도 풍부하다. 탄탈륨과 니오븀은 세계 3위 매장량을 자랑한다. 기니는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지하자원이 많은 나라다. 보크사이트는 전 세계 매장량의 27.4%인 74억톤을 보유,세계 1위다. 40억톤이 넘는 고품질 철광석을 비롯, 다이아몬드·금·우라늄의 매장량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 나이지리아를 제외하고도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나라가 DR콩고(7300만), 가나(2500만), 코트디부아르(2200만), 카메룬(2000만), 부르키나파소(1700만), 니제르(1700만), 말리(1400만), 세네갈(1300만), 기니(1100만, 이상 2011년 기준) 등 9개국에 달한다. 전체 아프리카 인구의 40% 이상이 서부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인구는 구매력이자 노동력이다. 그만큼 서부 아프리카는 미래 시장으로서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이국적인 풍취 남부 아프리카

남부아프리카는 이국적인 풍취가 자랑이자 자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의 유럽’으로 백인 인구 비율이 12%나 된다. 흑인이 75%로 다수를 차지하지만, 아시아계 4%, 기타 혼혈 9%가 함께 사는 다문화 국가다. 여러 인종들이 다양한 개성을 유지하며 사는 탓에 ‘무지개의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넓은 국토도 인종만큼이나 다양한 지리적 특성을 자랑한다. 국토 중앙에는 건조한 분지인 그레이트 카루 고원이 있고 중동부에는 아프리카 남부에서 가장 높은 산맥인 드라켄스버그 산맥이 있다. 동쪽 인도양 연안에는 푸른 평지가, 서부에는 칼라하리 사막이 있다. 이러한 자연 환경을 바탕으로 전국 곳곳에 수많은 관광지를 갖고 있다.

기후도 열대 아프리카 지역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내륙에 위치한 요하네스버그 주변은 겨울이 비교적 춥고 여름에는 건조하다. 반면 인도양 연안의 더반 지역은 강수량이 많고 습도가 높다. 케이프타운이 있는 남서 해안 지방은 지중해성 기후를 보인다. 이곳에서 동쪽 인도양으로 가다 보면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불리는 섬나라 셰이셀이 나온다. 케냐 동쪽으로 1600㎞ 가량 떨어진 천혜의 관광지로 모두 115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적은 9만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잠재력은 엄청나다.

빼어난 관광자원 때문이다. 다양한 해양 생물과 산호가 있으며, 태곳적원시림과 생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영국 BBC는 셰이셀을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천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연경관 덕택에 셰이셀은 관광업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됐다. 201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구매력기준)이 2만4700달러(2011년)에 달했다.

남아공 동부해안을 기준으로 북동쪽으로 2000㎞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인도양의 떠오르는 용’ 모리셔스가 있다. 모리셔스가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3가지 무기가 있었다. 위치와 역사, 그리고 다양한 인종 구성이다. 우선 인도양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환(環)인도양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유리했다. 인도양 일대의 작은 나라들로 가는 물건들이 대부분 모리셔스 항을 거친다. 물건뿐 아니라 모리셔스에는 유럽과 아프리카, 인도, 중국에서 온 사람들까지 한데 모여 산다. 이로 인해 모리셔스는 친디아와 아프리카로 대변되는 21세기 성장시장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국제금융과 보험업을 유치해 미국과 EU, 아시아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관광산업도 주요 수입원이다.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5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아프리카 대륙 내 5위에 랭크됐다지구촌에서 네 번째 큰 섬인 마다가스카르는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동식물의 80%가 지구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종들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르’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마다가스카르가 약 800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는 아프리카 대륙과 약 400km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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