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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터닦은 전문병원 두바이서 부자들 척추 세운다

부산서 터닦은 전문병원 두바이서 부자들 척추 세운다

부산에서 서울로 진출한 한 전문병원이 의료 한류에 앞장서고 있다. 부민병원 정흥태 원장은 5년 공을 들인 끝에 중동지역 부호들을 치료하게 됐다.



“왜 서울로 올라왔느냐.”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서울부민병원을 개원한 정흥태 이사장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의료기관뿐 아니라 대부분 기업은 서울에서 이름을 날린 후 유명세를 기반으로 지방에 진출한다. 반면 부민병원은 부산에서 서울로 역진출했으니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수도권은 국내 인구의 반 이상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지방에서 아무리 유명해도 전국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는 힘들죠. 그래서 서울행 보따리를 쌌어요. 특히 우리 병원의 의료 수준을 서울에서도 확인하고 싶었죠. 연고도 없고 경쟁이 치열한 서울로 진출하는 게 모험이었지만 개원 1년을 넘기면서 거점병원으로서의 면모를 하나씩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부민병원은 27년 동안 부산 지역에서 척추·관절·내과 전문병원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300병상 규모의 서울부민병원은 부산·구포에 이은 세 번째 병원이다.



의료봉사·환자유치 일거양득부산의료관광컨벤션 집행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정 이사장은 최근 의료한류 전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팔 등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고, 최근엔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의료 진출 교두보를 만들었다. “의료관광이 고부가 산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의료관광이 피부나 성형 같은 미용에 편중돼 있는 것은 문제예요. 치료 목적의 방문이 늘어야 지속성장이 가능합니다. 국내의 경우 의료복지가 커질 것으로 보여 의료수가 등에서 병원 경영이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때문에 외국인 의료관광을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부민병원은 찾아가는 의료한류를 택했다. 의료봉사를 통한 나눔 활동, 현지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시장 개척 등 두 가지 컨셉트로 진행했다. 봉사와 협력을 기반으로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 연말 다녀온 네팔 의료봉사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병원 의료진과 함께 보름 동안 히말라야에 위치한 ‘토토하얀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펼쳤다.

스포츠토토복권과 부산 지역 여러 단체의 기부로 설립된 토토하얀병원은 네팔지역 최초의 한국인 자선병원이다. 체풀룽 마을 17가구 주민을 비롯해 인근 히말라야산맥 일대 2500여명의 주민을 치료하고 있다. 부민병원도 건립 및 의료지원에 참여했다. 이 병원은 조립식 건축 자재와 의료장비 12t을 한국에서 컨테이너에 실어 보낸 지 7개월 만에 개원했다. 면적 115㎡의 단층 작은 건물이지만 워낙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셀파가 자재를 직접 짊어지고 옮기느라 건축이 더디고 힘들었다.

“부산을 출발해 인천·방콕 국제공항을 거쳐 카트만두에 도착한 후 다시 16인승 소형비행기로 갈아탔어요. 산중요새 같은 해발 2840미터의 루크라 공항에 내려 또 1시간 가까이 산길을 걸어서 체풀룽 마을에 도착했죠. 백두산 보다 높은 해발 2880미터에 위치한 마을에 가는 게 무척이나 힘들더군요.”경상남도 크기의 지역에 약국 하나 없다가 병원이 생기자 일대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외국 의료지원단이 온다는 소식에 에베레스트 권역 마을 수 십 곳에서 길게는 3~4일씩 걸어서 주민들이 몰려왔다.

“주민 상당수가 태어나서 처음 의료진을 만났다고 해요. 그동안 한국 산악인들의 셀파·포터 역할을 해준 그들에게 진 빚을 갚고 네팔 주민들의 치료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부민병원은 국가적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러시아에서도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그 결과 지난 9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철도병원, 르네상스21 병원 등 러시아 2개 병원과 협약을 맺어 현지 환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 이사장은 “극동러시아 지역은 의료기관이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해 척추관절·건강검진·심장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을 많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깊고 항공기로 2시간이면 올 수 있어 앞으로 한국의 전문병원을 찾는 이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두바이 진출이다. 부민병원은 최근 두바이의 대표적 투자 전문 컨설팅기업인 인덱스홀딩사와 함께 아랍에미리트 지역의 의료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부민병원이 전문 의료진을 중동 지역에 파견하면 두바이 헬스케어 시티에서 의사면허증을 발급받아 진료를 한다. 현지에서 검진·시술·교육 등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한다.

“기온이 높아서인지 두바이 사람들은 운동량이 부족하고 그래서 성인병 환자가 많아요. 이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덱스홀딩과의 환자송출협약에 따라 중동 지역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두바이에 열심히 공을 들였는데 이제 빛을 보게 된 것 같아요.”

중동지역의 중심지로 부상한 두바이에는 부자와 왕족들이 몰려 산다. 때문에 고급 의료 서비스 수요가 많다. “두바이 진출은 부민병원의 관절·척추 분야 의료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두바이에서 인정받으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국가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어요. 중동지역에 의료한류를 조성하고 이를 세계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것입니다.”



상경 보따리엔 ‘원칙과 신뢰’20여년 전 개인의원에서 출발한 부민병원은 현재 900병상 규모의 전국적 병원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직원은 1000명이 넘고 2008년에는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에 네 번째 병원을 계획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정 이사장을 ‘성공한 의료인’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는 “성공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지금도 개원 당시의 열정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개원 후 몇 해 동안은 하루도 병원 문을 닫지 않았어요. 병원이 부산 금정구 공단 근처에 있다 보니 손가락 절단 등 산업재해 환자가 많았거든요. 긴급 환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공장에 불이 켜져 있는 이상 병원 문을 닫을 수 없었죠. 그때는 병원에서 새우잠을 자며 환자를 맞았어요.” 서울 강서구에 세 번째 병원을 개원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했다. 강서구는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낙후된 곳으로 인구는 많지만 종합병원이 없었다.

그는 “특히 노인 인구와 저소득층, 다문화가족이 많아 이 지역에 문턱 낮은 의료시설이 필요했다”며 “그래서 척추관절 전문병원이 아니라 내과 등을 결합한 종합병원으로 개원했다”고 밝혔다. “의료의 본질이 무엇인가 늘 고민합니다. 바로 원칙이죠. 이를 통해 환자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27년 동안 의료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것입니다. 서울에 개원을 하려고 상경하면서 제 보따리 안에 이 원칙과 신뢰를 담아 왔습니다.”

정 이사장은 올해 3월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초대회장에 선임됐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척추·관절·화상·중풍·재활 등 총 21개 질환과 진료과목에 대해 전문병원을 지정했다. 전국에 99곳이 있다. 정 이사장은 “전문병원들은 대형병원보다 규모는 작아도 특화한 분야 진료 수준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선다”며 “전문병원이 활성화되면 대형병원만 찾는 환자의 쏠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환자 대기시간이 줄고 의료비 절감 효과도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병원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 이사장은 “의료 상업화는 과잉진료를 낳고 이는 의료에 대한 불신을 부른다”며 “특히 홍보에 열을 올리는 병원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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