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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유리지갑만 또 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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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첫 세법 개정 … 연봉 3450만~5500만 ‘중산층’ 세금 더 내야



정부가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올해 세법 개정안을 8월 8일 발표했다. 앞으로 5년의 조세정책 방향을 좌우할 박근혜 정부의 첫 세법 개정안이다. 소득공제 제도를 세액공제로 바꿔 소득세를 더 걷는 게 큰 변화다. 중산층 근로자의 세금 부담 증가 우려가 이번 세제 개편의 최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연말정산 방식이 대폭 개편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마저 줄어 이래저래 ‘유리지갑만 또 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종합소득세는 다음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먼저 이자소득·근로소득 등을 합한 종합소득금액에서 소득공제 부문을 뺀 금액을 따져 소득세율을 정한다. 이 소득세율을 적용시켜 산출세액을 구한다. 산출세액에서 세액공제 금액 또는 감면세액을 제외하면 결정세액이 정해진다. 여기에 가산세를 더해 최종적으로 개인이 내는 소득세액가 결정된다.

소득공제는 소득세 계산 전, 항목에 따라 금액을 소득으로 치지 않고 제외해주는 방식이다. 즉 ‘소득×세율=소득세’로 산출되는 과정에서 세율을 곱하는 대상인 소득 자체가 줄어들고 소득세는 공제로 줄어든 소득에 세율을 곱해 계산한다. 가령 소득이 5000만원이고 소득공제가 500만원이라면 4500만원에 세율을 곱해 소득세를 산정한다.

이와 달리 세액공제는 산출된 세액에서 일정 가격을 바로 줄여 주는 방식이다. 소득이 5000만원이고 세율이 10%, 세액공제액이 30만원이라면 소득과 세율을 곱한 500만원에서 세액공제액 30만원을 뺀 470만원이 내야 할 소득세가 된다.



‘소득공제→세액공제’ 로 바꿔이번 세법개정안은 현재 소득공제 방식으로 적용되는 것 가운데 기본공제와 공적연금·건강보험 공제, 근로소득 공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공제제도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다자녀 추가공제, 출산·입양 공제 등의 인적공제와 보험료·의료비·교육비·주택임차 차입금 원리금상환액 등 특별공제가 해당된다.

총급여의 3% 초과분에 한해 700만원 한도인 의료비·교육비·기부금 등은 세액 공제율 15%로 바뀐다. 인적공제 중 일부도 세액공제로 전환된다. 현행 다자녀 추가, 6세 이하 자녀양육비, 출산·입양 등의 공제도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한다.

정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 취지에 대해 “같은 금액을 공제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혜택에 차이가 발생해 형평성 차원에서 개선했다”고 밝혔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정부 말대로 소득공제는 세액공제보다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과표 구간에 따라 세율이 높은 고소득자의 세금 혜택(공제액과 세율을 곱한 값)도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2000만원인 A(세율 6%)와 1억원인 B(세율 35%)가 똑같이 교육비 명목으로 5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면 A의 소득세는 ‘(2000만-500만)×6%’로 90만원, B는 ‘(1억-500만)×35%’로 3325만원이 된다. A는 교육비 소득공제로 30만원, B는 175만원을 감면받은 셈이다. 이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꿀 경우 둘은 똑같이 75만원(교육비 500만원×세액공제율 15%)을 공제받는다. A는 소득공제 때보다 45만원을 덜 내고 B는 100만원을 더 낸다.

문제는 소득공제 폐지로 과세기준인 과표가 올라가 중산층 근로자가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연봉이 5000만원인 사람이 400만원 이상 소득공제를 받으면 과세표준이 1200만~4600만원 구간으로 내려가 15%의 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런데 세액공제로 바뀌면 소득공제를 받지 않아 과표가 4600만~8800만원 구간에 머물기 때문에 무려 24%의 소득세를 내야한다. 부양가족 수나 소득공제의 적용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처럼 과표구간으로 인해 세율 자체가 오르면 세액공제를 받아도 소득공제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가능성이 크다.



세율 인상·세목 신설 없지만 사실상 증세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전체 소득자의 상위 28%, 급여가 3450만원을 넘는 직장인이다. 개정안 발표에 앞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서민·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서민·중산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총급여 5500만원 이하 소득자다. 3450만~5500만원 사이의 중산층은 고소득층과 함께 납세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각계가 같은 개편안을 두고 ‘중산층 부담’와 ‘서민지원 확대’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도 ‘유리지갑’에겐 달갑지 않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2000년 자영업자 소득 파악을 위해 도입한 이후 수차례 일몰이 연장되면서 사실상 근로자들의 1순위 소득세 감면 혜택이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동안 30%였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단계적으로 15%까지 인하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15%에서 10%로 낮춘다. 기본 공제한도(300만원)는 그대로 유지하고, 대중교통·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율(30%)과 100만원 추가공제도 바뀌지 않지만, 기본공제율 자체가 낮아져 연말정산시 직장인들의 소득공제 혜택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증세는 없다’는 원칙 아래 돈 쓸 일 많은 정부가 만든 고육지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과 대선 이후에도 “증세는 없다”고 말해왔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에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없이, 누락되거나 지하경제 등으로 탈루된 세금을 제대로 거두겠다”고 했다.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을 통한 증세는 안 하면서도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재원이 급하다보니 월급쟁이와 서민들이 주로 부담하는 근로소득세와 부가세 추가징수를 통해 재원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세법개정에 따라 4조4800억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소득공제제도의 세액공제전환,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 확대, 미용 목적 성형수술 등에 대한 과세를 통해서다. 급여생활자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증세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 새누리당 초선의원은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여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공약 위반은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국민이 실질적으로 세금 부담이 늘었다고 느낀다면 보완·수정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라는 절차를 남겨 두고 있어 정치권의 진통과 함께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세법개정안에 대해 “서민·중산층의 실질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축소하고 의료비·보험료 소득공제를 배제해 세 부담만 늘렸다”며 독자적인 개편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수 증대를 위해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의 과세표준 구간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여야간 대립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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