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내 차례다
다음은 내 차례다
요즘에는 대선 정치가 사실상 쉬지 않고 돌아간다(Presidential politics never really takes a break these days). 따라서 후보 지망자들과 선거운동 전문가들은 벌써 2016년에 초점을 맞춘다. 공화당은 대선 2연패의 사슬을 끊을 만한 후보감을 찾아야한다. 당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더 광범위한 이념전쟁이 그 바탕을 이룰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의 문제는 훨씬 간단하다. 힐러리 클린턴이 출마하느냐, 그리고 그럴 경우 누가 그녀를 이길 수 있느냐다.
우선 공화당부터 살펴보자. 공화당은 곧 이념전쟁에 휘말리게 될 터인데 거기서 분명 우파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the right wing clearly has the upper hand). 공화당 대선 후보 미트 롬니가 막판에 중도로 급선회 한 일로 보수파의 불만이 고조됐다. 그들은 롬니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모두 온건 성향의 보따리가 너무 컸다고 주장할 듯하다.
그래서 오바마의 진보주의를 맞상대할 만한 대조적인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이다(had too much moderate baggage to offer voters a stark contrast with Obama’s liberalism). 보수파는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서 이 같은 주장을 전파하게 된다. 당을 이끌어가는 자금, 매력, 언론기능이 기본적으로 우파에 내장돼 있다. 중도 성향의 의원들을 계속 밀어내는 풀뿌리 운동가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도 우파 후보들은 큰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젭 부시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낸 그는 대선 후보로 내세울 게 많다(has plenty to recommend him). 히스패닉계 유권자들과 관계가 좋고 부모 덕을 보지 않는 자립 능력을 인정받았다(is a certified grown-up). 결점으로는 유권자들이 부시 왕조의 세 번째 집권을 경계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 공화당 운동원은 이를 가리켜 “(본 적이 있는 일이 반복되는) 데자뷰 데자뷰(deja vu deja vu)” 현상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어쩌면 더 큰 문제는 부시가 당의 우경화 경향을 비판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도 오늘날의 공화당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는 융통성 없고 속 좁고 심술궂은괴짜가 아니다(is not a lockstep, pissed-off, cranky wingnut)”고 한 비공식 보좌관이 말했다. “무엇이 현명한지 잘 생각할 것이다.” 부시를 아는 한 컨설턴트는 그가 아내와 아들 조지 P에게 미치는 영향을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아들도 정계 진출을 꿈꾸고 있다.
또 다른 온건파 후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플로리다주 탬파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2016년 선거운동을 시작한 듯했다. 기조연설에서 주로 자신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그의 저돌적인 이미지가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His hard-charging persona can be compelling). 골목대장 노릇으로 새지 않을 때만 말이다. 신중하고 여론조사로 검증된 온갖 후보의 대항마다(an antidote to all those cautious, poll-tested candidates). 그러나 그는 뉴저지 주지사로 어려움을 겪었다.
허리케인 샌디가 휩쓸고 간 뒤 오바마와 정색하고 포옹하는 모습에 특히 골수 당원들이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많은 공화당원이 그가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투표결과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터뜨리는 사건)이었다고 여긴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당의 한 중진이 말했다. 또 다른 당원은 크리스티의 체중을 지적했다. “요즘 세상에 그렇게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건 비정상이다(You can’t be that out of shape in the modern era).”
철두철미한 우파로는 폴 라이언 하원의원이 오래 전부터 정통 보수의 옹호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의 부통령 후보 역할은 팬들의 기대만큼 대선 판도를 롬니 쪽으로 돌려놓지 못했다. 라이언은 공화당 후보 티켓에 작은 정부론을 옹호하는 이론적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롬니가 그의 지출삭감 및 감세안을 경시하면서 묘하게 말수가 줄어들었다(grew oddly muted as Romney soft-pedaled his plans to slash spending and cut taxes). 게다가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장)를 바우처 형태로 전환해 민영화하자는 라이언의 안(Medicare voucher plan)은 그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고령의 공화당원들 사이에 걱정을 안겨줄 수 있다.
올해 예비선거에서 11회나 승리해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도 다시 한번 도전할 듯하다. 그는 ‘애국자의 목소리(Patriot Voices)’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기부자를 끌어 모으고 후보출마를 위한 정지작업을 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사회적 현안에 반응하는 기독교 보수파를 벗어나 더 폭넓은 유권자층에 어필해야한다. 그리고 교회와 피임에 관해 말할 때 더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쩌면 젊은 보수파 중 가장 흥미를 끄는 인물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다.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는 참신한 라틴계 인사다(하지만 불법이민에 관해 자신의 공동체 대다수가 원하는 것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그는 당내 러시 림보(극우보수논객) 계파의 사랑을 받으며 외교정책에 관해 연설을 해 왔다.
