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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부터 베푸는 연습하세요

젊은 날부터 베푸는 연습하세요



“나눔은 행복에 대한 공동의 투자입니다. 이 시대의 무한 경쟁이 우리 사회에서 루저를 양산했습니다. 이들에게 나눔을 통해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죠.”

이동건(74)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눔의 문화를 뿌리내려 빈부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부 양극화가 계층 갈등을 가속화하고 희망과 기회의 양극화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를 향한 분노성 범죄의 발생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우리 모금회는 정부 손길이 미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커버하고 국민이 기부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데 기여하려고 합니다. 사회 양극화에는 나눔의 힘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창립 14주년을 맞은 11월 13일 오후 정동 사랑의열매회관 6층 이 회장 방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대통령 후보들이 복지를 둘러싸고 공약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할 만한 일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나눔은 이제 시대의 화두입니다. 예컨대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을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듯이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예산 배분을 총괄하는 가칭 나눔문화특별위원회를 새 정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 기부를 늘리고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시나요.

“개인 기부는 그 사회의 나눔문화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입니다. 기부문화가 생활화되지 않은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나눔에 대한 인식과 정보가 부족합니다. 기부처에 대한 불신도 나눔문화 확산의 걸림돌이죠. 마지막으로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합니다. 사회 지도층의 기부는 부의 환원이라는 점에서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인 삶의 모델이 될뿐더러 일반인의 소액 기부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 가운데는 왜 카네기, 록펠러, 빌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롤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요.

“자본주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 비하면 오너들도 축재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앞으로 롤 모델이 많이 나올 겁니다. 꼭 오너가 아니더라도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CEO 가운데 개인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이 나오리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도 기부자 롤 모델 나올 것우리나라에도 과거엔 그런 롤 모델이 있었지 않습니까.

“우리도 두레·품앗이·향약 같은 나눔의 전통이 있습니다. 흉년에 전 재산을 풀어 이웃을 도운 제주의 김만덕 할머니,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곳간을 열어두었던 경주 최부잣집 같은 분들도 있었죠.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 같은 분들이죠. 이런 전통을 되살려낸다면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나눔의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1억원 이상 기부한 개인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가 말하자면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죠. 2007년 12월 모금회 산하에 만들어졌는데 기부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에도 직접 참여합니다.”

이 회장은 101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고액 기부자말고 일반인이 소액으로 참여할 만한 기부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직장인이 월급의 일부를 내놓는 직장인 나눔, 연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연금 나눔, 자영업 종사자들이 매출액의 일부를 지원하는 착한 가게, 온라인으로 즉석에서 소액을 기부할 수 있는 행복주식거래소 등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직접 기부하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는데 기부한 내역을 바로 조회할 수 있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 수익금의 일부가 기부되는 CRM 상품,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 지하철 1회용 카드 기부, 동전 기부 같은 나눔 창구도 열었습니다.”

개인 기부가 일반화된 선진국으로부터 배울 점도 있다고 봅니다. 노르웨이 아이들에게 “가난한 사람을 왜 도와야하느냐”고 물으면 “왜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고 반문한다고 하더군요.

“선진국들은 일찍이 사회복지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모금을 활성화해 계층 간의 위화감을 극복해 왔습니다. 특히 미국·영국 같은 나라는 개인 기부가 생활화돼 있습니다. 손쉽게 기부하는 방법이 널리 보급돼 있는 데다 기부와 나눔에 대해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이기도 하죠.

그래서 국민 대다수가 크든 작든 기부를 하고 전체 기부액 중 개인 기부의 비중이 커요. 모금회의 전국 지회에 나눔문화교육센터를 만들고 여기 직원들이 역내 초중고의 나눔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나눔은 당연한 것이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실현되려면 출자는 우리가 하겠지만 광역자치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국제로타리 회장에 선출됐을 당시 무엇보다 하고 싶은게 북한 돕기라고 했는데, 북한을 돕는 건 통일 비용을 선지출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북한을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를 통해 지난해 밀가루 1000톤을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자격으로 북한에도 다녀왔고요. 북한 지원은 국민 여론이 갈려 어려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더라도 북한에 로타리가 생기면 국제로타리 차원에서라도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모금 규모를 키우는 한편 배분의 투명성과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어떤 시도를 하셨고 성과는 어떻습니까.

