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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S ENTERTAINMENT RICHEST 30-컴투스·게임빌 시가총액 네오위즈게임즈 앞서

KOREA’S ENTERTAINMENT RICHEST 30-컴투스·게임빌 시가총액 네오위즈게임즈 앞서



“범수씨(카카오 이사회 의장)에게 잘 보여야 해요.” 지난 9월6일 대구에서 만난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가장 많이 언급한 업체는 카카오였다. 그는 이날 대구 게임 업체 KOG가 마련한 ‘제50회 KOG아카데미’ 강연을 끝내고 기자들과 따로 만났다. 평소 언론 노출을 꺼려 ‘운둔의 경영자’라 불리는 그에게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6월 넥슨이 최대주주가 된 엔씨소프트에 대한 계획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흐렸다. 반면 묻지도 않은 카카오톡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꺼냈다. 7월30일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한 달도 되지 않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했다. 카카오톡에 첫 선을 보인 ‘애니팡’은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중반 애니팡 만큼 신드롬을 일으켰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를 만든 회사가 바로 넥슨이다. ‘메이플 스토리’ 등 캐주얼 게임 강자인 넥슨의 창업자가 같은 캐주얼 게임으로 승승장구하는 카카오톡을 보는 시선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결국 넥슨은 10월2일 퍼즐게임 ‘퍼즐주주’를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에 처음 내놨다.



국내 게임업계 1위 넥슨은 위기?창업자가 이끌고 있는 넥슨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세계 11위 게임업체다. 6월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8045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된 엔씨소프트 매출까지 합치면 세계 7위다. 넥슨은 지난 상반기에도 최고 실적을올리며 국내에서 압도적 1위를 지켜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성적표다.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38% 늘었을 뿐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는 정체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게임 판도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중국·동남아시아 등에서는 넥슨이 주력했던 온라인 게임이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미·유럽·일본 등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주춤하면서 상대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특히 캐주얼 게임시장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급격히 옮겨갔다. 넥슨의 대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미국 매출이 지난 상반기에 작년과 비교해 비해 반 토막 난 것으로 알려졌다.

‘앵그리버드’ 개발사 로비오도 언급하며 모바일 게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김 창업자는 10월1일 세계 게임업계가 놀랄만한 또 하나의 인수 소식 발표를 했다. 넥슨 일본법인이 일본 모바일 게임 개발사 글룹스(gloops)를 365억엔(약 5200억원)에 사들인 것. 국내 게임업체가 매입한 해외 게임사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글룹스는 그리·모바게 등과 함께 일본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로 꼽힌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격돌 삼국지배틀’ 등 실시간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하다. 6월말 결산법인인 글룹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출 237억엔(약 3400억원), 영업이익 58억엔(약 830억원)을 올렸다. 넥슨은 이번 글룹스 인수로 1%밖에 되지 않던 모바일 게임매출 비중을 24%까지 늘렸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은 “그 동안 넥슨이 주력한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같은 하드코어 게임만 살아남고 넥슨의 주력인 캐주얼 게임 이용자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며 “넥슨은 모바일 시장에서도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게임에 날개 달아준 ‘카톡’최근 넥슨 행보는 국내 게임업계의 고민과 변화상을 보여준다. 최근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의 성공이 게임 판도를 흔들고 있다. 10월17일 기준 최고 매출 부문 1위(드래곤 플라이트), 2위(애니팡), 3위(아이러브커피), 4위(캔디팡), 5위(바이킹아일랜드), 9위(카오스베인SE) 등 상위 10개 앱 중 9개가 카카오를 통해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애니팡의 하루 매출은 4억~5억원 수준. 이중 선데이토즈가 49%를 가져간다. 월 60억~75억원가량을 버는 셈이다.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 초반에는 우려도 많았다. 일부에서는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 이용 방법이 복잡하고 모바일 메신저 이용 패턴과 게임 이용은 별개라는 등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수수료 문제로 카카오톡에 게임 제공을 꺼리던 대형 업체들도 하나 둘 카카오톡에 게임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범 카카오 공동대표는 “보통 모바일 게임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넘기는 게 수개월 걸리는 것에 비해 카카오톡 ‘게임하기’에서는 한 달도 안돼 두 개나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는 친구들과 점수 경쟁을 하는 등 소셜적인 요소가 흥행 요인이다. 애니팡 등장 이전 수개월 동안 모바일 게임 부문 1위를 차지했던 ‘룰더스카이’도 소셜 게임이다. 스마트폰은 실시간 알림 기능이 있어 소셜 게임의 핵심인 네크워크 기능이 제대로 구현된다.



