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ge of rage - 분노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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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브라질 등 개도국 중산층의 시위는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 위한 성장통이다
6월 중순에는 브라질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상파울루시측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을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고 이를 정부측이 강경진압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시위로 이어졌다.
17일에는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10여 개 도시에서 25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여들어 정부를 규탄했다.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자 일부 언론은 ‘아랍의 봄’을 다시 거론하는가 하면 ‘터키의 봄’ ‘열대의 봄’ 등 다양한 수식어를 동원해 이번 시위를 2년 전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과 연관지었다. 하지만 터키·브라질의 시위는 ‘아랍의 봄’과 성격이 무척 다르다.
척박한 땅에 혁명으로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것을 봄이라고 한다면, 이번 시위의 지향점은 뜨거운 태양빛으로 싹을 키워 온 강산을 푸르게 물들이는 ‘여름’에 가까울 것이다.
저 두 국가는 이미 예전에 봄을 겪었다. 터키는 1922년 ‘아타 튀르크(터키의 아버지)’ 케말 파샤가 혁명을 일으켜 술탄제를 폐지하면서 오늘날의 터키공화국으로 거듭났고, 그로부터 수십 년에 걸쳐 헌법공포, 정교분리, 여성참정권 허용 등 꾸준히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로 1964년부터 1988년까지 20여 년 동안 계속된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에 성공한 역사를 가졌다. 1992년에는 측근 비리에 연루됐던 페르난도 콜로르 데 멜로 대통령을 시위 끝에 탄핵한 경험도 있다.
‘아랍의 봄’은 짧게는 10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군부독재를 이어온 지도세력에 대한 민주화 시위였다. 이와 달리 터키와 브라질은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높고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풍족한 국가다. 아랍권 혁명은 튀니지의 대졸 청년이 일자리가 없어 노점을 차렸다가 이조차 정부에 금지당해 분신 자살하면서 촉발됐다. 터키나 브라질에서는 그런 사태를 상상하기 어렵다. 이번 시위로 정권이 전복되리라는 전망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차이는 시위 주체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생계에 위협을 느껴 일어선 아랍권 시민들과 달리 터키와 브라질에서 거리로 나선 시민 대다수는 중산층이다. 브라질 내 여론조사업체의 설문조사에서 상파울루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 중 4분의 3은 대학 학위를 보유한 고학력자로 나타났다.
터키의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KMG에 따르면 “TV나 자동차 같은 제품을 소유하고 쇼핑과 해외여행을 즐기는” 중산층이 2012년 터키 전체 인구의 59%를 차지했다. 브라질의 경우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12년 전체 인구의 52%가 중산층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빵이나 일자리가 아니라 더 나은 민주주의다.
터키와 브라질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7%에 달하는 경제성장과 함께 중산층 인구가 극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경제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더 활발한 경제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됐다.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된 국민들은 높은 지지율로 정권에 보답했다. 올해 초 여론조사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79%로 역대 최고치였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지지율도 50%를 넘었다.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진입하고 최근 경기가 하향세에 접어들자 그동안 경제 성장에 가려져 왔던 일부 국민의 불만이 폭발하는 형세다. 워싱턴연구소의 터키연구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소너 차가프타이는 블룸버그통신에 “에르도안 총리의 정의발전당(AKP)은 스스로 일궈낸 성공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간 AKP의 경제정책은 많은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이 중산층이 정부에 인권과 더 나은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정치평론가 지야 머랄은 이번 사태가 단지 이슬람주의 정부와 정교분리주의자 간의 종교 갈등이 아니라 도시 인구의 경제적, 사회적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벌어진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두 국가의 시위는 여러 가지 면에서 2008년 한국의 광우병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한다. 여름에 시작됐다는 시기적 유사성 때문만은 아니다. 작은 집회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는 점, 평범한 도시 중산층 시민이 주도했다는 점, 특정 주제에서 광범위한 주제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5월 초 시작된 촛불집회는 본디 광우병 대책이라는 한정된 주제로 시작된 소규모 집회였다. 당시 정부는 일몰 이후에는 어떠한 집회도 할 수 없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이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관련자를 사법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해 더 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여들면서 시위 주제는 광우병에서 FTA, 대학자율화정책, 나아가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오종진 한국외국어대 터키-아제르바이젠학과 교수는 터키 시위가 “환경보호 운동에서 시작해 정부의 독선적 태도, 언론통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2008년 한국 촛불시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한국의 촛불시위는 연예인, 소설가 등 등 유력 인사들의 참여로 문화제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부분적으로 일몰 후에는 집회시위가 아닌 문화제만 허용한다는 정부의 규제 때문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터키 시위는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 “터키에서는 에르도안 총리의 지지기반이 워낙 확고해 다른 세력이 정치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 보니 에르도안에 불만을 가졌던 다양한 세력이 이번 시위를 기회로 삼아 자신들의 의견을 공론화하려 한다.”