“모금회 사태 직후에 이 자리를 맡아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무엇보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기부정보확인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이제 모금회에 기부를 하면 어디에 쓰이는지 한두 시간 안에 알 수 있죠. 성금이 편중되지 않고 신속히 지원되도록 보건복지부 사회통합관리망(행복e음)과의 연계 시스템도 갖췄고요.

또 과거 중앙회와 지회 간의 소통이 부족했는데 조직 개편과 인사 교류로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일례로 지난 2년 간 세 번 공채를 해 이들을 전국 16개 시도지회로 보냈습니다. 시민감시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고, 사이버신문고제도·내부공익신고제도도 활성화했습니다.”

금전 기부 외에 재능 기부, 전문성 기부, 시간 기부 쪽으로도 모금회가 기여하고 있습니까.

“기부는 금전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재능과 시간도 나눔의 요소이자 행복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유용한 자원이죠. 실제로 최근엔 연예인뿐 아니라 디자이너·의료인·법조인·전산프로그래머·이미용사 같은 분들이 활발하게 재능 기부를 하고 있죠. 이렇다 할 재능이 없어도 시간을 기부하는 봉사활동은 할 수 있어요. 재능이나 시간을 기부할 용의가 있다면 필요한 곳에 전달되도록 우리 모금회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가전업체 리홈 창업해 사업 다각화이 회장은 기업인 출신으로 부산방직공업과 리홈 회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1968년 부친이 창업한 부산방직에 몸담으며 가업을 잇는다. 79년엔 생활가전업체 리홈(옛 부방테크론)을 창업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지금은 구조조정 후 매출액이 442억원(2011년)으로 준 부산방직보다 리홈의 외형(3056억원)이 훨씬 크다.

“굴뚝산업인 방직업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성장의 전기가 필요했습니다. 부산방직 공장 한쪽에서 전기밥솥 부품을 만들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밥솥 완제품 시장에 진출했죠. 자체 브랜드 전환이 좀 늦었지만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부산로타리지구 총재를 지낸 부친에 이어 로타리 회원이 된 그는 95년 국제로타리 서울 3650지구 총재를 지냈고 2008년엔 국제로타리 회장에 당선됐다. 민간 외교사절의 최고봉으로 교황과 각국 정상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자리.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사업 성공과 명예 두 가지를 거머쥔 그도 좌절을 경험한 일이 있을까.

“숱한 좌절을 겪었습니다. 사채 빚에 시달리던 선친이 75%의 회사 지분을 내놓고 남들과 동업을 해야 했을 땐 사채를 없애버리든지 차라리 사채꾼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국방부에 담요를 납품하면서 매당 5만원이라고 적는다는 게 5000원이라고 잘못 적었다가 납품가가 조정되기는 했지만 큰 손해를 본 일도 있고요. 돈을 빌려주지 않는 은행 간부를 여러 차례 집으로 찾아갔을때도 좌절감을 맛봤죠. 초식불길(初食不吉)이라고 일찍 출세한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일찍 출세한 사람을 보고 좌절할 일도 아니고요.”

젊은 날 로타리 활동을 하다가 걸핏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멤버 때문에 그만둘 생각을 한 일도 있다. 막상 그만두려고 하니 매주 모이는 주회 때마다 5000원~1만원씩 내는 성금을 못 내게 될 것이 마음에 걸렸다. 유일하게 남을 위해 베푸는 기회였다. 그는 로타리에 남기로 마음 먹고 이 일을 계기로 성금액을 두 배로 늘렸다. 그때 떠났다면 국제로타리 회장이라는 영예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이루고 나름대로 성공했다면 그 과정에서 나를 배려한 사람과 나로 인해 피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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