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역사의 앙숙 그라운드에서 만나다
Sports - 역사의 앙숙 그라운드에서 만나다
미국 - 쿠바·베네수엘라, 스페인 - 베네수엘라·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미국이 쿠바와 야구로 붙는 걸 피한다”며 “쿠바가 우승한다면 대회 상금을 태풍 카트리나 피해지역 복구 성금으로 내겠다”고 대응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사회주의 혁명 이전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입단 테스트를 받은 야구광이다. 대회를 주최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국제야구연맹의 설득으로 쿠바는 간신히 출전했다.
미국 정부, 쿠바 출전 방해하기도쿠바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야구 최강이다. 국제야구연맹 랭킹 1위인 쿠바는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세 번이나 금메달을 따냈다.
WBC가 생기기 전 최고 국제대회인 야구 월드컵에서도 무려 25번이나 우승했다. 카스트로의 관심과 지원 속에 쿠바 야구는 오랫동안 세계 최강을 유지했다. 그러나 부와 명예를 위해 수많은 선수가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쿠바 야구의 전력은 과거보다 약해졌다.
야구 종주국 미국은 최고의 무대인 WBC에서 한 번도 쿠바와 맞붙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미국과 쿠바가 가급적 만나지 않도록 대진표를 만들어서다. 카스트로는 2009년 2회 WBC 당시 “미국이 쿠바를 떨어뜨리기 위해 한국·일본과 한 조에 쿠바를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쿠바는 두 나라에 밀려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쿠바는 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됐지만 1라운드를 가볍게 통과했다. 2라운드까지 통과하면 준결승 또는 결승에서 WBC 최초로 미국과 대결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미국을 벼르고 있는 나라는 쿠바뿐만 아니다. 3월 5일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끈 베네수엘라 역시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다. 과거 우방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1999년 차베스가 취임한 이래 미국과 끊임 없이 충돌했다. 차베스 역시 젊은 시절 메이저리거를 꿈꾼 야구선수 출신이다. 루이스 소호 베네수엘라 감독은 “2006·2009년 WBC 때 경기 뒤 가장 먼저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은 차베스 대통령이었다”며 이번 대회 선전을 다짐했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축구 강국이다. 야구 실력도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유럽의 강호 스페인은 첫 출전한 WBC 예선에서 당당히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스페인 대표 명단 28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작 스페인 출신은 하나도 없다.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 출신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간판이 스페인 대표팀일뿐 베네수엘라 출생이 가장 많다. 쿠바·도미니카 출신도 있다.
아프리카 북서부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섬 출신 투수 에릭 곤잘레스가 그나마 스페인 본토에서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다. 본인·부모·조부모의 조국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해 출전할 수 있는 WBC 특유의 조항때문이다. 대부분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이들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로부터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스페인 국가대표로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모국과 싸운다. 스페인이 과거 식민통치 한 베네수엘라(1522~1811년)·푸에르토리코(1493~1898년)·도미니카 공화국(1492~1795년, 1809~1822년)과 함께 C조에 배정됐기때문이다. 도미니카와 베네수엘라는 선수 대부분이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우승 후보다.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 역시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함됐다. 과거 ‘무적함대’를 앞세워 해양으로 나간 스페인이지만 WBC에서는 이들 나라에 지배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에서도 역사 속 앙숙이 많다. 3월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야구장. 대만 최대 일간지 빈과일보는 한국과 WBC 1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전단지를 뿌렸다. 전단지에는 ‘봉타고려(棒打高麗·방망이로 한국을 쳐라)’라는 격한 문구와 함께 탱크를 탄 대만 선수가 한국 선수를 짓밟는 모습이 담겼다. 단순한 응원의 메시지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관중석 분위기는 광적이었다. 대만 관중들은 한국 선수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태극기에 개를 그려 넣은 피켓은 물론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사진까지 등장했다. 대만인들은 2008년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도 ‘개고기의 나라 한국’ ‘성형수술은 한국에서 하자’ 등의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대만에서 혐한 기류가 생긴 건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 1992년 8월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과 국교를 단절했다. 그러자 대만은 한국을 변절자로 여겼다. 1993년 타이페이 주재 한국 대표부가 개설됐지만 반한 감정은 식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태권도 경기에서 대만 선수가 불법장비 착용 문제로 실격패를 당하자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 제품 불매 운동까지 벌였다.
야구는 대만이 국기(國技)로 여기는 스포츠다. 그래서 한국을 이기려는 마음은 더욱 강하다. 대만은 2006년 제1회 WBC부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5년간 국제대회에서 한국에게 모두 졌다. 때문에 홈에서 개최한 이번 WBC 1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대만의 혐한 감정 역사적 뿌리 있어대만은 한국전에서 2-0으로 앞서다 8회말 3점을 내줘 역전패했다. B조에서 한국·대만 네덜란드가 똑같이 2승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차를 따져 한국이 떨어졌다. 대만은 2라운드에 진출하고도 분해했다. 셰장헝 대만 대표팀 감독은 “한국을 몇 년 동안 이기지 못해 승리를 기다려왔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만은 2라운드에서는 일본과 한 판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대만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를 경험했지만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두고 중국-대만-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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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흔히 전쟁에 비유된다. 국가 대항전은 나라의 역사와 정치까지 얽힌 대리전도 된다. 1969년에는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정치적 갈등이 월드컵 예선전에서 증폭돼 포탄이 오가는 진짜 전쟁으로 변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앙숙인 국가 간 대결이 관심거리다. 1회와 2회 WBC에서 총 8번 열린 한·일전은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이번 WBC에서도 조국의 명예를 건 ‘야구전쟁’이 예고돼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미국이 쿠바와 야구로 붙는 걸 피한다”며 “쿠바가 우승한다면 대회 상금을 태풍 카트리나 피해지역 복구 성금으로 내겠다”고 대응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사회주의 혁명 이전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입단 테스트를 받은 야구광이다. 대회를 주최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국제야구연맹의 설득으로 쿠바는 간신히 출전했다.