루비오와 밀접한 한 전략가에 따르면 그는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회가 자신의 일정에 맞춰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 인식하고 있다(is certainly cognizant that your moment doesn’t always arrive based on your own calendar).” 전 공화당 당직자가 언급한 한가지 잠재적인 문제는 “공화당원들은 젊은 사람에게 그렇게 열광하지 않는 편(tend not to swoon for a young person)”이라는 점이다.
잠재적인 2진급 후보는 숱하게 많다. 스캇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공무원 노조 탄압에 대한 반발로 치러진 주민소환 투표에서 승리해 보수파의 영웅이 됐다. 티파티(공화당 강경보수파)가 미는 랜드 폴은 평소 그의 아버지가 차지했던 자유주의자 유권자 기반의 틈새를 메울 가능성이 크다. 만년 후보 론 폴이 그의 아버지다. 2010년 중간 선거에서 실력자로 부상했다가 곧 빛을 잃었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재기를 시도할까? 잠재적인 와일드 카드를 둘러싼 소문도 있다. 하원의원 출신의 케이블 TV 프로그램 진행자 조 스카버러다.
초기의 후보심사는(the early vetting) 앞으로 공화당을 이끌어나갈 비전이 강경 우파냐 아니면 온건파냐는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당 운동가는 롬니의 실패에서 이념 외적인 교훈을 이끌어낼지도 모른다. 바로 카리스마의 중요성이다. 툭하면 자신의 직원해고 경향에 관해 변명하지 않는 더 타고난 정치인이었다면 오바마를 이겼을지 모른다. 그리고 공화당의 막후 실세들이 다음 번에는 후보의 호감도에 프리미엄을 얹어줄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경우 클린턴 부부와 가까운 두 사람에 따르면 힐러리가 많이 지쳤으며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뒤 정계에서 은퇴할지 모른다(하지만 그녀는 최근 좀 더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들에 따르면 그녀는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세계 여성재단을 설립하기를 원하며 남편과 같은 뜨거운 야망이 없다고 한다.
“불타는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I don’t sense there’s a fire in the belly)”고 한 명이 말했다. 하지만 마침내최고의 유리천장을 깨고 올라서고픈 유혹(the lure of finally cracking the ultimate glass ceiling), 퍼스트레이디로 지냈던 백악관으로 되돌아가고픈 욕망이 클린턴으로서는 뿌리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전당대회 연설에서 깜짝 스타가 된 뒤 오바마의 가장 소중한 대리인으로 떠오른 남편 빌 클린턴도 그녀를 부추길지 모른다.
한편 조 바이든 부통령도 베테랑 운동원 스티브 리체티를 영입하는 등 몇 가지 움직임을 보였다. 그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달변인 그는 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열변을 토해 찬사를 받았다(The voluble vice president won plaudits for his passionate debate performance).
여느 때처럼 잘 나가다가 옆길로 새는 경향에 관한 우려는 있었지만 말이다. 바이든은 선거운동마지막 주에 힌트를 던졌다. 보험료가 내려가면 “2016년에는 나를 찍어줄 것”이라고 플로리다의 한 유권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오바마의 인기에 좌우될 듯하다.
주지사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 두 명은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다. 쿠오모는 거친 도시환경에 대처하는 요령(a street-tough savvy), 성공적인 뉴욕 주지사 실적, 뛰어난 자금조달 능력이 강점이다. 최근에는 샌디의 영향으로 맨해튼과 시내 지하철 및 터널이 물에 잠겼을 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잡았다.
오말리는 전당대회 연설 이후 사방에서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despite a widely panned convention speech) 벌써 선거운동을 벌이는 듯하다. 그는 쿠오모를 따라 동성결혼 정책을 추진했다(지난 6일 통과). 동성결혼은 이제 민주당 정치의 기본요건이다.
두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모르는 역학조건이 한가지 있다. 오바마 이전 5명의 대통령 중 4명이 주지사였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워싱턴 정계에 항상 염증을 느낀다.따라서 주의 행정 지도자라면 실제로 하나의 정부를 운영한 경험에 외부인의 매력을 결합할 수 있다. 쿠오모도 빌 클린턴 밑에서 일했던 경력이 플러스 요인이 될 듯하다. 빌 클린턴의 부인 역할을 해온 자산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2016년이 되면 오바마의 정당이 24년 중 16년 동안 백악관을 차지한 셈이 된다. 따라서 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가 3기 연속 어느 한 정당에 백악관을 내주는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2기 정부의 대통령은 종종 활력을 잃기도 한다(often run out of gas). 그리고 민주당은 어젠다가 바닥났다고 간주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앞으로 4년 뒤 우리는 공화당의 부상, 그리고 민주당의 정체성 모색을 위한 이념전쟁에 관해 논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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