촛불시위가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났던 데 비해 터키와 브라질의 시위는 이미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직접 연설에 나섰고, 시위의 발단이 됐던 교통요금 인상안도 철회됐다. 터키에서는 시위가 아직 정치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지만, 주변국의 우려를 불러 일으키며 에르도안 총리 집권 후 처음으로 정권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큰 손실은 ‘안정적인 투자처’로서의 지위를 잃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자금을 회수하며 주식과 화폐가치가 급락했다. 오 교수는 “그동안 칭송만 듣던 터키 정권으로서는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다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유혈사태로 치달을 경우 정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흥국의 경제 수준이 갈수록 향상되고 빈곤층이 줄어듦에 따라 이 같은 ‘중산층의 반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990~2010년 극단적 빈곤층(일일 소득 1.25달러 이하)이 개발도상국 인구의 43%에서 21%로 절반 이상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세계는 이제 가난을 줄이는 요령을 터득했다”며 그 예로 브라질의 복지정책 ‘보우사 파밀리아’(빈민층에 교육과 식량, 가스 등을 지원한다)를 들었다. 신흥국이 지금처럼 성장하면서 각종 빈민구제 정책을 도입하면 중산층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저개발 지역으로 일컬어지던 지역에서도 이런 추세가 확인된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 중산층은 약 3억1300명이다. 지난 30년 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므슬리 엔쿠베 AF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 중산층을 “민주주의의 수호신”이라고 평했다.
대부분 고학력자로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 중산층이 늘어나고 영향력이 커지면 정부의 부패나 언론통제 등 부당한 처사에 대한 저항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규모가 커지는 중산층이 사회 변혁을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루디거 프랭스 빈대학 교수는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핸드폰, 전자결제카드 등을 사용하며 상거래 활동을 벌이는 북한 중산층을 200만 명으로 추산하며 “이들이 점진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중산층의 시위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돋움하기 위한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호세프 대통령은 자국의 반정부 시위를 두고 “많은 사람이 더 나은 국가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시위대는 “브라질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18일 TV 연설에서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대를 “약탈자”라 칭하며 “그들을 제압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해 강경진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터키와 브라질은 부유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이 두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현재 빠르게 성장 중인 저개발국가의 미래일 수 있다. 시위 경과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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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이라 불렸던 중동 민주화 운동이 잦아든지 어느덧 2년 여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일어났던 혁명들로 인해 독재자들이 퇴진하고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아직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집트에서 독재자 무바라크의 뒤를 이어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는 권력남용과 언론탄압으로 시민들의 퇴진 요구에 시달리고, 튀니지에서는 2월 야당 지도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피살되는 등 종교 갈등과 정치 불안정이 심각하다. 아직도 내전이 끝나지 않은 시리아는 헤즈볼라와 미국 등 외세의 개입으로 앞날이 한층 더 불투명해졌다.
6월 중순에는 브라질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상파울루시측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을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고 이를 정부측이 강경진압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시위로 이어졌다.
17일에는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10여 개 도시에서 25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여들어 정부를 규탄했다.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자 일부 언론은 ‘아랍의 봄’을 다시 거론하는가 하면 ‘터키의 봄’ ‘열대의 봄’ 등 다양한 수식어를 동원해 이번 시위를 2년 전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과 연관지었다. 하지만 터키·브라질의 시위는 ‘아랍의 봄’과 성격이 무척 다르다.
척박한 땅에 혁명으로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것을 봄이라고 한다면, 이번 시위의 지향점은 뜨거운 태양빛으로 싹을 키워 온 강산을 푸르게 물들이는 ‘여름’에 가까울 것이다.
저 두 국가는 이미 예전에 봄을 겪었다. 터키는 1922년 ‘아타 튀르크(터키의 아버지)’ 케말 파샤가 혁명을 일으켜 술탄제를 폐지하면서 오늘날의 터키공화국으로 거듭났고, 그로부터 수십 년에 걸쳐 헌법공포, 정교분리, 여성참정권 허용 등 꾸준히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로 1964년부터 1988년까지 20여 년 동안 계속된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에 성공한 역사를 가졌다. 1992년에는 측근 비리에 연루됐던 페르난도 콜로르 데 멜로 대통령을 시위 끝에 탄핵한 경험도 있다.
‘아랍의 봄’은 짧게는 10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군부독재를 이어온 지도세력에 대한 민주화 시위였다. 이와 달리 터키와 브라질은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높고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풍족한 국가다. 아랍권 혁명은 튀니지의 대졸 청년이 일자리가 없어 노점을 차렸다가 이조차 정부에 금지당해 분신 자살하면서 촉발됐다. 터키나 브라질에서는 그런 사태를 상상하기 어렵다. 이번 시위로 정권이 전복되리라는 전망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차이는 시위 주체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생계에 위협을 느껴 일어선 아랍권 시민들과 달리 터키와 브라질에서 거리로 나선 시민 대다수는 중산층이다. 브라질 내 여론조사업체의 설문조사에서 상파울루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 중 4분의 3은 대학 학위를 보유한 고학력자로 나타났다.
