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빈 자리 녹차가 차지
감귤 빈 자리 녹차가 차지
10년 사이 다원 30개 넘게 늘어 … 스타벅스 아시아권 판매 제품에 제주 녹차 들어가
스타벅스·배스킨라빈스와 협업 활발제주도는 최고의 녹차 재배지로 꼽힌다.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더불어 제주의 한라산은 세계 3대 녹차 재배지다. 환경·기후·토양이 차 재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이나 경남 하동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다.
제주도의 다원들은 화산 지형에 자리 잡았다.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재배한다. 연평균 15℃ 이상의 기온과 1800mm가 넘는 강수량 때문에 최고 품질의 녹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보성이나 하동 지역에서는 1년에 1~2회 수확할 수 있지만, 제주도에선 3~4회가 가능하다.
특히 천연 물 필터로 알려진 현무암 기반의 지형 덕분에 청정한 환경에서 녹차를 재배할 수 있다. 녹차를 재배할 때는 물을 충분하게 공급해야 하고, 또 그 물이 잘 빠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녹차 밭이 경사진 곳에 계단식으로 자리 잡은 것도 배수를 고려해서다. 하지만 제주 녹차밭은 주로 평지에 있고 배수가 뛰어난 현무암 지형이 밑에 있다. 평평한 녹차 밭에서는 기계식 재배가 가능하다. 기계를 활용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
제주도가 녹차 재배에 최상의 환경이라는 점에 주목한 건 아모레퍼시픽이다. 이 회사는 제주에 녹차 생산이 전혀 없던 1980년대부터 녹차 밭을 만들었다. 한라산 남서쪽 중턱에 위치한 도순지역에서 첫 밭을 일궜다. 제주도에서 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단단한 토양 탓에 공사 장비가 자주 고장 나서 어려움도 겪었다.
재배 초기에는 가뭄과 서리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부족해 한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이후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하게 녹차의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현재 서광·도순·한남 다원에서 이 회사 녹차 브랜드 오설록 제품을 만든다. 총 면적만 330만㎡(100만평)가 넘는다. 이 곳에서 전국 녹차 생산량의 24%가 나온다.
오설록은 제주 녹차를 브랜드화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녹차의 인기가 떨어질 무렵 적극적 연구 개발로 고품질 녹차를 생산하는데 주력했다. 2002년 제주도에 녹차 박물관을 만들고 무료로 개방해 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제주도의 관광 명소가 됐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설록차 연구소’를 설립했다. 녹차를 이용한 아이스크림·음료·빵·화장품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했다.
이런 과정에서 프리미엄 수제차 ‘일로향’ 같은 제품도 탄생했다. 일로향은 2007년 세계 녹차 품평회 은상, 2008년 일본 세계 차 콘테스트 최고 금상 등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스타벅스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스타벅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하는 녹차 프라포치노 제품에는 제주의 녹차 가루가 들어간다.
오설록의 제품은 차의 본고장 중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2월 20일 오설록 티 뮤지엄은 중국인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중국인들은 녹차를 이용해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모든 제품과 전시 과정을 유심히 살피고, 내부 카페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을 맛봤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대부분의 관광객 손에 제품을 구매한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김지연 오설록 사업부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녹차도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처럼 세련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간다”며 “중국이 차로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동일한 차를 재해석해 상품으로 개발하는 수준은 이미 한국이 중국을 앞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녹차를 빛내는 곳이 오설록만 있는건 아니다. 30개의 크고 작은 다원에서는 맛좋은 녹차를 생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 제주도의 일반 농가에서 녹차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제주의 대표 농작물인 감귤을 대체할 만한 수익 작물을 연구하다 녹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조금씩 재배면적이 늘다가, 2005~2007년 사이 급속도로 늘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녹차 부서를 신설하고 농가에 녹차 재배를 장려했다. 하지만 2007년 중반 위기를 맞았다. 커피가 득세하고 녹차의 인기가 떨어져 전반적인 침체기를 맞았다. 다행히 제주도의 다원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보통 녹차 재배를 시작하고 수확하기까지는 6~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다원은 비교적 최근에 재배를 시작한 지역이 많아 침체기의 직격탄을 피했다.
제주의 청정 이미지 덕도 많이 봐2007년부터 시작된 녹차 시장 침체는 제주 녹차에 약이 된 면도 있됐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품종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섰다. 액체 상태로 언제든 물에 희석해 쉽게 마실 수 있는 녹차 액기스, 비빔밥 재료나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녹차 나물, 부피를 줄이고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포장법을 개발해 상표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제주도농업기술원과 다원이 함께 연구 개발한 제주 1호 녹차 품종 ‘금설’이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출원을 했다. 송인관 제주도농업기술원 박사는 “끊임 없는 연구개발 끝에 4개의 특허기술을 개발하고, 2개의 상표 등록을 하는 성과를 올렸다”며 “개발한 상품은 조만간 전국의 대형마트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록차연구소 유주 팀장은 “좋은 녹차는 세계 대회에서 상을 많이 탄 제품”이라며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농담만은 아니다. 좋은 차(茶)는 기호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이 필요하다. 제주 녹차는 해외 대회나 박람회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깨끗한 환경 이미지가 제주 녹차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유 팀장은 “해외에 나가보면 의외로 제주도를 아는 외국인이 많다”며 “제주에서 생산한 차라고 소개하면 ‘깨끗한 곳에서 자란 녹차라 품질과 맛도 당연히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을 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주 프리미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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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녹차 생산량은 2007년까지 늘다가 그 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값싸고 질 낮은 티백 녹차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건강에 좋은 음료’라는 이미지가 희석된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커피 열풍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 녹차를 중심으로 반전의 기류가 흐른다. 청정한 제주 이미지를 담은 고품질 녹차가 해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각종 명차 품평회에서 상을 받고, 제주만의 문화를 담은 독특한 상품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배스킨라빈스·던킨 도넛츠 등 프랜차이즈 카페와 손 잡고 사업 다각화도 모색 중이다. 10년 전 두 세개에 불과한 제주도 다원(茶園, 차 재배지) 수도 현재 30개가 넘는다. 제주의 녹차 생산량은 2000년대 전국의 10% 수준에서 지금은 30%로 늘었다.
