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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KOREA 2030 POWER LEADERS - 엎어지고 깨져도 늘 설렌다

2013 KOREA 2030 POWER LEADERS - 엎어지고 깨져도 늘 설렌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2년 연속 ‘2030 파워 리더’에 꼽힌 박지영(38) 대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걸을 때 설렌다”는 그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다.
컴투스 스마일 로고와 박지영 대표의 환한 미소가 닮았다. 모바일 게임이 뜨면서 박 대표는 웃음꽃이 폈다. 촬영 장소는 서울 가산동 컴투스 본사.



1월1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컴투스 본사에서 박지영 대표를 만났다. 아담한 체구이지만 에너지가 넘쳤다. 발랄한 대학생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IT업계에서 쌓은 경력은 상당하다. 고려대 컴퓨터학과를 나온 직후 23세인 1998년 모바일 게임회사 컴투스를 세웠다. 국내 최초로 모바일 게임을 선보인 곳이다. 컴투스(come to us)는 ‘우리와 함께 게임을 통해 즐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대표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하는 ‘2030 파워 리더’에 2년 연속 뽑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그를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수혜주로 모바일 게임이 떠올랐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수요가 늘면서 컴투스 매출도 크게 뛰었다. 2011년 362억원이던 게 2012년 말 예상 매출액은 741억원에 이른다. 두 배로 뛴 셈이다. 2007년 코스닥에 상장한 컴투스는 지난해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지난해 초 1만원대인 주가는 10월12일 7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회사가 커지면서 지난해 4월에는 본사를 옮겼다.

새롭게 입주한 빌딩은 12층부터 18층까지 7개 층을 사용한다. 7개월 전만 해도 인근 건물 1개 층을 사용했다. 2009년부터 꾸준히 채용한 직원은 500여명으로 모바일 업체 중 가장 많다. 이 중 70%가 게임 개발자다. 겉모습만 봐도 최근 회사가 부쩍부쩍 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보다 먼저 하는 게 경쟁력컴투스 성공 비결은 시장 선점이다. 박 대표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PCS(개인휴대통신)폰이 처음 나왔을 때다. 그는 “휴대전화의 주요 기능인 통신에 PC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임 콘텐트를 먼저 서비스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디어와 개발한 게임을 갖고 이동통신사를 찾아다녔다. 박 대표는 “앞으로 휴대전화에 게임이 중요한 콘텐트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겠다”고 설득했다. 그의 얘기에 담당자들은 “휴대전화로 어떻게 게임을 하냐”며 시큰둥했다. 그가 개발한 오목·퀴즈나라·심리테스트 등을 보고 나서야 모바일 게임 가능성을 인정했다. 박 대표는 1년 반은 무료로 게임을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5대 통신사와 계약을 했다.

기술의 발전은 피처폰 게임이 인기를 끄는데 큰 몫을 했다. 박 대표는 2000년 휴대폰용 자바 게임을 개발했다. 초기엔 서버에서 다음 장면이나 스토리를 다운 받아야 게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자바 게임은 아예 휴대전화에 게임을 저장하기 때문에 훨씬 편리했다. 2001년 컬러폰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테트리스 라이센스를 따왔고, 피처폰 전용 게임으로 ‘붕어빵타이쿤’ 시리즈를 개발했다. 붕어빵타이쿤은 모바일 게임 최초로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당시 다운로드 비용이 2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2000년 초반 10억원대 미만이던 매출은 컬러폰 출시 이후 119억원으로 확 늘었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게임 진출도 빨랐다. 2008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새로운 변화를 감지했다고 한다. “그동안 피처폰의 작은 화면과 버튼이 모바일 게임의 단점이었어요. 놀랍게도 스티브잡스가 자판을 없애고 터치 화면으로 바꿨어요. 기존의 모든 한계를 일시에 깬 혁명이었죠. 아이폰이 모바일 콘텐트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 대표는 아이폰 출시 직후 바로 스마트폰용 게임을 만들었다. 2008년 12월 애플의 모바일 콘텐트 플랫폼 앱스토어에 ‘크로닉클 오브 이노티아’를 출시했다. 곧바로 RPG(Role-Playing Game, 역할수행 게임) 분야 1위에 올랐다. 컴투스 게임이 인기를 끌자 다음해 애플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게임을 미리 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애플 직원이 한국을 찾아왔다.

박 대표는 자신있게 실시간 대전이 가능한 모바일 스포츠 게임 ‘홈런배틀 3D’를 공개했다. 투수가 공을 던진 순간 타자가 방망이로 공을 맞추면 되는 단순한 게임이다. 홈런을 쳤을때 경쾌한 타구음을 3D로 만들어 생동감이 넘쳤다. “애플 담당자가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고 박 대표는 들려줬다. “앱스토어 공개에 앞서 애플이 TV광고를 해줬어요. 기대대로 홈런배틀3D는 주목을 받았어요. 애플이 선정한 ‘앱스토어 1주년 30대 게임’에 뽑혔고 2009년 미국의 베스트 앱에 선정됐습니다.”

