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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암울해지는 노후 전망

RETIREMENT - 암울해지는 노후 전망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안락한 은퇴생활은 백일몽 … 가장 안전한 연금 플랜도 위태로워
은퇴계좌 보유잔액이 4500달러 이하인 미국인이 절반에 달한다.



우리는 아껴 쓰고 절약하고 예산을 수립한다. 그리고 50세, 70세, 또는 90세에 은퇴할 때 그 동안 모아둔 돈으로 만든 황금 마차를 타고 석양을 향해 떠나가는 꿈을 꾼다.

그러나 이젠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와 달리 은퇴 전망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문제는 널리 알려진대로 곧 닥칠 사회보장 위기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스스로 다짐했던 유유자적하는 노후생활의 미래가 한낱 백일몽으로 변해간다는 점이다.

금융 건전도를 측정하는 하나의 광범위한 지표에 따르면 은퇴 또는 은퇴에 가까운 미국인 가구는 상당히 든든한 노후자금을 보유하는 듯하다. 그들이 받게 될 사회보장급여의 현재 가치는 16만 달러 선이다.

또한 평균 13만6000달러 상당의 확정연금 급여, 은퇴계좌 9만4000달러, 주택 지분 10만4000달러, 그리고 기타 자산이 30만 달러를 웃돈다. 불행히도 이상의 통계는 평균일 뿐이다. 나와 세계적인 부호 워런 버핏의 재산을 합친다면 평균액이 수십 억 달러 대에 달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요트 한 대 사지 못한다.

중앙값은 재산 분포의 정중앙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 수치를 보면 상황이 상당히 암울해 보인다. 사회보장 급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은퇴계좌 보유잔액이 4500달러 이하인 사람이 절반에 달한다. 그리고 주택지분 가치가 7만5000달러 이하인 은퇴자와 은퇴 예정자가 절반이다.

다른 자산의 중앙값은 4만5000달러 안팎이다. 누구나 살 집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은 보유자산에서 제외해야 한다. 따라서 대다수 고령자가 준비된 노후자금이 거의 없이 은퇴를 앞둔 셈이다. 고령자는 연금도 없다. 확정급여 연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일반적이지 않았다.

1980년대 한창 때는 그 연금 가입자가 전체 노동력의 3분의 1 안팎이었다. 그뒤로 상당히 큰 폭으로 줄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민간부문 연금플랜이 11만2000종이나 됐다. 지금은 3만 종으로 계속 감소세에 있다. 많은 피고용자가 회사의 파산으로 연금을 날렸다.

정부는 그런 재앙을 막기 위해 기업들에게 연금플랜 기금 납입을 더 철저히 하도록 압박했다. 하지만 대신 많은 기업이 그 플랜을 완전히 폐지하고 근로자들을 ‘확정기 여형’으로 이동시켰다. 401(k) 퇴직연금 제도처럼 전적으로 납입금과 투자수익에 따라 급여를 받는 방식이다.

401(k) 퇴직연금 세대 일진의 은퇴가 다가오면서 그 연금계좌의 저축액이 상당히 빈약해 보인다. 어림잡아 10만 달러를 비축해 은퇴를 맞이하는 평균적인 퇴직연금 가입자는 1년에 5000달러가량의 연금을 받는다. 사회보장 급여를 받는다 해도 거의 모두가 꿈에 그리는 다년간의 여행과 취미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분명 부족하다. 그리고 실상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앞서 말했듯이 그 통계가 평균치이기 때문이다. 저축계좌에 수백만 달러를 쌓아둔 미트 롬니(전 공화당 대선후보) 같은 사람들이 평균치를 끌어올린다.

피고용자가 뚜렷한 리스크 없이 은퇴자금을 모을 수 있는 드문 방법 중의 하나가 복수사업자형퇴직연금제도(MEP)다. 신규가입자에게도 기존의 확정급여연금을 계속 제공했다. MEP는 집만큼 안전한 투자로 간주됐다. 전통적인 단독설립형(singleemployer pensions) 연금보다 더 안전했다.

무엇보다 기존 연금의 몇몇 결점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았다. 기존 연금은 회사를 옮기면 해지되며 불경기 때는 납입금이 줄어드는 경향을 띠었다. 불행하게도 다니던 회사가 파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대책 없이 직원을 길거리로 내몰면서 안전하고 보장된 연금 대신 텅 빈 금융자산 주머니만 남겨줬다. 1970년대 미국은 연금보험을 도입해 그런 문제를 완화했지만 급여를 삭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날 그 연방보험조차 자금부족에 허덕인다.

