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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호텔 한국의 힐튼家를 꿈꾼다

진화하는 호텔 한국의 힐튼家를 꿈꾼다

한국의 호텔산업이 팽창하고 있다. 중국인·일본인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위치와 규모에 따라 호텔 컨셉트도 다양해지고 있다.



올 3월 문을 연 서울 강남의 특2급 머큐어앰배서더 소도베 서울은 비즈니스호텔 컨셉트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생겨나는 비즈니스호텔이 패션상가나 오피스텔을 개조한 데 비해 이 호텔은 처음부터 레스토랑,미팅룸, 업무 탁자 등 비즈니스맨을 겨냥해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꾸몄다. 머큐어앰배서더는 프랑스의 글로벌 호텔체인 아코르(Accor) 계열이다.

호텔 론칭을 위해 김창석 총지배인은 2008년 가을부터 시장 조사를 했다. 호텔 직원들과 함께 서울 역삼역 사거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며 지나는 사람들의 성별과 연령대를 일일이 체크했다. 이 일대에서 근무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호텔의 컨셉트를 정하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역삼역 사거리 일대는 서울 강남과 수원, 화성으로 출퇴근하는 외국인이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 상권보다 연령대가 높고 소비력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지배인은 “호텔은 위치와 규모에 의해 상품과 서비스가 결정된다”며 “이 지역 고객은 1일 숙박료 100~150달러를 선호하는 비즈니스맨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는 서비스와 분위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자고 나면 들어서는 비즈니스호텔이 호텔은 비즈니스호텔이라는 점을 감안해 실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평균 객실료는 16만원 수준. 호텔 1층 카페에서는 커피를 특급호텔의 반값인 4500원에 팔고 있다. 객실 미니바에 구비된 캔맥주도 2500원에 불과하다.다른 특급호텔들이 5000원 이상을 받고 있어 객실 손님들이 미니바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점이다. 김 총지배인은 “호텔 밖에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이 많은데 굳이 호텔이라고 가격을 더 받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객실에 집중하되 식음료는 문턱을 낮춰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고객의 세분화된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그 결과 이 호텔의 객실점유율은 월평균 75% 수준, 9월부터는 9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한국의 호텔산업이 다변화하고 있다. 더불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호텔을 건축 중인 곳은 7월말 현재 50곳에 7701실, 사업계획이 진행 중인 곳도 32곳 1만2885실에 이른다. 특징은 럭셔리특급호텔과 관광호텔이 양분하고 있던 시장에 비즈니스호텔, 부티크호텔 등 다양한 형태의 호텔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의 요구가 세분화 하면서 그에 맞는 호텔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비즈니스호텔의 급성장이다. 특히 서울 명동 일대는 ‘호텔 공사 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즈니스호텔 신축공사와 리모델링으로 분주하다. 명동의 패션몰로 유명했던 밀리오레는 3층부터 꼭대기 17층까지 객실 수 619개를 보유한 비즈니스호텔 ‘르와지르 명동’으로 가을께 오픈한다. 스페인의 유명 SPA브랜드 자라가 위치한 M플라자 건물에는 7층부터 22층까지 315개 객실의 ‘명동 ULM호텔’이 곧 문을 연다. 과거 상가와 주차장으로 쓰였던 삼윤빌딩은 144개실의 삼윤관광호텔로 변신해 9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바로 옆블록에는 객실 61개의 그랜드관광호텔이 내년 초 들어선다. 세종호텔도 46년 만에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하이파킹주차타워를 헐고 270실 규모 비즈니스급인 롯데시티호텔을 만들 계획이다.

최근엔 충무로, 남대문까지 비즈니스호텔 붐이 확대되는 추세다.비즈니스호텔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토종 비즈니스호텔 체인인 ‘호텔 스카이파크’다. 지난 2010년 8월 명동역 부근에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1년 사이 2개 지점을 추가로 냈다. 10월 중순 명동센트럴빌딩에 320객실규모로 4호점을 낼 예정이다. 최영재 호텔 스카이파크 회장은 일본 도요코인(Toyoko-Inn), 프랑스 이비스(Ibis),미국 베스트웨스턴(Best Western) 등 외국 비즈니스호텔 각축장에서 토종 브랜드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서울 명동 일대가 호텔 타운이 되고 있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호텔 객실 수가 턱 없이 부족한데 원인이 있다. 성연성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명동은 쇼핑하기 좋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에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곳”이라며 “이들로 인해 명동의 비즈니스호텔은 90% 이상의 객실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 객실 수요는 3만6379실이나 객실 공급은 2만8046실에 불과하다.부동산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유동자금이 호텔 투자에 몰리는 것도 한 요인이다. 부동산업계는 오피스빌딩의 수익률이 약 4%대이지만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하면 8∼10%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여기에 정부와 서울시가 기존 건축물의 호텔 전환 규제를 완화하면서 상가나 오피스건물을 호텔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그 동안 높은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던 건물 주인들이 앞다퉈 중저가 비즈니스호텔로 개조하고 있는 것이다.김창석 소도베 서울 총지배인은 “90년대까지만 해도 호텔의 내국인 수요는 1% 정도였지만 국민소득이 늘면서 내국인의 객실 점유율이 20%까지 높아졌다”며 “2002년 월드컵 이후 호텔을 자는 곳이 아닌 즐기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호텔을 찾는 이가 늘었다”고 말했다.