스타벅스·배스킨라빈스와 협업 활발제주도는 최고의 녹차 재배지로 꼽힌다.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더불어 제주의 한라산은 세계 3대 녹차 재배지다. 환경·기후·토양이 차 재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이나 경남 하동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다.
제주도의 다원들은 화산 지형에 자리 잡았다.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재배한다. 연평균 15℃ 이상의 기온과 1800mm가 넘는 강수량 때문에 최고 품질의 녹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보성이나 하동 지역에서는 1년에 1~2회 수확할 수 있지만, 제주도에선 3~4회가 가능하다.
특히 천연 물 필터로 알려진 현무암 기반의 지형 덕분에 청정한 환경에서 녹차를 재배할 수 있다. 녹차를 재배할 때는 물을 충분하게 공급해야 하고, 또 그 물이 잘 빠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녹차 밭이 경사진 곳에 계단식으로 자리 잡은 것도 배수를 고려해서다. 하지만 제주 녹차밭은 주로 평지에 있고 배수가 뛰어난 현무암 지형이 밑에 있다. 평평한 녹차 밭에서는 기계식 재배가 가능하다. 기계를 활용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
제주도가 녹차 재배에 최상의 환경이라는 점에 주목한 건 아모레퍼시픽이다. 이 회사는 제주에 녹차 생산이 전혀 없던 1980년대부터 녹차 밭을 만들었다. 한라산 남서쪽 중턱에 위치한 도순지역에서 첫 밭을 일궜다. 제주도에서 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단단한 토양 탓에 공사 장비가 자주 고장 나서 어려움도 겪었다.
재배 초기에는 가뭄과 서리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부족해 한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이후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하게 녹차의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현재 서광·도순·한남 다원에서 이 회사 녹차 브랜드 오설록 제품을 만든다. 총 면적만 330만㎡(100만평)가 넘는다. 이 곳에서 전국 녹차 생산량의 24%가 나온다.
오설록은 제주 녹차를 브랜드화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녹차의 인기가 떨어질 무렵 적극적 연구 개발로 고품질 녹차를 생산하는데 주력했다. 2002년 제주도에 녹차 박물관을 만들고 무료로 개방해 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제주도의 관광 명소가 됐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설록차 연구소’를 설립했다. 녹차를 이용한 아이스크림·음료·빵·화장품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했다.
이런 과정에서 프리미엄 수제차 ‘일로향’ 같은 제품도 탄생했다. 일로향은 2007년 세계 녹차 품평회 은상, 2008년 일본 세계 차 콘테스트 최고 금상 등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스타벅스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스타벅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하는 녹차 프라포치노 제품에는 제주의 녹차 가루가 들어간다.
오설록의 제품은 차의 본고장 중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2월 20일 오설록 티 뮤지엄은 중국인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중국인들은 녹차를 이용해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모든 제품과 전시 과정을 유심히 살피고, 내부 카페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을 맛봤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대부분의 관광객 손에 제품을 구매한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김지연 오설록 사업부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녹차도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처럼 세련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간다”며 “중국이 차로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동일한 차를 재해석해 상품으로 개발하는 수준은 이미 한국이 중국을 앞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녹차를 빛내는 곳이 오설록만 있는건 아니다. 30개의 크고 작은 다원에서는 맛좋은 녹차를 생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 제주도의 일반 농가에서 녹차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제주의 대표 농작물인 감귤을 대체할 만한 수익 작물을 연구하다 녹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조금씩 재배면적이 늘다가, 2005~2007년 사이 급속도로 늘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녹차 부서를 신설하고 농가에 녹차 재배를 장려했다. 하지만 2007년 중반 위기를 맞았다. 커피가 득세하고 녹차의 인기가 떨어져 전반적인 침체기를 맞았다. 다행히 제주도의 다원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보통 녹차 재배를 시작하고 수확하기까지는 6~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다원은 비교적 최근에 재배를 시작한 지역이 많아 침체기의 직격탄을 피했다.
제주의 청정 이미지 덕도 많이 봐2007년부터 시작된 녹차 시장 침체는 제주 녹차에 약이 된 면도 있됐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품종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섰다. 액체 상태로 언제든 물에 희석해 쉽게 마실 수 있는 녹차 액기스, 비빔밥 재료나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녹차 나물, 부피를 줄이고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포장법을 개발해 상표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제주도농업기술원과 다원이 함께 연구 개발한 제주 1호 녹차 품종 ‘금설’이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출원을 했다. 송인관 제주도농업기술원 박사는 “끊임 없는 연구개발 끝에 4개의 특허기술을 개발하고, 2개의 상표 등록을 하는 성과를 올렸다”며 “개발한 상품은 조만간 전국의 대형마트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록차연구소 유주 팀장은 “좋은 녹차는 세계 대회에서 상을 많이 탄 제품”이라며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농담만은 아니다. 좋은 차(茶)는 기호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이 필요하다. 제주 녹차는 해외 대회나 박람회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깨끗한 환경 이미지가 제주 녹차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유 팀장은 “해외에 나가보면 의외로 제주도를 아는 외국인이 많다”며 “제주에서 생산한 차라고 소개하면 ‘깨끗한 곳에서 자란 녹차라 품질과 맛도 당연히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을 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주 프리미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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