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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ture Capital - 애니팡 투자 성공 비결? ‘ 사람’에 투자한다

Venture Capital - 애니팡 투자 성공 비결? ‘ 사람’에 투자한다

아이디어는 웬만하면 된다. 사업 계획서도 덮는다. 단지 사람 보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이가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케이큐브벤처스의 임지훈 대표를 만났다.



“ 카카오가 처음 게임센터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사실 게임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카카오가 게임을 알아?’ 그런 분위기였죠. 그런데 애니팡을 만든 이정웅 대표는 카카오 친구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 크게 성공할 거라 예감했어요. 이 대표는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다 접고 카카오에 집중했습니다. 저는 이 대표의 그런 ‘통찰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벤처캐피탈 케이큐브벤처스의 임지훈 대표는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의 말대로 카카오에 집중한 선데이토즈의 전략은 적중했다.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애니팡은 지난해 카카오톡과 만나 ‘대박’을 터트렸다. 누적 가입자 2000만명, 동시 접속자는 300만명에 이르렀고 월 매출은 100억을 넘었다.

임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 다니던 2010년, 직원 6명에 불과한 선데이토즈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애니팡이 뜨기 2년 전이었다. 투자 당시 애니팡이 대박날 줄 알았느냐고 묻자 임 대표는 “변수가 많은 시장을 어떻게 예측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투자했을까. 그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소셜 게임에 투자하려고 업계 대표들을 만나고 다닐 때였어요. 기술력이 끝내준다, 어디 출신이다, 모두 이런 말만 하는데 이 대표는 달랐어요. 예컨대 A라는 게임이 왜 잘되는지 그 미묘한 관계를 정확히 설명하더군요. 이 친구는 판을 제대로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자로서 조금 위험한 발언인데 저는 재무제표 잘 안 봅니다.” 임 대표의 투자 스타일은 독특하다. 그는 투자과정에서 보고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업 계획을 3분 정도 듣다가 그냥 이야기나 하자고 제안한 적도 있어요. 대신에 왜 사업을 하는지, 잘 안되면 어떻게 할건지, 1년 후 모습은 어떨지 묻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위험요소가 큽니다. 좋은 사람에게 투자하면 뭔가 만들어 낼 거라고 믿습니다.”

임 대표는 ‘사람’만 마음에 들면 법인 설립 이전이라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담보나 연대보증도 없다. 가능성만 본다. 그의 투자는 성과로 나타났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하던 6년 동안 케이아이앤엑스·처음앤씨·한택엔지니어링 등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초기 투자에서 보인 임 대표의 안목과 투자 방식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평소 “벤처 CEO 100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김 의장은 지난해 임 대표와 의기투합해 초기기업 벤처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115억원의 투자펀드를 조성해 프로그램스·위시링크·엠버스·넵튠·키즈노트 등 총 12개 회사에 총 46억원을 투자했다. 임 대표가 이끄는 케이큐브벤처스는 투자한 지 10개월 만에 성과를 봤다. 처음 투자했던 프로그램스의 영화 맞춤 추천 서비스 ‘왓챠’는 현재 영화 별점 평가 수 730만개로 네이버(약 600만개)를 앞선다.

위시링크는 카카오스타일을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80여개의 쇼핑몰을 입점시켰다. 케이큐브벤처스가 3억5000만원을 투자했던 핀콘은 모바일 RPG 게임 ‘헬로 히어로’를 개발해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5위까지 올랐다.

임 대표는 케이큐브벤처스에서도 ‘사람’을 중시한다. “핀콘(온라인 및 스마트폰 게임개발 전문업체)에 5억원을 투자하려고 했는데 공동 창업자들이 반려했습니다. 돈이 너무 많으면 해이해진다고 스스로 벼랑끝으로 몰아야 한다더군요. 가정도 있고 나이도 제법 있는데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라며 올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실력도 있고 그런 자세까지 보니 저는 감사하며 투자할 수 밖에 없었죠. 열성적인 사람들이 성공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투자할 때 어떤 사람을 선호하느냐고 물었다. “무언가를 끝장내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성공한 사람은 다른 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운동으로 끝장낸 사람은 사업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 대표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실생활에서 불편을 해소하는 서비스를 중시한다. “투자할 때 서비스의 존재 이유를 중요하게 봅니다. 예를 들면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했던 키즈노트는 어린이집에서 매일 손수 쓰던 알림장을 앱으로 만들었습니다. 직장에있는 부모는 아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거죠. 매일 99%가 접속합니다. 실생활에 가치를 줘야 좋은 서비스에요.”



투자사에 ‘경험’ 전수하기도케이큐브벤처스는 투자 이후에도 투자사에 지원을 늦추지 않는다. 먼저 초기 기업이 성장하며 겪을 수 있는 이슈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게 경험을 전수한다. “조직관리, 파트너와의 협력 등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현안들이 있거든요. 또 관련 업계의 인물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기술은 잘아는 데 경험이 부족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대표들과 심리 상담도 임 대표의 역할이다. “대표 이사가 진짜 외로운 자리거든요. 고민이 있어도 직원들에게 이야기 못합니다. 힘들 때 혼자서 저를 만나러 오면 편하게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유명한 한 기업 대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람도 지금 너처럼 힘들었다. 대표 자리가 원래 힘든거다’ 이렇게 말이죠.”

실질적으로는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들끼리 네트워크도 형성했다. ‘케이큐브 패밀리’는 각사의 강점을 공유한다. 이 역시 임 대표의 역할이 컸다. 먼저 경쟁업체에 동시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투자사들이 서로 터 놓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매달 한 번 투자사 경영진을 모아 놓고 세미나를 연다.

“미국은 서로 끌고 밀어주는 문화가 있거든요. 처음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할 때 그런 문화를 정말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혼자 잘났다는 분위기가 있는데 초기 기업의 성공을 방해합니다.” 이 같은 경쟁력 때문에 ‘케이큐브 패밀리’ 네트워크로 들어오려고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벤처 창업을 하고 싶어도 팀을 꾸리지 못한 인재를 위해 ‘케이큐브 프렌즈’라는 공간도 만들었다. “팀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들은 서로 실력을 봐야 팀을 꾸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장소를 마련해 곳곳에 혼자 고민하는 친구들을 한 곳에 모아놓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안에서 팀이 만들어지든 깨지든 뭔가 나오지않겠냐는 의도였죠.” 이 공간에서 나온 아이디어에 피드백 해주고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제안도 한다.

임 대표가 이렇게 스타트업(신생업체)에 애정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잖아요. 그중 의미 있는 게 있다면 결국 소비자에게 좋은 거죠. 한 기업이 독과점을 하면 고인 물이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스타트업이 좋은 역할을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포부는 크다. “스타트업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싶습니다. A급 인재들이 새롭게 도전할 때 무조건 케이큐브벤처스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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