특급호텔들의 변신 몸부림주요 호텔기업들도 변신에 나서고 있다. 럭셔리 특급호텔만 주목했던데 반해 최근엔 럭셔리호텔, 부티크호텔, 비즈니스호텔 등 다양한 호텔로 수직계열화 하고 있는 것이다.그 중에서도 앰배서더호텔그룹이 눈에 띈다. 앰배서 더호텔그룹은 1955년 서울 장충동에서 금수장이라는 작은 여관으로 출발했다. 2층 건물에 객실 19개와 양식 레스토랑이 딸린 게 전부였다. 하지만 1989년 글로벌 호텔체인인 프랑스 아코르그룹과 제휴하며 업계의 강자가 됐다. 93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97년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2003년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2006년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등을 설립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그룹으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비즈니스호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비스 앰배서더는 어큐어 호텔그룹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로최근 국내에서 그 수를 늘리고 있다. 직영뿐 아니라 부산,수원 등에 여러 이비스 호텔을 위탁운영하기도 한다. 앰배서더호텔그룹은 호텔 부지 개발, 운영, 시설관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의종개발이라는 회사도 보유하고 있다.호텔 관련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룬 것이다. ‘호텔은 들어선 지역마다, 등급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서정호 회장의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부티크호텔도 늘고 있다.부티크가 본래 ‘작은 규모에 특색 있는 물건을 파는 곳’이란 뜻인 만큼, 부티크호텔은 로비에서부터 객실까지 색다른 인테리어로 꾸미는 게 특징이다. 호텔업계에서는 ‘갤러리호텔’ ‘컨셉트호텔’ ‘디자인호텔’ 등으로도 부른다.국내의 부티크호텔은 특급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의 틈새를 겨냥하고 있다. 특급호텔이 갖춘 레스토랑, 바, 피트니스센터 등의 일부 시설을 없앤 대신 로비 곳곳에 예술작품이나 조형물을 설치해 볼거리를 늘렸다. 객실당 숙박비는 10만~20만원대로 비즈니스호텔과 비슷하다.

부티크호텔의 선두주자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이다.지난 2010년 서울 한남동에 140실 규모로 오픈한 ‘IP 부티크 호텔’은 동화 같은 분위기로 시선을 끌었다. 신철호 회장이 이끄는 임피리얼 팰리스는 순수 토종 호텔그룹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체인호텔에 가입하지 않은 채 특1급 호텔을 세웠다. 2007년 일본 ‘IP 호텔 후쿠오카’에 이어 필리핀 세부에 ‘임피리얼 팰리스 워터파크 리조트 & 스파’를 설립, 순수 국내 자본의 글로벌 체인 호텔로 도약했다. IP 부티크 호텔 오픈 역시 임피리얼 팰리스의 호텔체인화와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다.부티크호텔 또한 확장 추세다. 지난해 가구업체 까사미아가 서울 신사동에 ‘라 까사’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삼성동에 오픈한 ‘호텔 더 디자이너스’는 하반기에 홍대 앞에 2호점, 내년엔 을지로와 군자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9월에는 서울 논현동 도산대로변의 디오리지날타워가 ‘호텔 디오리지날’로 리모델링해 오픈한다.

무늬만 호텔인 곳도 많다

호텔업계의 확장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숙박산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15년까지 호텔 객실 3만8000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이 전년대비 11.3% 증가한 979만명을 기록하는 등 3년간 해마다 두자릿수 증가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호텔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몇 년 뒤에는 공급과잉 사태가 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수도권 호텔객실 수요는 5만2984실이지만 객실가동 80%를 기준으로 한 공급은 5만8512실까지 늘게 된다. 관광 수요는 유행이나 기후, 정치·경제적 상황 등에 쉽게 영향을 받는 반면 호텔은 일반 건축물보다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관광 수요가 갑자기 줄어들면 자칫 줄도산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성연성 국장은 “최근 늘고 있는 비즈니스호텔 중에는 사실상 호텔이라고 할 수 없는 곳도 있다”며 “이런 경우외국 관광객들의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김창석 총지배인은 “칸막이 치고 물 나온다고 다 호텔이 아니다”며 “손님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펼치는 호텔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텔들도 가이드라인과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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