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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문제 해답은 현장에

농어촌 문제 해답은 현장에

취임 후 1년5개월 동안 전국 150곳 12만km 다녀 …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6년 연속 최우수기관



박재순(69)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공무원 사회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고교 졸업 후 1964년 전남도청에서 서기보(9급)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38년 만에 1급 관리관이 됐다. 이후 전남 강진군수와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거쳐 2011년 10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공사 내에서 ‘현장맨’으로 통한다. 취임 후 1년5개월 동안 전국 150여 곳을 돌았다. 그는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게 행정 철학”이라며 “취임하고 약 12만km 거리를 다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관가에 나도는 공기업 수장 ‘물갈이 설’에 대해 담담했다. 박 사장은 “인사는 인사권자의 몫”이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농어민과 함께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사장 임기는 3년이다. 농어촌공사는 올 초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2012년 공공기관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6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박 사장은 “농어민 소득 향상과 행복 그리고, 7년 연속 수상을 위해 열심히 현장에 나가겠다”며 웃었다.

농어촌공사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

“우리 공사 역사는 104년이다. 하지만 그동안 명칭이 농어촌진흥공사·농업기반공사·한국농촌공사 등으로 자주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했다. 2008년에 현재 이름이 됐다. 다행히 공사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임직원이 현장에 자주 나가면서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 취임 전 25%였던 인지도가 지난해 말 40.2%로 올랐다.”

농어촌 현장을 자주 찾는다는데.

“지방 공무원을 오래 하며 쌓은 행정 철학이다. 농어촌은 모든 해답이 현장에 있다. 얼마 전 충남 서산 간척지를 다녀왔는데, 한 농민이 농기계를 공동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마련해 달라고 하더라. 1개를 짓는데 1억원 정도 드는데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농가 부채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농민들이 농기계를 구입하기 위해 빚을 많이 지는데, 이런 보관소를 통해 농기계를 공동 구매·보관한다면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다.”

농가 부채 해소를 위한 사업은 무엇이 있나.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 재해와 부채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의 농지를 공사가 관리하는 농지은행이 매입하고, 이 매입 대금으로 부채를 갚게 한 후에 농지를 장기 임대해주는 경영회생 지원 농지 매입 사업을 하고 있다.”

공사가 추진하는 농지연금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농지연금은 부부가 모두 65세 이상인 농업인이 농지를 담보로 맡기고 매월 연금식으로 받는 제도다. 2011년부터 시행해 올해가 3차 년도다. 현재 누적 가입자는 2200여 명이다. 목표를 훨씬 초과했다.”

농지연금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그렇다. 지난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겨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농민이 담보로 맡기는 농지 가치 산정 방식을 기존 공지시가 기준에서 감정평가 가격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금 실수령액이 늘어난다. 현재는 농지연금 수령액이 월 평균 90만원 정도인데, 150만~2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식품의약품안전처로 나뉘었다. 공사에 영향은 없나.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공사 입장에서는 농림부와 해수부 두 곳을 상대해야 하니 일감은 많이 늘었다(웃음). 올해는 어촌에 좀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공사 내에 어촌개발처를 신설했다. 어촌 체험 관광과 해양 레포츠, 수산물 가공·유통 등 다양한 어촌 발전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해외 농업 개발 성과는 어떤가.

“지난해 5월 해외농업 개발을 추진하는 민간기업과 함께 해외농업개발협회를 설립했다. 한국의 농업도 다른 산업처럼 해외에 진출해 경쟁력을 발휘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벌여온 농업기술 전수사업은 그런 면에서 기대가 크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카리안 댐 기술용역을 우리 공사가 수주했다. 올해는 태국 통합 물 관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봄 100년 만이라는 최악의 가뭄을 잘 넘길 수 있었던 요인은.

“농어촌공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물 관리다. 우리 공사는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9만9000km의 농업용 물길과 3356개의 농업용 저수지를 관리한다. 지난해 최악의 봄 가뭄을 겪었지만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등으로 농민들과 함께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전국에 농업용수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논 79만ha 중 농어촌공사가 66%, 각 지자체가 나머지를 전담하는 이원화 체계다.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일원화가 절실하고 정부 예산이 집중돼야 한다.”

지난해 귀농인구가 5만명에 달한다. 공사 차원의 귀농 지원 대책이 있나.

“농지 마련이 어려운 20~30대 젊은 귀농인을 상대로 희망 농지를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만 20세 이상 39세 이하의 영농의욕이 있는 농업인을 선정해 그들의 영농계획에 맞는 농지를 5년 간 최대 5ha 범위 내에서 우선 지원한다. 정부는 ‘귀농 상담→귀농 교육·훈련→농어촌 정착’으로 연결되는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귀농에 필요한 예산과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올해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농어민 소득을 늘리는 게 우리 공사의 임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극찬했던 전남 나주 화탑 마을을 얼마 전 다녀왔다. 마을 조합원들이 한우를 손수 키우고 식당과 직판장을 차려 직접 판다. 매달 1억원 이상의 수익이 난다고 하더라. 이런 모델을 적극 확산시키려고 한다. 정부는 국민행복 시대를 위해 소득·복지·경쟁력을 강조했는데, 우리 공사 역시 농어민의 소득·복지·경쟁력 향상에 열정을 다하겠다.”

농어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어촌 현장에서 ‘우리 농어업에도 희망이 있다’ ‘우리 농어업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농어민을 많이 만났다. 농어민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기후 변화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서는 농어업인의 진휘적 자세가 우리 농림수산식품 산업을 든든하게 만드는 기반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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