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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좁아도 방 수는 늘린다

집은 좁아도 방 수는 늘린다



중소형 아파트 평면이 달라지고 있다. 작은 공간을 쪼개고 틈새공간을 살린 다양한 평면이 개발되고 있다. 착 가라앉은 경기로 중소형 인기가 이어지면서 공간 활용도가 크게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방 개수다. 가족구성원 수가 줄어들 면서 감소했던 아파트 방 개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까지 적용되던 ‘20평대 방 2개, 30평대 3개, 40평대 4개 50평대 5개’ 공식이 깨진 것은 2000년대 중반. 평균 가족구성원 수가 3명 이하로 줄어들고 본격적인 핵가족 시대에 접어들면서 132㎡ 이상 중대형도 방 개수가 2~3개로 감소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세대당 가족수는 2.69명으로 1990년(3.7명)보다 30% 줄었다. 4인 이상이 동거하는 가족도 1990년 전체 가구수의 32%였지만 2010년 22%로 감소했다. 주택업체가 방 개수를 줄이고 거실과 주방을 키운 평면을 앞다퉈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공간 활용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집 크기는 작아도 방 개수가 많은 평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3월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에 분양한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는 84㎡형(이하 전용면적)이 6개 타입이 있다.

방이 3개인 다른 타입은 순위 내에서 미달됐지만 방이 4개인 C타입은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에서 마감했다. 대우건설이 6월 인천 송도지구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96㎡ B타입(방4개)은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방이 3개인 중소형 84㎡형(2.8대 1)보다 인기를 끌며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대우건설 문정혁 부장은 “옷방이나 서재, 아이 놀이방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식구 수보다 많은 방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 수는 줄었지만 다양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큰 것이다. 예컨대 가족 구성원 수가 3명이라도 부부를 위한 침실, 아내를 위한 옷방, 남편을 위한 서재, 아이를 위한 놀이방 등 방이 4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공간 수요 늘어서울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3차 59㎡형에 사는 박모(36)씨는 요즘 새 집을 알아보고 있다. 2명의 자녀가 자라면서 지금의 방 2개짜리 아파트가 좁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집을 넓혀 84㎡형으로 이사하려고 하는 박씨는 방 4개짜리 집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공덕동의 기존 아파트 중 방이 4개 이상 있는 아파트는 132㎡대 이상 뿐이다.

박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가 동생과 한 방을 쓰지않으려 하고 아내는 옷방이 꼭 있어야 한다고 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가족간에도 나만의 개인공간이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원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침실 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인 알파룸을 조성하는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다. 그간 서비스 면적은 발코니공간을 의미했다. 발코니를 확장해서 실사용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를 누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죽은 공간을 살려내 만든 다양한 용도의 ‘룸’(Room)이 조성된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 서비스 면적이 더 넓고 더 다양해지고 있다.

동아건설산업이 6월에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에 분양한 지행역더프라임 84㎡형은 알파룸(5㎡)까지 4개의 방이 있다. 같은 달 한라건설이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에 공급한 원주 한라비발디2차도 유아방이나 공부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알파룸이 있다.

SK건설은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 장안동에 분양한 SK 스카이 뷰에 이어 올 하반기 화성시 반월동에 공급할 반월 SK뷰에 최대 14㎡크기의 알파룸(84㎡형 기준)을 만들어 최대 5개의 방을 조성할 계획이다. SK건설 설계팀 김한수 부장은 “주택 수요자의 개성이 뚜렷한 데다 전셋값 급등, 육아 등으로 부모와 함께 살 집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한동안 방 많은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크기도 다양해졌다. 이전까지 전용 85㎡ 이하 중소형은 크게 59㎡형과 84㎡형 2가지 크기였다. 최근엔 건설업체들이 주택 수요자의 다양해진 욕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해 그간 보기 힘들었던 51㎡형, 74㎡형 등 특별한 크기의 틈새 평면을 선보이고 있다.

우미건설이 7월 충북 청주에 분양한 금천 우미린은 전체 가구수(391가구)의 80%가 전용 76㎡형이다. 8월 원주에 분양할 아파트도 전체 가구수의 50% 정도가 75~76㎡형이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59㎡형보다는 크고 84㎡보다는 작은 크기를 원하는 수요가 많아 설계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가 6월 인천 남동구에 분양한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도 중소형 크기가 다양하다. 51㎡, 59㎡, 74㎡, 84㎡형이 있다. 74㎡형의 경우 발코니(41㎡)가 있는 평면은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크기가 다양해지는 이유로는 체감 면적과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74㎡형의 경우 84㎡형보다 실제로 느껴지는 크기 차이는 작지만 분양가는 싸다.

서비스 면적과 설계의 발달로 실사용 면적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다. 대림산업 설계팀 관계자는 “요즘 나오는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만 해도 20㎡(84㎡형 기준)씩 면적이 늘어나 74㎡라고 해도 사실상 이전의 84㎡와 큰 차이를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아기방이 서재로, 자녀방이 손님방으로

수요자의 입맛에 맞춰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평면도 부쩍 늘어났다. 한화건설은 84㎡형을 위한 ‘스마트 핏’(smart fit) 평면을 개발했다. 집안 곳곳에 움직이는 벽과 가구를 배치해 별도 공사 없이도 아기방이 서재로, 자녀방이 손님방으로 척척 변신한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처음 내 집을 마련하는 30대에서 인생의 급격한 변화를 맞는 40~50대에 이르기까지 10년 단위로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GS건설도 수요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평면을 내놨다. 학생인 자녀와 부부를 위한 복층형, 미혼 자녀와 부부를 위한 2가구 독립형, 성인 자녀 부부와 거주하는 노인을 위한 전통 사랑채형 등 6개 평면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새 평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74㎡형과 84㎡형을 위한 ‘나눔형’(Home Share) 평면을 선보였다. 자녀의 유학이나 결혼으로 남는 공간이 생기면 별도의 현관문을 달고 원룸형태의 독립공간을 마련해 임대를 줄 수 있다. 다시 넓은 공간이 필요하면 원래대로 통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평균 가구원 수가 줄고 있어 굳이 큰 집이 필요 없게 된 데다 중소형 평면의 진화로 실사용 면적이 넓어지고 공간 활용도가 높아져 중소형 선호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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