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월급 반납하고 해외지점 문 닫아
CEO 월급 반납하고 해외지점 문 닫아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말 임원회의에서 “당분간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성준 부사장과 일부 임원들도 동참했다. 손 사장은 “경비를 절감해 흑자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CEO는 손 사장이 처음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2008년 손 사장이 사비 30억원을 들여 세워 설립 2년 만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증시 침체로 지난해 9월 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4~9월에는 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62개 증권회사의 지난해 3분기(2012년 4~12월)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7877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특히 3분기 순이익은 1131억원으로 2008년 2분기(934억원) 이후 최저치다. 이처럼 순익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코스피가 1800~2000선 박스권에 머물면서 주식 거래가 급감한 때문이다.
증권 거래 수수료 수입이 전체 수익에서 60~70%를 차지하는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해외로 떠났지만 해외지점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 영업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민주통합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증권사 해외투자 현황, 삼성증권 해외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2011년에 총 18개 증권사가 해외 투자에서 1637억원(150만8000달러) 규모의 손실을 냈다.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이 가장 많은 손실을 냈다. 삼성증권은 지난 3년간 1150억원의 해외 투자 손실을 봤다. 해외로 진출한 18개 증권사 전체 손실액의 70.2%에 해당한다. 삼성증권 홍콩 법인은 지난해 6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100명에 달했던 인력을 20명 남짓으로 줄였다. 해외 주식 매매도 거의 중단했다. 삼성증권이 2009년 홍콩법인에 대규모 증자를 진행하며 아시아 최고 증권사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내 첫 증권사 해외 지점 폐쇄 결정현대증권도 지난해 초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를 폐쇄했고, 올 3월 도쿄지점 문을 닫는다. 현대증권은 1997년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도쿄에 지점을 열었다. 도쿄지점은 지난해 개설 15년 만에 첫 자문계약을 따내는 등 성과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고 결국 지점 폐쇄가 결정됐다. 신한금융투자도 영국 런던법인과 일본 도쿄 사무소의 철수 작업을 하는 중이다.
KTB증권도 계열 사모펀드인 KTB PE(프라이빗 에쿼티)가 분사함에 따라 중국과 미국·일본 현지 사무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신영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증시 부침현상이 심해졌고, 증권사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여전히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고수하는 곳도 있다. KDB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취임한 김기범 사장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올해 홍콩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 증권사 홍콩법인은 지난해 155억원의 영업이익(세전) 냈고 올해도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대한다. KDB대우증권 측은 “해외사업부문의 수익비중을 2015년까지 1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도 홍콩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더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해외 시장 확대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해외시장은 대부분 홀세일(도매) 영업을 하는데 자본규모나 인력 등에서 글로벌 금융투자회사에 비해 뒤처지고 헤지펀드 시장도 걸음마 단계인 만큼 프라임 브로커리지(헤지펀드 등 전문투자자가 요구하는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와 수익 일부를 받는 것)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 조성경 연구원은 “해외 진출 증권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지녔는지 의문”이라며 “대부분 현지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이익이 주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 사업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코오롱 ‘인보사 사태’ 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2‘코인 과세유예·상속세 완화’ 물 건너가나…기재위 합의 불발
3최상목 “야당 일방적 감액예산…결국 국민 피해로”
4日유니클로 회장 솔직 발언에…中서 불매운동 조짐
5최태원은 ‘한국의 젠슨 황’…AI 물결 탄 SK하이닉스 “우연 아닌 선택”
6서울지하철 MZ노조도 내달 6일 파업 예고…“임금 인상·신규 채용해 달라”
7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8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9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