MEP는 또한 ‘전직장애(job lock)’ 문제도 해결했다. 전직장애는 이직할 경우 연금을 잃게 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경제 전문용어다. MEP는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지 않는 한 연금 수혜자격이 계속 유지된다. 그리고 이론상 고용주 파산 문제도 해결했다. MEP의 모든 고용주가 펀드에 공동으로 납입 책임을 진다. 한 고용주가 가입 근로자의 연금납부의무를 다하지 않고 파산하게 될 경우 다른 고용주들이 십시일반으로 그 갭을 메운다. 본질적으로 MEP는 자체적으로 연금보험을 제공한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는 그런 방식이 주효했다. 그러나 우리들 다수와 마찬가지로 지난 10년 동안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에 MEP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MEP는 독특한 구조 덕분에 더 안전하다고 여겨졌지만 그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는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연금 지불능력을 갖춘 고용주가 많고 파산이 극히 적을 때는 모든 고용주가 연금지급에 연대책임을 지는 방식이 훌륭하다. 그러나 연금지급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이 많을 경우에는 남은 고용주들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이 커진다. 갑자기 연금 기금의 큰 부분이 자사 직원의 퇴직 후 안정기금으로부터 파산한 다른 회사 직원의 은퇴수당을 보태주는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이로 인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해 무노조 기업과 경쟁하기가 어려워진다. 어느 전문가의 말마따나 재원이 바닥난 연금플랜은 ‘단합의 도구’가 되기는커녕 ‘분열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노사를 ‘오픈숍(근로자가 노조 가입여부를 자유의사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으로 이끄는 인센티브가 된다.

누군가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노후를 맞게 된다. 이번 연금 전쟁이 그렇게 격렬한 까닭이다.



트럭기사노조센트럴스테이트(TCS, Teamsters’ Central States) 연금펀드는 문제 펀드로 악명이 높았다. 2010년 그 펀드 책임자는 의회에 나가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10~15년 사이 재원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증언했다. 그뒤로 주가가 다소 회복됐지만 그 펀드는 ‘심각한’ 상태에 있다. 연금을 보증하는 정부기관인 연금급여보장공사(PBGC)의 평가다. 기금규모가 퇴직근로자의 연금지급에 필요한 자산의 65%에 못 미친다.

TCS 연금펀드는 근로자 25만여 명의 연금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곤경에 처한 펀드가 수두룩하다. 노동부 리스트에는 기금이 부족한 연금플랜이 수백 개에 달한다. 연방 연금보험에 가입한 MEP의 25%가 ‘심각한’상태로 분류되며 그밖에 16%가 ‘위태로운’ 상태에 있다.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MEP의 보험을 전담하는 PBGC의 재원이 2023년에는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해 큰 대가를 치르고라도 펀드에서 완전 탈퇴를 추진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UPS는 2008년 60억 달러를 지불하고 TCS 펀드에서 빠져 나왔다. 펀드는 곧바로 그 돈을 증시에 투자했지만 그뒤 주가가 폭락했다. 기업들은 상당한 탈퇴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그 편이 분명 더 유리하다고 예상한다(직원들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펀드의 더 많은 회사가 파산하더라도 그 뒷감당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주에 본사를 둔 리퍼블릭환경관리(RWM)는 미국 전역의 쓰레기를 운반한다. 그 회사는 UPS의 뒤를 따르려 했지만 트럭기사 노조의 격렬한 저항에 부닥쳤다. 탈퇴수수료로 1억 달러 이상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말이다. 현재 미시건주 노조원들이 다른 트럭기사노조 연금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탈퇴했으며 5월 초 테네시주 멤피스시도 퇴직연금 401(k)로 옮기기로 의결했다.

1억 달러의 대가를 치르더라도 탈퇴하려는 RWM의 입장은 전적으로 타당한 듯하다. 어쨌든 그들도 TCS가 연금을 지불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가입했었다. RWM이 왜 다른 회사 근로자들의 연금까지 부담해야 하는가? 하지만 RWM의 입장이 합당하다면 트럭기사노조의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트럭기사노조 근로자들은 높은 급여를 받지 못하는 대신 연금을 기대하며 수십 년 동안 썩 유쾌하지 않는 일을 담당해 왔다. 그들은 안정적인 연금지급 약속을 믿었다. 그리고 UPS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MEP 펀드에서 기업이 빠져나갈 때마다 펀드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이 더 커진다. 탈퇴하는 회사들이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몫의 연금을 일시불로 지불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왜 RWM이 돈을 절약하도록 하기 위해 근로자 연금을 위험에 빠뜨려야 하는가?

분명 우리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문제들이다. 모두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했다는 근본적인 사실 때문이다. TCS 문제의 세부사항은 개별적이지만 핵심적인 딜레마는 미국 전체가 직면한 것과 같다. 호경기에 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았으며 시스템에 새로 합류하는 노동자가 많지 않아 부족한 재원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가 소득의 15~20%를 저축했다면 대다수 401(k)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은퇴자금이 충분했다. 경제가 더 빨리 성장했다면 사회복지 재원이 충분하고 연금기금과 401(k) 퇴직연금 재원이 흘러 넘쳤다. 근로자와 은퇴자 비율이 1960년처럼 5대1 수준을 유지했다면 어디서 재원을 조달해야 할지 크게 걱정하지 않고도 사회복지 급여를 인상해 퇴직연금 401(k)의 손실을 메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기대가 무산되리라는 뜻이다. 이번 연금 전쟁이 그렇게 격렬한 까닭이다. 요즘은 근로자 대 은퇴자 비율이 3대1에도 못 미친다(그리고 2대1을 향해 빠르게 나아간다).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군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40년 동안 일한 뒤 30년 동안 은퇴 생활하는 방식이 가능할까?” 연금 재원을 연구하는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조슈아 라우가 물었다. “소비를 대폭 줄이지 않는 한 필경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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