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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 - 빗나간 영웅주의

NB - 빗나간 영웅주의

차드 어린이들을 수단 고아라고 속여 프랑스로 입양시키려던 자선운동가 체포돼


거짓말쟁이. 배후조종자. 과대망상증 환자. 지난주 파리의 한 법원에서 에릭 브레토(42)를 가리켜 그런 수식어들이 난무했다. 그 프랑스인 자선 운동가를 피고인으로, 가짜 아프리카 고아 103명이 관련된 사건의 재판이다. 당사자인 브레토는 출두하지 않았다. 이 재판은 ‘조의 방주 사건(Zoe’s Ark Affair)’ 드라마의 속편이다.

문제가 된 브레토의 비정부단체 이름을 딴 사건이다. 이 사건은 자원봉사 활동이 끔찍하게 빗나간 불행한 스토리다. 사건은 2007년 차드 아베체에서 시작된다. 81명의 소년과 22명의 소녀를 전세기에 태워 프랑스로 출국시키려던 자선단체 운동가들이 당국에 체포됐다. 의복 대신 붕대로 몸을 감싼 아이들은 전쟁으로 파괴된 이웃 수단의 다르푸르 출신 고아들이라고 했다. 한편 프랑스의 한 공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입양가족들은 헛되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조의 방주’가 입양 웹사이트에서 모집한 사람들이었다. 일부는 다르푸르 출신 고아를 돌봐주려고 2000유로가 넘는 돈을 지불했었다. 그 아이들 대다수가 수단이 아니라 차드 출신이며 전혀 고아들도 아니었음을 유엔아동기금(UNICEF)을 비롯한 단체들이 알아냈다.

이 사건은 프랑스에 충격을 던져주고 차드와 외교적 긴장을 유발했다.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은 사악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이들을 팔아 넘기거나 죽여서 장기를 떼어내려는 목적인가?” 2007년 12월 26일 ‘조의 방주’ 회원 6명이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서 납치미수(attempted kidnapping)로 유죄가 확정돼 8년간 중노동 형을 받았다(프랑스에서 징역형으로 감형됐다).

그리고 어린이의 부모들에게 600만 유로 이상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브레토와 그의 여자친구이자 2인자인 에밀리 를루슈의 변호사는 그 커플을 가리켜 “피해를 주려는 마음은 결코 없었던 어설픈 몽상가들”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조의 방주’ 지도자를 영웅주의에 광분한 과대망상형 인간으로 묘사했다.

2008년 3월 차드는 그 죄수들을 사면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미 독자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차드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4명과 다른 2명이 현재 양부모 사기, 불법 입양 중개인 활동, 외국인 미성년자 불법 입국알선 혐의를 받고 있다. 마지막 범죄 하나만 해도 10년형에 해당된다. 그 사건을 재조사하는 프랑스 언론은 차드에서 그 아이들의 마을을 샅샅이 훑었다. ‘

조의 방주’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한 12세 소년은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텔레 뉴스 채널에 말했다. “부모님들이 우리를 찾으러 왔을 때 엄마는 우리가 백인들에게 잡아 먹혔을 것이라고 내게 말해줬어요.” 차드인 가족들은 아직도 손해배상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주 파리를 방문한 데비 대통령은 어린이의 가족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배상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의 방주’를 사면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파리 재판에 출두 또는 변호사 파견을 거부한 피고인은 브레토와 를루슈뿐이었다(그들은 자신들이 자진 망명한 남아공에서 팩스로 그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에는 브레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피고인 중 몇몇은 그가 벌이는 일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다. 브레토는 고위층이 밀어준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프랑스 당국은 ‘조의 방주’에 관해 입양가족들에게 경고했었다.

브레토는 촌장들이 아이들의 출신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브레토가 아이들을 차드에서 교육시키겠다고 약속하고 넘겨받았으며 프랑스로 보내는 계획은 비밀로 했다는 증언을 재판부가 확보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부모 곁을 그리워했는지 증언하러 나온 한 간호사는 브레토가 데려 오기로 약속했던 아이들을 찾지 못하자 패닉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데려가야했다”고 그녀가 추측했다. 그 말에 반론해야 할 당사자 커플은 자리에 없었다. “막말을 해도 될까요?” 또 다른 간호사가 판사에게 물었다. “그들은 몹쓸 인간들이에요.” 선행도 도를 넘으면 법에 저촉되기도 한다는 교훈을 던져주는 그 재판은 1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브레토와 를루슈는 프랑스의 옛 격언을 실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리에 없는 사람은 항상 나쁜 사람이라는(the absent are always wrong) 속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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