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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ORT - ‘빛을 되찾은’ 한국, 이젠 미래를 비춰라

SEOUL REPORT - ‘빛을 되찾은’ 한국, 이젠 미래를 비춰라

광복절은 중요하지만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아야
한국 아이돌그룹 엠블랙은 8월 15일 일본에서 공연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매년 8월 15일 한국인들이 기념하는 광복절은 보통 영어로 ‘Liberation Day’(해방의 날)라고 번역된다. 하지만 광복(光復)이라는 한자어를 있는 그대로 풀어보면 ‘The Restoration of Light’(빛을 되찾다)로 번역할 수 있다. 1945년 8월 15일 한국은 단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됐을 뿐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되찾았다.

그 빛은 6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난다. 몇몇 사람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한국이 한때 한국을 식민지배했던 나라보다 더 빛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한때 여러 분야에서 1위를 달렸던 소니 같은 일본 기업이 그렇다. 만약 소니를 이제 졸업하는 고등학생에 비유한다면 그의 생활기록부에는 “앞으로 삼성에 매각되리라고 생각됨”이라고 적혀있을 듯하다.

귀엽다는 뜻의 일본어 ‘가와이’ 또한 한때는 일본의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생각됐지만 이제는 한국의 귀여운 만화 캐릭터, 액세서리, 화장 방식에 적수가 되지 못한다. 헬로키티와 뽀로로의 인수합병 대결에서 전문가들은 작은 펭귄 쪽으로 기울었다. 음악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세상에 J팝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그 중에서 현재 활동 중인 J팝 가수의 이름을 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싸이를 비롯한 한류 스타들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마 앞으로는 누군가가 인터넷 검색창에 ‘J팝’을 입력한다면, “‘K팝’으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고 되물어올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류 스타 비가 만든 한국 아이돌 그룹 엠블랙은 삼일절 다음날인 3월 2일 일본풍 복장과 소품을 공연에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대중은 공연 자체는 문제가 아닐지라도 시기가 좋지 않았다고 느꼈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것을 기념하는 날 유명한 한국 아이돌 그룹이 닌자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입고 일본식 병풍 앞에 서서 일본도를 들고 공연했다.

최근 엠블랙은 광복절인 8월 15일 일본 투어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을 빚었다. 한국 대중은 광복절의 중요성과 엄숙함을 생각 할 때 그런 날 엠블랙처럼 화려한 그룹이 일본에서 하루 종일 공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정당한 것 같다. 일본의 식민 지배 하에서 한국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의 역사와 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흘린 피를 생각하면 세계 순회공연을 광복절날 일본에서 시작하는 행동은 좋게 말해도 경솔하고 나쁘게 보자면 애국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좀 더 현대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엠블랙의 결정은 어설프다기보다 영리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반도 역사분야 권위자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만약 한국이 빛을 향한 여정을 완성하려면 일본에 대한 시각을 발전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복절은 물론 현충일부터 제헌절까지 과거를 기념하는 날들은 결코 잊혀선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날을 지내는 방식까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과거를 기억하고, 존중하고, 기리는 것은 중요하다. 1945년 독립을 쟁취한 이래 한국은 다양한 부분에서 진전을 이뤘다. 조선이나 반도체 같은 일부 제조업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는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좋은 현대의 사례다.

그러나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현재와 다가오는 미래를 잊어버릴 위험이 있다. 경박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을 향한 엠블랙의 태도에 배울 점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이 아이돌 그룹은 일부러 그랬든 아니든 간에 상관 없이 밝게 빛나는 한국의 미래를 보여줬다.

빛을 되찾은 이상 한국은 언제 어디서나 길을 인도할 능력을 갖췄다. 무엇보다도 그 빛은 이제 동양에서 빛나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퍼진다. 그 빛 아래에는 어떠한 그림자도 남지 않는다.

- 필자 월터 포어맨(캐나다)은 고려대 커뮤니케이션·프로토콜 매니저이며 TBS 교통방송에서 eFM 프로그램 ‘인사이드 아웃’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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