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의 힘 ‘글로컬 기업’
코리아의 힘 ‘글로컬 기업’
지난해 8월 독일 축구팀 함부르크SV의 손흥민 선수가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개막전을 고열로 결장한 뒤 나선 시즌 첫 경기였다.1-1로 비겼을 때 성공시킨 골이라 관중의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이때 함부르크 홈구장 광고판에 ‘Hanwha Solar’가 표시됐다. 환호하는 손흥민 선수 뒤로 나타난 한화 브랜드는 경기장에 운집한 5만여 관중뿐 아니라 TV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다.
한화는 함부르크SV 외에 영국의 볼턴 원더러스,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와도 후원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에 나섰다.2011년 창단한 한화골프단 유소연 선수의 US여자오픈 우승도 다시 한번 브랜드‘한화’를 세계에 알렸다. 대한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억원에 상당하는 경제적 가치였다. 지난 해 9월에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를 후원했고,지난 4월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과 5년간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각 구장에 태양광 관련설비 등을 지원해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구축해 간다.
한화는 2010년부터 태양광 산업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거나 관련 부품을 제조·납품하는 기업 간 사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가 극히 드물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의 이성호 부회장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태양광 시장이 향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개념으로 확산된다”고 내다봤다. 미래 고객인 소비자를 만나는 마케팅 전략으로 한화가 ‘스포츠’를 선택한 이유다.
한화그룹은 2010년 중국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를 인수하고 몇 개월 뒤 회사명을 ‘한화솔라원’으로 바꾸고 태양광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산업의 핵심자원인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한화솔라원은 잉곳(ingot)과 웨이퍼(wafer), 모듈 등 부품을 제조하고 한화솔라 에너지는 태양광발전 사업을 맡았다. 이로써 생산부터 설비까지 전 분야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이어’1366테크놀로지’ ‘크리스탈 솔라’ 등 태양광 분야 우수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했으며, 지난 4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
양광 분야 연구개발을 전담할 연구소 ‘한화솔라아메리카’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한화솔라원의 태양광 모듈은 세계 최고의 태양광 기술 인증기관으로 불리는 독일TUV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 테스트에 참여한 세계 10여 개 업체 중 한화솔라원만이 이뤄낸 쾌거로, 이 테스트를 통과한 업체는 일본의 교세라에 이어 두 번째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과 뛰어난 R&D역량 등 한화의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후발주자인 탓에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이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는 의외로 빨리 나타나 5월에만 두 건의 계약이 성사됐다. 일본에서 태양광 발전 산업을 선도하는 소프트뱅크그룹의 태양광 모듈 공급자로 선정돼 올해에만 일본에서 100MW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포르투칼의 리스본에 약 8800여 가구가 사용할 총17.6MW에 이르는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계약했다.
KB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하면서 총자산을 업계 1위 157조원으로 키웠다. 2위인 우리은행(75조원)의 두 배가 넘었고 영업점과 임직원 수에서도 타 은행을 앞서 한국의 ‘선도 은행’이란 입지를 굳혔다.그러나 합병 이후 10년 간의 성장은 지지부진했다. 신한·우리·하나 은행 등 경쟁사의 자산이 3배 이상 늘어나는 동안 KB국민은행의 자산은 276조원으로 60% 증가하는데 그쳤다.
총자산에서는 변함없이 은행권 1위를 차지했지만 절반의 성장이었다. 자산과 직원 등 규모에서는 타 은행보다 월등했지만 2010년 은행권 생산성(직원 1인당 순이익)이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성장세가 지지부진하던 2010년 7월 어윤대 회장이 KB금융그룹에 취임했다. 어 회장은 취임사에서 KB금융그룹이 “비만증을 앓는 환자”라며 체질 개선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선도 금융그룹이라는 위상을 회복하려는 계획의 하나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꼽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원전을 수출할 때도 보증료가 외국 은행들에 넘어갔으며 삼성, LG 같은 글로벌 기업의 자금관리도 모두 해외 은행의 몫이다. KB금융그룹의 이름은 세계 주요시장 어디에서도 보이지않는다.”는 진단에 따른 판단이다. 같은 시기에 취임한 KB국민은행 민병덕 은행장도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 행장은 취임사에서 KB국민은행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뱅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민 행장은 취임 직후 신탁·연금본부 등 6개 본부와 9개 부서를 축소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민 행장이 짧은 시간 내 본부조직을 개편하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말했다. 안으로는 내실을 기하면서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등의 해외영업점에서 장기 교육훈련을 거친 현지인력을 적극 고용해 영업조직을 현지화시켰다.
그의 노력은 곧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3월 영국 최대의 미디어그룹 헤이마켓(Haymarket)이 발행하는 아시안 인베스터(Asian Inverstor)지가 주최한 ‘2011 아시안 인베스터 코리아 어워즈(2011 Asian Inverstor Korea Awards)’에서 국내 최우수 수탁은행으로 선정됐다.
이어 6월에는 무역금융 전문지 트레이드 파이낸스(Trade Finance)로부터 2011년 한국 무역금융 최고 은행(Best Korean Trade Bank)에,10월에는 영국의 커스터디 전문지 글로벌 커스터디안(Global Custodian)이 실시한 외국계 은행을 포함한 조사에서 국내 수탁은행 1위를 차지했다.
또 12월에는 전 세계 5만여 독자층을 확보한 금융전문지 글로벌 파이낸스(Global Finance)가 선정한 2012년 한국최우수 무역금융 은행(World’s Best Trade Banks In Korea)이 됐다. 지난 2월에는 아시안 인베스터의 발표에서 2년 연속 최우수 수탁은행, 26일에는 아태지역 금융전문지인 아시안 뱅커(The Asian Banker)의 발표에서도 2012년 한국 최우수 수출입금융은행에 올랐다.
국민은행의 글로벌 경영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동안 “비만”이었던 은행 내부의 체질 개선에 분산됐던 역량을 모아 해외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민 행장은 지난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 런던을 방문해RBS(Royal Bank of Scotland) 등 런던 소재 글로벌 금융기관의 최고 경영진들을 만나 KB국민은행과의 상호협력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영국 방문 후 민 행장은 6월부터 중국,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등 KB국민은행의 아시아 지역 해외점포를 직접 찾아가 글로벌 현장경영과 함께 현지 금융기관과의 제휴관계 확대에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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