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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안방에서 물건 배달 받아 쓴다

매달 안방에서 물건 배달 받아 쓴다

잡지 구독하듯 셔츠·화장품 받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인기 … 남성 고객도 늘어



소비자가 백화점이나 매장을 찾지 않아도 사업자가 맞춤형 상품으로 소비자를 찾아간다. 가치소비 열풍에 유통업도 소비자 중심으로 진화 중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소비자를 찾아가는 한국의 새로운 유통업을 소개했다. 한 칼럼에서 ‘한국의 셔츠매거진이란 곳에 연회비를 내면 매월 잡지가 아닌 새 와이셔츠를 보내준다’며 ‘기발한 상품’이라고 평했다.

유통 업계 종사자들은 한국 소비자가 겉보기보다 깐깐하다고 말한다. 신진호 GS샵 홍보팀장은 “우리나라 홈쇼핑 고객들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방송 시간 막판에 집중 구매하는 이유는 충동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신중해서”라며 “깐깐하게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구매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속과 품질을 동시에 따지는 가치소비도 ‘깐깐함’의 또 다른 일면이다. 불황에 한층 까칠해진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선 유통업도 나날이 새로워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르피가로가 소개한 셔츠매거진은 중저가 와이셔츠 브랜드 ‘STCO’의 에스티오가 만든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소비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제품을 잡지 구독하듯 받아볼 수 있는 새로운 판매기법이다. 셔츠매거진은 1년에 10만원의 회비로 매월 셔츠 1장씩을 배송한다. 이전까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제품을 임의로 발송하는 경우가 많았다. 셔츠매거진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다. 가치소비족의 특성을 파고든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셔츠매거진을 ‘구독’하는 박현수(33)씨는 “바쁜 직장생활에 셔츠를 사러 갈 시간도 마땅찮고 막상 여유가 생겨도 패션을 잘 몰라 고르기가 막막했다”며 “합리적 가격대의 셔츠와 타이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마다 40여종의 다양한 셔츠가 제공돼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며 “집에서도 꼼꼼하게 살핀 다음에 받아볼 수 있어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널리 퍼진 가치소비 세태 속에 여성 소비자 위주에서 박씨의 경우처럼 남성 소비자로 서비스 외연이 넓어진 것도 특징이다.

현재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인기인 품목은 화장품이다. 여성이 주로 찾지만 꾸미는 데 가치를 둔 남성 가치소비족이 늘면서 남녀 가리지 않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을 겨냥한 뷰티박스 시장도 커져 업체 수만 10곳이 넘는다. 2011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미미박스’는 월매출 3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매월 10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1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집에 앉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회사는 이렇게 해도 이익이 남는다. 제휴된 화장품 제조사가 상품을 주면서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샘플 테스트를 하고 광고효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인기를 끌면서 취급 품목도 늘었다. 최근엔 애견 인구를 위한 애견용품 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올 초 서비스를 시작한 ‘펫츠비(Petsbe)’는 애견용품만 집중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사료·간식·의류·장난감 등 애완견을 위한 다양한 상품이 마련됐다.

견종별로 선호하는 사료를 주인이 선택해 제공받을 수 있고 전담 수의사가 있어 문의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즐기듯 편리한 것을 선호하면서도 소비할 땐 꼼꼼한 젊은 세대 취향을 잘 파고든 판매기법”이라며 “가치소비 바람을 타고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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