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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PORATE CULTURE - 근무 중 음주, 여자만 안 된다고?

CORPORATE CULTURE - 근무 중 음주, 여자만 안 된다고?

‘사내 바’ 설치하는 미국 마케팅·기술 업체 늘어나지만 적정음주의 기준에선 여전히 성별차 심해



줄리안은 대학 시절부터 두주불사형이었다(had been a voracious drinker). 술로 ‘남자’들과 대적할(나아가 이길) 수 있다고 자부했다. 졸업 후 첨단기술 업체의 채용 담당자로 입사했다.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사교성과 호감을 주는 능력이 중요한 일자리였다.

그런 일이라면 항상 자신있었다. 동종 업계에서 근무하는 남자 친구들은 퇴근 후 술자리를 많이 할수록 업무실적이 향상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술자리를 만들어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돈을 주는 합법적인 직업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실적이 너무 엉망이었다. 뜻밖에도 자신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리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인간관계가 원인이었다. 입사 후 처음 몇 달 동안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남자 동료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그녀의 음주에 어쩐 일인지 거부감을 느낀다는 인상을 뚜렷하게 받았다. 하지만 바로 그 고객들이 남자 동료들과의 술자리는 전혀 문제 삼지 않는 듯했다.

“ 헷갈렸다”고 줄리안이 말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 접대하며 어울리되 도를 넘지 말라는 압력을 느꼈다. 무엇이 ‘도를 넘는’ 건지 판단할 만한 실질적인 지침이 없다는 점이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음주는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많은 업계 종사자들은 퇴근 후 술자리에서 고객들을 접대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업무종료 후 또는 사내 회식을 통해 동료들과 ‘ 유대를 형성하도록’ 요청 받는다. 참석하지 않으면 그룹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거나 업무상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직장에서 그리고 업무상 음주가 증가하면서 동참하라는 압력도 커진다. 뉴욕포스트 신문은 지난 4월 1960년대 광고업계 스타일 ‘사내 바(office bar)’의 부활을 다뤘다. 맨해튼의 기술 및 마케팅 업체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성공을 축하하고 (또는 그냥 업무 종료 후) 동료애를 두텁게 하기 위해 칵테일을 만들고 생맥주를 따른다.

보스턴의 광고사 아놀드 직원들은 종종 정수기가 아니라 맥주를 가득 채운 자판기 주위에 몰려든다. 회사 측은 사내 냉주 타임(office happy hour)을 아이디어 공유의 마당이자 사기를 높이고 직원들을 회사에 오래 붙들어두는 방법으로 본다. 반면 직원들은 동료들과 안면을 트고 친밀감을 쌓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훗날 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즐거워진다.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거만하거나 반사회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상식에 반하는 논리이지만 사내 주류제공으로 업무의욕을 고취하는 방안이 그렇게 터무니 없는 발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의 조사결과는 직장 내 음주가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의식과 인지(Consciousness and Cognition)’ 2012년 3월호에 ‘취기가 독창적인 문제해결을 촉진한다(Uncorking the Muse: Alcohol Intoxication Facilitates Creative Problem Solving)’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됐다. 약간 취한 상태의 피험자들이 맨 정신의 동료들보다 오히려 문제해결 능력이 더 뛰어나고 빠르고 독창적이라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직장 또는 업무상 음주가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다른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 동료나 고객과의 음주가 친밀감을 조성해 거래 성사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또 한편으로 부적절한 상황을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대체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음주에 관한 조사가 학술지 ‘술과 알코올중독(Alcohol and Alcoholism)’에 실렸다. 다시 말해 바가 아니라 사무실 같은 곳에서의 음주는 부적절한 행동을 통제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과거의 ‘색녀 vs 색남(slut versus stud)’과 유사한 고질적인 이중기준도 있다. 그 덕분에 술을 어느 정도까지 마시면 아침에도 멀쩡할 수 있는지에 관해 남녀에 적용되는 기준이 다른 경향을 띤다. 많은 경우 남자는 약간 통제를 잃어도 봐준다(나아가 그러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업무관련 술자리라도 여성이 똑같이 하면 이맛살을 찌푸리는 경향이 있다.

사샤는 자신이 알고 지내던 많은 20대들처럼 야심적이고 재미있게 놀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스스로 술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았다(she knew she was something of a lightweight). 그래서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의 판매과장으로 새로 취업했을 때 퇴근 후 술자리를 가려서 참석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사양할 때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듯하거나 다음 날 아침 나만 중요한 일에서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사내에서 새침데기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did not want to be perceived as the office prude).”

그래서 술자리에 참석했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동료들과 가까워지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너무 취해 남자 직원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그것도 상대가 기혼자인 상사였다. 다음날, 그리고 그뒤 몇 주 동안 동료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냉랭해졌다(got an undeniable cold shoulder from her co-workers). 부하 직원 중 한 명은 다른 부서로 전근을 요청했다.

한편 사샤의 상사는 아무런 후유증도 없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상사였지만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는 전과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 둘 다 술을 마셨다”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내 음주는 ‘도를 넘은’ 반면 그의 음주는 ‘남자들의 으레 그런(just being a guy)’ 행동이었다. 우리 둘 다 큰 실수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내 경력과 평판만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고 근무 중 음주(on-the-job drinking)가 반드시 미래의 잠복한 재앙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특히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 업계의 많은 여성이 퇴근 후 인간관계(심지어 술자리까지) 능력이 출세에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는 신중하고 사려 깊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음주의 목적이 동료나 고객과의 관계 구축이라면 그런 목표를 마음 속에 새겨두고 술자리에 참석해야 한다.

“그날 밤 나는 어느 시점엔가 관계구축과 관계파괴를 가르는 경계선을 넘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것을 멈출 수 있었다”고 사샤가 말했다. “그 뒤에 이해하지 못할 이중기준이 적용됐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과의 안전한 술자리가 회사 사람들과 안전하게 취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다. 다른 사람이 모두 그렇게 하더라도 말이다. 내 직업상의 다른 모든 측면에서 내 스스로 책임 져야 한다. 음주라고 다를 리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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