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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Book - 인간 오길비의 인생 재기전

Business Book - 인간 오길비의 인생 재기전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을 객관화해보라. 이런 방법 가운데 하나가 어려운 상황에도 신화를 창조한 주역들의 전기를 읽는 일이다. 최근에 나온 케네스 로먼의 『무조건 팔아라』는 광고로 세상을 바꾼 천재인 데이비드 오길비 평전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저자가 무려 26년 동안 오길비로부터 숱한 메모와 편지 그리고 여행의 동행에서 배운 사람이란 사실이다. 케네스 로먼은 1963년에 오길비앤더매더에 입사해서 1985년부터 1989년까지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많은 자료를 뒤지고 현장을 방문하고 100번이 넘는 인터뷰를 가지면서 자신이 모신 보스에 대한 평전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지금 생각해 봐도 두려운 존재라면 말이다. 웬만큼 보스를 존경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서문에서 자신이 모신 보스의 훌륭함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솔직히 나는 서문에 실린 이 문장에 낚였다. 도대체 얼마나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인지 보스의 훌륭함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책을 쓸 수 있을까. 오래 전의 상사가 얼마나 훌륭하였으면 은퇴한지 20여년 전의 보스를 회상하면서 어려운 집필 작업을 시작하였을까?

책 읽기를 끝낸 다음의 나의 총평은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한 독서였다”는 점이다. 우선 좋은 가문 그리고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탓에 그는 혹독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밖에 없는 딱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힘든 젊은날을 보내는 청년이라면 이 책에서 “내가 겪는 어려움은 이 양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 세계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배움 가운데 그들 각자가 가진 특별함이다. 저자는 함께 일한 사람이 아니라면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는 오길비의 독특한 습관을 몇 가지를 소개한다. 오길비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탐구 정신이다. 그는 대화할 때 점잔 빼고 가만히 앉아서 듣는 스타일의 인물이 아니었다. 어떤 일에서든 호기심을 가진 오길비는 쉴 새 없이 상대방에게 질문을 쏟아 부은 인물이었다.

오길비의 옆자리에서 식사를 한 여성은 후식이 들어올 즈음이 되자 오길비는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어떤 것에 관해서든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대하였다. 그의 독창적인 광고는 이런 탐구심과 왕성한 학습에서 나왔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었으며, 이에 대해 저자는 “오길비는 광고에 대한 책을 전부 다 읽었다면서 그런 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는 표현을 더한다.

카피 치프를 맡았던 데이비드 맥콜은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높게 평가한다. “오길비는 괴벽으로 유명했지만 직업 정신이 투철해서 일에서만큼은 대신할 사람이 없을 만큼 앞서 있었습니다. 일에서는 그가 꼭 필요했지요. 그는 게으른 것을 거의 광적으로 싫어했습니다.”

한 전직 카피라이터는 “내가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부지런했어요. 그의 광고 철학은 나태에 대한 혐오로 가득하지요. 게으른 사람들은 평범한 것을 받아들이는데, 오길비는 그걸 혐오했죠.” 오길비에게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 해도 더 나아져야 하는 대상이 불가하였다. 자신이 일과 관련해서 완벽함의 수준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직업 정신에서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겨우 열 살 무렵 선생님이 보낸 한 통지표에 실린 한 문장 “교사들과 논쟁하려 드는 경향이 있으며 교사들에게 자신이 옳고 책들이 틀렸다고 주장합니다”에 오길비의 인간적인 특성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는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혹독한 시련을 겪을 뿐만 아니라 열등감과 패배감을 맛보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 심지어 장학금으로 입학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도 낙제로 졸업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의 전기에서 나는 한 인간이 성장하면서 겪는 경험 가운데 버릴만한 경험이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꾸 던지는 그런 사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학교 생활의 실패에도 감자를 깎는 주방 보조자로서 밑바닥부터 자신의 인생을 일으키는 옥스퍼드 낙제생의 재기전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 저기 낙담하는 목소리가 유독많은 시대에 나는 광고인으로서 오길비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오길비에 주목한다.

세상살이란 고생은 고생대로 의미가 있고 실패는 실패대로 의미가 있고 성공은 성공대로 의미가 있다. 기대하는 성과를 향해 곧장 날아가는 화살과 같은 인생만을 높이 치는 세태 속에서 이 책은 “도대체 잘 산 인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세 번의 결혼 생활 속에서도 그가 인생의 말년에 최고의 작품으로 치는 것은 아들의 성공이었다. 분주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가진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가를 가르쳐 주는 사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에는 결단의 순간이 필요하다. 그는 영국 광고계에서 성공한 8살 위의 형을 떠나 자신의 인생을 실험하기 위해 미국을 향해 떠난다.

27세가 되던 1938년에 3등 선실을 타고 뉴욕에 도착한 그가 여러 경험 끝에 38세가 되던 해부터 광고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이처럼 진하게 인생을 살다 갈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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