컴투스 게임이 인기를 끌자 국내외 일부 휴대전화 제조 회사들이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컴투스 게임으로 성능을 시험하기도 했다. 홈런배틀 3D만 해도 신규 단말기 기능을 테스트 하기 좋은 게임이다. 3D 그래픽 기술, 네트워크 접속 상태, 프레임 속도, 중력 센서 등이 제대로 작동해야 이 게임을 할 수 있어서다.

남보다 빨리 시장을 개척하거나 투자를 하다 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묻자 그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택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투자를 해서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배우는 게 있어요. 그 경험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 게임을 빠르게 낼 수 있었던 것도 실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부터 모바일 게임을 만들다 보니 수많은 게임 데이터가 쌓였다. 피처폰 게임용으로 만들었지만 기계가 게임 성능을 따라가지 못했던 경우도 수두룩했다. 그 중에서 스마트폰 게임으로 적합한 것을 골라 되살린 게 많다.



5초 안에 게이머 마음 잡아라박 대표는 “모바일 게임은 5초 안에 승부가 난다”고 말한다. 요즘은 정신 못차릴 정도로 많은 모바일 게임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은 첫인상이 중요하다. 박 대표가 15년째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면서 얻은 비결은 단순하다. 직관적이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휴대전화의 이동성을 고려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성공 확률이 높다.

피처폰 게임 중 인기를 끌었던 ‘붕어빵타이쿤’과 ‘미니게임천국’ 역시 조작 방법이 쉽다. 예컨대 붕어빵타이쿤은 빠른 시간에 주문한 붕어빵을 만들면 된다. 미니게임천국은 단순한 조작으로 7~10개의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두 게임 모두 캐릭터가 귀엽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에서도 게임 방식은 변함이 없다. 세계 시장에서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타이니팜’은 목장 키우는 게임이다. 게이머가 작물을 심고 동물을 키운다. 피처폰에 비해 그래픽이 생동감 있다는 게 장점이다.

게임 개발의 생명은 아이디어다. 박 대표는 직원들이 창의적인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우선 작년에 회사를 옮기면서 직원 휴식 공간에 신경을 썼다. 건물 12층 절반이 쉼터다. 1월18일 인터뷰를 위해 찾았을 때도 캐주얼 차림 30여명의 젊은 직원이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대학 휴게실을 연상케 했다. 과일쥬스·커피 등 음료 값은 단돈 1000원. 이것도 모아서 사회에 기부한다. 각 부서에 있는 냉장고에는 과일 도시락과 샐러드가 수북하다. 아침을 굶고 오는 직원을 위한 박 대표의 세심한 배려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수평적이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개발자들은 개발 과정을 사업실·지원부서와 공유해요. 제가 아이디어를 낸다 해도 지시가 아니라 의견입니다. 반대로 신입 사원이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곧바로 실행에 들어갑니다.”



여러 차례 실패에도 ‘포기란 없어’박 대표가 처음부터 성공의 길을 걸은 건 아니다. 컴투스 창업 전에 여러 사업을 하면서 쓴맛을 봤다. 1996년 고려대 컴퓨터학과 4학년 때 남자 동기(현재 남편인 이영일 부사장)와 선배 셋이서 사업을 시작했다. 각자 500만원씩 모아 학교 근처 옥탑방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금 아니면 창업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안되면 그때 취직해도 늦지 않겠다고 여겼지요.”

기대를 갖고 시작한 사업은 자꾸만 꼬였다. 초반에는 MP3시장을 보고 MP3플레이어를 개발했다. 당시 MP3 파일이 막 등장했을 때다. 하지만 MP3플레이어를 만들려면 돈이 더 필요했다. 돈을 벌기 위해 PC통신에 정보를 제공하는 IP사업에 손을 댔다. 그때 멤버 2명이 군대를 가야했다. 그들은 군 문제 해결을 위해 병역특례자로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박 대표 홀로 남았다. 사업을 접기에는 아쉬움이 커 혼자 회사를 꾸렸다.

각종 컴퓨터 부품 가격과 정보를 유료로 판매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천리안·하이텔 등 모든 PC통신을 한꺼번에 검색하는 통합검색엔진을 개발했다. 정작 PC통신회사가 모두 반대해 사업을 접어야 했다. DDR(Dance Dance Revolution)붐이 일 때는 DDR 게임 가정용 발판을 개발했다. 어렵사리 제품 개발에 성공했을 때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밀려왔다. 연달아 실패하면서 2억원 가량 빚을 졌다.

빚더미에 앉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아직 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고 안되면 접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박 대표가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택한 사업이 바로 모바일 게임이다. “병역특례로 인포뱅크에서 근무하던 이영일 부사장이 모바일 게임 아이디어를 냈어요. 귀가 번쩍 뜨이더라고요. PC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분야가 게임과 증권정보입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어요. 게다가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 게임을 만들 생각에 기대가 부풀었죠.”

마침 함께 사업을 했던 멤버들도 군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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