컴투스 시가총액 6000억원온라인 게임 시장의 위축은 돈의 흐름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PC방의 주요 고객인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급격히 줄고 있다. PC방 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8월 PC방 표본집단(1200개 업소)의 게임 이용 시간은 594만6024시간으로 지난해 동기 746만3753시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반면 모바일 게임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6328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비 50% 성장한 수치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게임의 주류인 다중접속 역할게임(MMORPG) 개발사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블루사이드·엔비어스 등 MMORPG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은 요즘 돈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반면 최근 모바일 게임업체 크레이지피쉬가 20억원을 투자 받는 등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벤처캐피탈 등 투자사들은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온라인 게임보다는 자금이 적게 드는 모바일 게임을 선호한다.

인력도 모바일로 대거 이동했다. 엔씨소프트에서는 최근 400명이 명예퇴직 했고 네오위즈게임즈, NHN 한 게임에서도 개발 인력이 대규모 빠져나갔다. 온라인 게임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수시로 사람을 뽑고 있다. 일본 모바일 게임업체 ‘그리’는 지난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졸자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게임업계 판도 변화는 무엇보다 주식 시장에서 수치로 드러난다. 업계 대표주자도 바뀌었다.

모바일게임 전문업체인 컴투스와 게임빌의 시가총액은 10월18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6616억원, 59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매출이 컴투스는 220억원, 게임빌은 152억에 불과한데도 시가총액은 네오위즈게임즈(2분기 매출 1684억원, 시가총액 5818억원)보다 많다. 주식시장에서 게임의 대표주자를 ‘모바일 게임사’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따져도 온라인 게임사와 모바일 게임사의 명암은 뚜렷하게 갈린다. 온라인 게임 강자인 엔씨소프트는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 네오위즈게임즈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반면 컴투스와 게임빌 매출과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PC 기반 온라인 게임을 만들던 게임사들도 이제 모바일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적극적이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모바일 게임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9월 내놓은 ‘캔디팡’은 출시 20일 만에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중 최단기간 1000만 건 다운로드 신기록이다. 또 피버스튜디오·링크투모로우 등 모바일 게임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모바일 플랫폼 성과와 기대 때문에 위메이드의 주가는 지난 1년 새 두 배 이상 올랐다. 시가총액 기준(NHN에 포함된 한게임 제외)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다음이다.

다른 온라인 게임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J넷마블·웹젠·엠게임·라이브플렉스·액토즈소프트·아이덴티티게임즈 등 대부분 업체들이 앞다퉈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거나 개발 중이다. MMORPG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 ’리니지’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다. 11월8일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인 지스타에 출품된 게임 중 모바일 비중이 처음으로 온라인을 앞지른 것도 바뀐 판도를 보여준다.



해외 성과는 아직 미미해외에서는 게임빌과 컴투스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10년 넘게 모바일 게임이라는 한 우물만 판 두 업체의 인지도는 세계적이다.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개발자컨퍼런스에서 매번 언급될 정도다. 이 업체들이 내놓은 게임이 해외 앱 장터 1위에 오른 것은 뉴스도 아니다. 컴투스는 지난 2분기 매출 220억원 중 75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것이다. 게임빌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52억원으로 이중 44%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 게임산업의 갈 길은 멀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꾸준히 성장할 수 없다. 게임업체 수나 종사자에 비해 이용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처럼 해외에서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모바일 플랫폼은 단번에 세계 유통이 가능할 정도로 진입 장벽도 낮아 세계 시장을 바로 노릴 수 있다. ‘앵그리버드’라는 핀란드의 작은 모바일 회사 게임이 한국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위정현 소장은 “설립된 지 5년도 되지 않아 세계 10위권 게임회사로 발돋움한 일본의 모바일 게임전문업체 그리, 모바게를 눈여겨봐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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