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반값 TV’보다 CES 단골 수상자로 유명하죠
CEO - ‘반값 TV’보다 CES 단골 수상자로 유명하죠
국내 중견기업이 내년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7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는다. 주인공은 PC·가전 전문인 모뉴엘과 자회사 잘만테크다. 특히 모뉴엘은 각 부문별 최고 제품에만 수여하는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 Award)을 2개나 받는다. 수만 개의 신제품 중 금메달 격인 최고 혁신상을 받는 제품은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모뉴엘을 만든 원덕연 부사장을 11월 19일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모뉴엘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모뉴엘의 창업자이자 제품 디자인과 기술을 개발하는 C T O(C h i e f Technology Officer)다. 산업디자인학과(홍익대) 출신답게 파마 단발머리에 빨간 체크 니트를 입고 나왔다.
“모뉴엘은 2007년부터 CES에서 해마다 상을 받았는데 성과에 따라 다음해에 대한 부담과 기대도 동시에 있었죠. 큰 상을 받지만 아쉬움도 있어요. 제품 출품 때 제출하는 이미지와 20자 내외의 짧은 문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해서 수상을 놓친 아이디어 제품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제품들은 수정을 거쳐 내년에 재도전할 생각입니다.”
CES 혁신상은 미국산업디자이너학회(IDSA)와 미국가전협회(CEA)가 공동으로 심사해 기술과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에 수여한다.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모뉴엘 제품은 ‘터치테이블PC’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케어 시스템’이다.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은 식‘ 물용 스마트 커뮤니케이터’와 스‘ 마트 홈서버 공기청정기’, ‘스마트가드 정수기’다.
모뉴엘은 2004년 출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가 2007년 CES 기조연설에서 “엔터테인먼트용 PC를 만드는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고 언급해 세계 IT업계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롯데마트에서 판매한 ‘통큰 넷북’, ‘통큰 TV’ 등을 만드는 곳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TV뿐만 아니라 PC, 모니터, 로봇청소기까지 만드는 종합가전회사다.
직원 수는 266명에 불과하지만 연구·개발(R&D)에서부터 디자인, 생산,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설립 8년 만인 지난해 46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렸다. ‘홈시어터형 컴퓨터(HTPC)’를 만들었고 대기 전력이 없는 에너지 절감형 PC(일명 소나무 PC), 로봇기술을 접목한 생활가전 제품 등을 내놨다.
직원 절반이 R&D 인력원 부사장은 모뉴엘의 전신인 ‘아하닉스’의 창업자다. 닷컴 붐이 불었던 2000년, 친구 5명과 모여 웹 에이전시 ‘다인랩’을 만들었다. 이후 가로형 무소음 컴퓨터 HTPC를 개발해 미국에 수출하면서 미주 삼성전자 지사에 있던 박홍석 대표와 처음 만나게 됐다.
아하닉스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2004년 회사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원 부사장은 제품개발에 집중하고자 당시 임원이었던 박홍석 대표이사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줬다. 박 대표가 취임하면서 사명을 모뉴엘로 변경했다. 현재 원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다인랩은 외부 디자인 그룹으로 모뉴엘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경영 고민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원 부사장은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해마다 CES를 겨냥해 R&D 직원을 중심으로 특별 TF팀을 구성했다. 모뉴엘은 전체 직원의 56%가 R&D를 담당한다. CES TF팀은 제품의 기획부터 개발생산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으며 단순히 수상을 위한 제품이 아닌 CES 이후에 실질적으로 상용화·제품화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한다. 원 부사장은 “브레인 스토밍 단계부터 TF팀에 참여하고 싶은 모든 직원들에게 참여할 기회를 열어둔다”면서 “전 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매년 10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개발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은 큽니다. 최고 혁신상을 받은 터치테이블PC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케어 시스템 관련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1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줬습니다. 모뉴엘의 향후 로드맵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죠.” 원 부사장은 직원들과 브레인 스토밍 시간을 자주 갖는다.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허무맹랑한 내용도 많이 나온다. 원 부사장은 “다른 직원들이 말도 안 된다고 비웃고 비판하는 아이디어일수록 옹호한다”면서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를 말이 되게 했던게 모뉴엘의 성장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남과 다른 생각이 중요합니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이질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죠. 예상치 못한 형태와 새로움만이 고객 감동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평소 쇼핑과 맛집 탐방을 즐기는데 특히 주말엔 가족들과 외출하거나 외식을 즐겨요. 즐길 줄 알아야
트렌드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일본 온쿄사와 합작한 라이프스타일 회사미국·중국·일본·독일에 4개 지사를 둔 모뉴엘은 4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10년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2011년엔 ‘2억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올 11월에는 일본 전자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의 오디오 가전기업 온쿄와 손잡고 원 부사장이 대표를 맡은 ‘모뉴엘온쿄 라이프스타일’을 세워 로봇청소기 2종과 소나무PC, 태블릿PC 2종을 일본시장에 선보였다.
그는 “모뉴엘의 디자인과 글로벌 영업력을 3대 오디오 가전업체인 온쿄의 뛰어난 음향 기술력에 결합해 신제품 개발할 것”이라며 “일본은 세계 최고 제품이 모인다는 상징성도 있는데다 로봇청소기로는 세계 2위의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출장을 가보면 분위기가 매우 다운돼 있어요. 틈새시장을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원전사태로 전력 문제에 관심이 많아 소나무PC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서민을 위한 제품인 로봇청소기 ‘클링클링’도 반응이 괜찮습니다.”
그는 앞으로 가족과 연계한 제품과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고 제품과 제품간의 컨버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그는 “가정 내 환경에 맞는 클라우드 서비스 등 토털 라이프스타일 패키지같이 가족을 위한 제품을 만들 것”이라면서 “온난화, 에너지 고갈 등 환경변화에 맞춰 잘만테크의 특화된 쿨링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전자 제품이 얼마나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가와 소비자의 생활습관을 이해하는가 하는 것”이라며 “디자이너는 이제 문화 창조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뱅앤올룹슨, 애플과 같은 ‘하이터치’ 제품을 만들어 제품을 통해 감동을 주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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