미국 정부, 쿠바 출전 방해하기도쿠바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야구 최강이다. 국제야구연맹 랭킹 1위인 쿠바는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세 번이나 금메달을 따냈다.
WBC가 생기기 전 최고 국제대회인 야구 월드컵에서도 무려 25번이나 우승했다. 카스트로의 관심과 지원 속에 쿠바 야구는 오랫동안 세계 최강을 유지했다. 그러나 부와 명예를 위해 수많은 선수가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쿠바 야구의 전력은 과거보다 약해졌다.
야구 종주국 미국은 최고의 무대인 WBC에서 한 번도 쿠바와 맞붙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미국과 쿠바가 가급적 만나지 않도록 대진표를 만들어서다. 카스트로는 2009년 2회 WBC 당시 “미국이 쿠바를 떨어뜨리기 위해 한국·일본과 한 조에 쿠바를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쿠바는 두 나라에 밀려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쿠바는 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됐지만 1라운드를 가볍게 통과했다. 2라운드까지 통과하면 준결승 또는 결승에서 WBC 최초로 미국과 대결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미국을 벼르고 있는 나라는 쿠바뿐만 아니다. 3월 5일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끈 베네수엘라 역시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다. 과거 우방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1999년 차베스가 취임한 이래 미국과 끊임 없이 충돌했다. 차베스 역시 젊은 시절 메이저리거를 꿈꾼 야구선수 출신이다. 루이스 소호 베네수엘라 감독은 “2006·2009년 WBC 때 경기 뒤 가장 먼저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은 차베스 대통령이었다”며 이번 대회 선전을 다짐했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축구 강국이다. 야구 실력도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유럽의 강호 스페인은 첫 출전한 WBC 예선에서 당당히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스페인 대표 명단 28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작 스페인 출신은 하나도 없다.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 출신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간판이 스페인 대표팀일뿐 베네수엘라 출생이 가장 많다. 쿠바·도미니카 출신도 있다.
아프리카 북서부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섬 출신 투수 에릭 곤잘레스가 그나마 스페인 본토에서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다. 본인·부모·조부모의 조국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해 출전할 수 있는 WBC 특유의 조항때문이다. 대부분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이들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로부터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스페인 국가대표로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모국과 싸운다. 스페인이 과거 식민통치 한 베네수엘라(1522~1811년)·푸에르토리코(1493~1898년)·도미니카 공화국(1492~1795년, 1809~1822년)과 함께 C조에 배정됐기때문이다. 도미니카와 베네수엘라는 선수 대부분이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우승 후보다.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 역시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함됐다. 과거 ‘무적함대’를 앞세워 해양으로 나간 스페인이지만 WBC에서는 이들 나라에 지배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에서도 역사 속 앙숙이 많다. 3월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야구장. 대만 최대 일간지 빈과일보는 한국과 WBC 1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전단지를 뿌렸다. 전단지에는 ‘봉타고려(棒打高麗·방망이로 한국을 쳐라)’라는 격한 문구와 함께 탱크를 탄 대만 선수가 한국 선수를 짓밟는 모습이 담겼다. 단순한 응원의 메시지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관중석 분위기는 광적이었다. 대만 관중들은 한국 선수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태극기에 개를 그려 넣은 피켓은 물론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사진까지 등장했다. 대만인들은 2008년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도 ‘개고기의 나라 한국’ ‘성형수술은 한국에서 하자’ 등의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대만에서 혐한 기류가 생긴 건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 1992년 8월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과 국교를 단절했다. 그러자 대만은 한국을 변절자로 여겼다. 1993년 타이페이 주재 한국 대표부가 개설됐지만 반한 감정은 식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태권도 경기에서 대만 선수가 불법장비 착용 문제로 실격패를 당하자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 제품 불매 운동까지 벌였다.
야구는 대만이 국기(國技)로 여기는 스포츠다. 그래서 한국을 이기려는 마음은 더욱 강하다. 대만은 2006년 제1회 WBC부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5년간 국제대회에서 한국에게 모두 졌다. 때문에 홈에서 개최한 이번 WBC 1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대만의 혐한 감정 역사적 뿌리 있어대만은 한국전에서 2-0으로 앞서다 8회말 3점을 내줘 역전패했다. B조에서 한국·대만 네덜란드가 똑같이 2승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차를 따져 한국이 떨어졌다. 대만은 2라운드에 진출하고도 분해했다. 셰장헝 대만 대표팀 감독은 “한국을 몇 년 동안 이기지 못해 승리를 기다려왔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만은 2라운드에서는 일본과 한 판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대만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를 경험했지만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두고 중국-대만-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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