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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ART - 금속을 예술로 둔갑시키는 연금술사

culture ART - 금속을 예술로 둔갑시키는 연금술사

미야 안도, 칼 만드는 장인의 후손인 그녀가 추상 금속회화로 가문의 혈통 이어



맨 오브 스틸(돌아온 슈퍼맨 영화의 주인공)은 저리 비켜라. 뉴욕에 새로운 초영웅이 나타났다. 애처로울 정도로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 미술가 미야 안도다. 검정색 옷에 고글을 쓰고 발끝 부분을 쇠로 감싼 부츠를 신은 그녀는 금속을 톱질하고 사포로 문지르고 래커칠을 하고 산성용액에 담갔다 뺐다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주일에 7일을 그렇게 보낸다. 안도의 조상은 칼을 만드는 일본의 도공(刀工)이었다. 그녀의 임무는 금속 연금술의 실현이다. 강철과 알루미늄을 이용해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포스트미니 멀리즘 미술 작품이다.

뉴욕 선다람 타고르 갤러리에서 6월 20일 개막한 안도의 단독 전시회 바로 전 주말 그녀를 만났다. 그처럼 한창 떠오르는 미술가에게는 전환점이 될 만한 중요한 전시회였지만 그녀는 침착했다. 안도는 브루클린 덤보 지구의 강가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이었다. 길이 2.5m의 알루미늄 판들이 벽에 기대 늘어섰다.

그리고 사방에 연장이 흩어져 있었다. 톱과 용접용 버너, 그밖에 분홍색 손잡이가 달린 연장들. “금속을 다루는 여자라고 괴물은 아니다”라고 안도는 말했다. 그녀는 전시회장으로 보낼 무거운 금속 회화 작품을 포장했다. 알루미늄에 양극산화 처리를 한 다음 색깔을 입힌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그녀는 갤러리의 미니 입체모형도 만들었다.

안도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운명적으로 탄생했다. 그녀의 조각작품 한 점이 9·11 트리뷰트 센터 책임자의 눈에 띄었고 그가 9·11 런던 프로젝트 재단에 그녀를 추천했다. 안도는 2010년 뉴욕 JFK 공항 격납고에 보관돼 있던 세계무역센터 건물 잔해 속에서 길이 8.5m, 무게 3.5t의 금속판을 골랐다.

그리고 그 금속판을 사포질해 광을 내기 시작했다. 2년 간의 작업 끝에 그 금속판은 하늘을 비출 만큼 광채를 띄게 됐고 조각작품으로 재탄생해 런던의 한 공원에 설치됐다. 9·11 테러 당시 영국인 희생자들을 기리기위한 작품이다. “그 금속판을 세상에 다시 빛을 돌려주는 오브제로 만들고 싶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거의 3년 전 일이다. 그후로도 안도는 끊임없이 작업을 했다. 그렇게 작업에 매진한 보람이 있었다. 그녀가 만든 작품(가격대는 2000~3만 달러)은 모조리 다 팔렸고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녀가 미술가로서 위상을 높여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을 제작 중이다. 감독은 벌써 2년째 그녀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작업은 앞으로 4년 더 계속될 것이다.

안도는 러시아계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지만 그후 6년 동안 일본 오카야마에서 살았다. 외할아버지가 주지로 있던 외가 소유의 불교사원에서 자랐다. 그 다음엔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의 숲속에 있는 집으로 옮겨 시골 해안의 정취를 만끽하며 자랐다.

하지만 그녀는 매년 여름 일본을 다시 찾았다. 안도의 기억 속엔 불교 사원의 고요함과 미국 삼나무숲 사이로 비치던 밝은 햇살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그녀는 눈앞에 멋진 풍경이 없어도 작품의 영감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난 동굴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만약 그랬더라도 똑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안도는 UC 버클리 동남아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이 학교에서 그녀는 용접 코스도 마쳤다) 예일대에서 불교 도상학을 공부했다. 도상학은 종교 미술에 나타난 여러 형상의 종교적 의미를 밝히는 학문이다. 그 공부를 하면서 안도는 미술을 분석하기보다는 직접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금속세공 장인의 견습생으로 6개월 동안 기술을 익힌 뒤 샌프랜시스코로 돌아갔다. 스튜디오의 작업 공간이 부족한 건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내열 매트를 깔고 가스레인지에서 용접용 버너를 데워가며 작업했다.

금속을 다루는 여성 미술가는 드물다. 하지만 안도에게는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그녀의 외가 쪽 조상은 일본 비젠(備前) 지방에서 칼을 만드는 도공이었다. “복합적인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으로서 이 일은 내 가족의 일부(외가)와 나를 연결하는한 방법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몇 년 전 그녀의 외종조부는 이렇게 말했다. “아, 넌 안도 가문의 후손이 확실하구나. 쇠붙이를 다루는 기술이 우리 집안의 혈통인 줄은 알고 일었지만 너처럼 조그만 여자 아이가 물려받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조(無常, Impermanence)’라는 이번 전시회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녀의 목표는 강철처럼 영원히 변치 않는 뭔가를 “힘의 상징”으로 삼아 그것을 신비한 형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미묘한 방식으로 빛과 조우하는 추상 금속화다.

금속의 변형은 수세기 전부터 시도됐던 작업이다. 하지만 안도는 알루미늄에 양극 산화 처리를 한 다음 색깔을 입히는 기술을 이용해 그 작업을 현대화했다. 미니멀리즘 미술가 도널드 저드가 양극산화 처리 후 색깔을 입힌 알루미늄 상자들을 제작하긴 했다. 하지만 수작업으로 다양한 색깔을 낸 건 안도가 처음이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마치 수채화 그림물감처럼 보이지만 영구적인 염색이다. 이 금속은 사파이어처럼 단단하다.” 그녀가 좋아하는 미술가는 레오 빌라리얼(샌프랜시스코 베이 브리지의 조명을 설계했다), 애니시 카푸어, 새라 지, 이우환(한국 미술가로 그의 작품은 일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제임스 터렐(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거대한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 중이다) 등이다.

안도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주말에는 그것이 내 취미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녀는 3년째 교제 중인 남자친구를 위해 시간을 낸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실리콘 조각작품들과 2012년 헬무트 랭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주목 받은 미술가 셸터 세라(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조카)다. 전시회 개막식이 끝나면 안도는 덴마크로 가서 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스테레오 업체 뱅& 올루프슨을 위해 수작업으로 색을 입힌 알루미늄 스피커 한정판 20개를 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전에, 그리고 전시회가 시작되기 전에 안도는 스튜디오를 한번 벗어나볼까 생각 중이다. 일요일 오후를 보통 사람들처럼 보내볼 생각이다. 그녀는 스튜디오로 찾아온 남자친구에게 “영화 보러 갈래요?”라고 묻는다. “모두들 새로 나온 슈퍼맨 영화 얘기를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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