터키의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KMG에 따르면 “TV나 자동차 같은 제품을 소유하고 쇼핑과 해외여행을 즐기는” 중산층이 2012년 터키 전체 인구의 59%를 차지했다. 브라질의 경우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12년 전체 인구의 52%가 중산층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빵이나 일자리가 아니라 더 나은 민주주의다.
터키와 브라질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7%에 달하는 경제성장과 함께 중산층 인구가 극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경제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더 활발한 경제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됐다.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된 국민들은 높은 지지율로 정권에 보답했다. 올해 초 여론조사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79%로 역대 최고치였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지지율도 50%를 넘었다.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진입하고 최근 경기가 하향세에 접어들자 그동안 경제 성장에 가려져 왔던 일부 국민의 불만이 폭발하는 형세다. 워싱턴연구소의 터키연구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소너 차가프타이는 블룸버그통신에 “에르도안 총리의 정의발전당(AKP)은 스스로 일궈낸 성공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간 AKP의 경제정책은 많은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이 중산층이 정부에 인권과 더 나은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정치평론가 지야 머랄은 이번 사태가 단지 이슬람주의 정부와 정교분리주의자 간의 종교 갈등이 아니라 도시 인구의 경제적, 사회적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벌어진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두 국가의 시위는 여러 가지 면에서 2008년 한국의 광우병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한다. 여름에 시작됐다는 시기적 유사성 때문만은 아니다. 작은 집회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는 점, 평범한 도시 중산층 시민이 주도했다는 점, 특정 주제에서 광범위한 주제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5월 초 시작된 촛불집회는 본디 광우병 대책이라는 한정된 주제로 시작된 소규모 집회였다. 당시 정부는 일몰 이후에는 어떠한 집회도 할 수 없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이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관련자를 사법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해 더 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여들면서 시위 주제는 광우병에서 FTA, 대학자율화정책, 나아가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오종진 한국외국어대 터키-아제르바이젠학과 교수는 터키 시위가 “환경보호 운동에서 시작해 정부의 독선적 태도, 언론통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2008년 한국 촛불시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한국의 촛불시위는 연예인, 소설가 등 등 유력 인사들의 참여로 문화제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부분적으로 일몰 후에는 집회시위가 아닌 문화제만 허용한다는 정부의 규제 때문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터키 시위는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 “터키에서는 에르도안 총리의 지지기반이 워낙 확고해 다른 세력이 정치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 보니 에르도안에 불만을 가졌던 다양한 세력이 이번 시위를 기회로 삼아 자신들의 의견을 공론화하려 한다.”
촛불시위가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났던 데 비해 터키와 브라질의 시위는 이미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직접 연설에 나섰고, 시위의 발단이 됐던 교통요금 인상안도 철회됐다. 터키에서는 시위가 아직 정치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지만, 주변국의 우려를 불러 일으키며 에르도안 총리 집권 후 처음으로 정권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큰 손실은 ‘안정적인 투자처’로서의 지위를 잃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자금을 회수하며 주식과 화폐가치가 급락했다. 오 교수는 “그동안 칭송만 듣던 터키 정권으로서는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다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유혈사태로 치달을 경우 정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흥국의 경제 수준이 갈수록 향상되고 빈곤층이 줄어듦에 따라 이 같은 ‘중산층의 반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990~2010년 극단적 빈곤층(일일 소득 1.25달러 이하)이 개발도상국 인구의 43%에서 21%로 절반 이상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세계는 이제 가난을 줄이는 요령을 터득했다”며 그 예로 브라질의 복지정책 ‘보우사 파밀리아’(빈민층에 교육과 식량, 가스 등을 지원한다)를 들었다. 신흥국이 지금처럼 성장하면서 각종 빈민구제 정책을 도입하면 중산층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저개발 지역으로 일컬어지던 지역에서도 이런 추세가 확인된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 중산층은 약 3억1300명이다. 지난 30년 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므슬리 엔쿠베 AF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 중산층을 “민주주의의 수호신”이라고 평했다.
대부분 고학력자로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 중산층이 늘어나고 영향력이 커지면 정부의 부패나 언론통제 등 부당한 처사에 대한 저항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규모가 커지는 중산층이 사회 변혁을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루디거 프랭스 빈대학 교수는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핸드폰, 전자결제카드 등을 사용하며 상거래 활동을 벌이는 북한 중산층을 200만 명으로 추산하며 “이들이 점진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중산층의 시위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돋움하기 위한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호세프 대통령은 자국의 반정부 시위를 두고 “많은 사람이 더 나은 국가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시위대는 “브라질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18일 TV 연설에서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대를 “약탈자”라 칭하며 “그들을 제압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해 강경진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터키와 브라질은 부유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이 두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현재 빠르게 성장 중인 저개발국가의 미래일 수 있다. 시위 경과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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