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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ORT - 6·25로 세계를 하나로 묶자

SEOUL REPORT - 6·25로 세계를 하나로 묶자

한국은 경제적·군사적인 힘만큼 국제적 영향력도 발휘할 외교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전쟁은 전 세계 참전용사들과 그 자손을 하나로 묶기에 좋은 외교적 소재다.



최근 10년 간 한국과 같은 무대에서 활동하는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다 강대국들이다. 가령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경제적인 영향력은 물론 역사적인 배경에서 비롯된 정치적 영향력도 갖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신자들의 핵심 성지순례 지역인 메카를 가진 국가로서 무슬림 국가들 사이에게는 나름대로 카리스마가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멕시코 같은 국가들은 유구한 역사 덕분에 남미 지역에서 리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남아공과 케냐는 아프리카의 부모 격으로 마찬가지 영향력을 지녔다.

서구 국가들은 과거 식민지 활동으로 현재 수많은 국가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 터키의 국제관계는 더 복잡하다. 오스만 제국의 후계자인 터키는 동유럽과 관계를 맺는 한편 종교적 정체성을 통해 중동 국가들과도 연결돼 있다. 특히 소련이 붕괴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도 공통적인 민족성과 언어로 외교를 벌인다. 미국 같은 강대국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모습은 마치 강대국들이 하나의 고유한 정원을 만들어 다른 나라들을 함께 놀자고 초청하는 것처럼 보인다.

강대국이 되려면 군사력, 경제력 그리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강한 경제력을 갖게 됐다. 분단은 한반도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북한의 위협 때문에 한국은 군사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키웠다. 그러나 한국이 다른 나라들을 부르고 같이 놀자고 할 정원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에 관심을 갖고 국제적으로 많은 행사를 치렀지만, 아직 이 사업이 성장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필자가 보기에는 한국에서는 6·25 전쟁이 그런 소재다. 어떻게 보면 전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지역인 임진각을 관광지로 만든 한국의 잠재력이 외교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노년층의 기억 속에 슬픈 상흔을 남긴 한국전쟁이 그들의 자손에게는 유용한 외교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미 한국에는 6·25 전쟁과 관련된 수많은 재단이나 협회가 있다. 이 단체들의 활동은 매우 적극적이다. 예를 들면 한국전쟁기념재단은 외국 참전용사의 자손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같은 강대국에서도 장학생이 온다고 한다. 보훈처는 매년 훌륭한 행사를 개최한다. 참전국들의 한국 대사관도 전쟁의 발발 날짜와 종전 날짜에는 그쪽 참전용사들과 같이 행사를 갖는다.

한국이 거의 200년 동안 식민지 정책을 펼친 영국이나 프랑스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전쟁을 주제로 벌일 외교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국과 터키 영화회사가 합작으로 전쟁 당시 터키인과 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한 편 찍을 만도 한데 아직 그런 영화는 없다.

필리핀군 간호사와 한국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도 없다. 이런 드라마는 요즘 화제가 되는 다문화 정책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 효과도 낼 수 있다. 각국 참전용사의 자손들을 초청하거나 한국 청소년을 참전용사들의 집에 방문하게 할 수도 있다.

한국전쟁의 발발 시기와 종전 시기가 가까우며, 이 기간이 여름에 해당한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매년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한국의 달’로 만들면 어떨까? 한때 한국에서만 박람회를 열던 삼성이 이제 국제적 위상이 높아져 외국에서도 행사를 갖듯이, 한국도 이제는 참전국에서 매년 대규모 기념행사를 갖는 것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여름에 해외로 휴가를 떠나려는 외국인들은 6월 말이면 한국을 방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가족기업에는 두 가지 운영 형태가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장남이 리더십을 발휘해 가족과 기업을 이끌어간다. 나머지 한 형태는 비교적 소수인데, 똑똑한 동생이 나머지 가족의 이익관계를 조절하면서 싸움이 나지 않도록 이끈다. 그렇게 노력한 동생은 그 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리더십도 절로 따라온다.

한국도 외교적 노력을 통해 그런 동생이 될 수 있다. ‘한국전쟁 참전국가들의 의회’라는 기구를 만들자는 발상은 약간 지나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기구가 없더라도 한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더 많은 공공외교 사업을 벌여야 한다.

- 필자 알파고 시나씨(터키)는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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