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with Bike - 망망대해 속 화산 섬의 속살 만나다
Travel with Bike - 망망대해 속 화산 섬의 속살 만나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4000개를 헤아리는 섬이 있는 이 땅에서 바다는 매우 친숙한 풍경이다. 멋진 해변길이 지천이지만 그중 가장 특이한 해변 두 곳을 꼽으라면 단연 제주도와 울릉도다. 두 곳만 화산 폭발로 생겨난 화산섬이다. 그래서 해안에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기묘한 절경이 가득하다.
두 섬이 다른 점도 많다. 제주도가 완만하게 퍼졌다면 울릉도는 치밀하게 꽉 조여 있다. 섬을 이룬 화산체인 한라산(1950m)은 둔중하고 성인봉(984m)은 급준하게 치솟았다. 제주도에는 준평원이 많지만 울릉도는 송곳 하나 세울 데 없을 것만 같은 격렬한 산세다. 해변 역시 급하게 흘러내린 용암이 빠르게 식어 온통 절벽을 이루고, 동해의 깊은 바다는 검푸른 빛으로 심연을 가린다. 한마디로 울릉도는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경관으로 가득하다.
제주도와 달리 푸근하기보다 우악스런 산세는 어딘가 괴기스럽고 마치 공룡시대로 들어온 듯 신비롭다. 온통 기암괴석과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진 울릉도의 해안선을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은 이 거대한 ‘절경 덩어리’를 가장 가깝고 깊이 있게 만나는 길이다.
해안도로가 완전히 연결되지 않아서 보통은 자동차로 도동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의 명소만 둘러보기 쉬운데 그래서는 이 웅대한 해안절벽과 그 거친 질감, 파도소리를 품 안에 가둬두기 힘들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라고 할 수 있는 나리분지도 꼭 힘들게 올라보아야 한다. 험한 산자락 가운데 갑자기 별 세계처럼 잠겨있는 평원은 실로 경이적이다.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 같은 화산 분화구이지만 물이 빠져 평지만 남았다. 파도소리와 세상사에서 절연된 듯 고요한 분위기는 시간이 멈춘 듯하고 지형과 풍경·식생도 달라서 아득한 고생대로 들어선 것만 같다.
섬의 동북쪽 죽암~내수전 간 약 4㎞는 해안도로가 개설되지 않아서 해발 300m를 넘나드는 험준한 산기슭을 파고드는 좁은 산길이다. 대부분 자전거를 끌거나 메야 하지만 햇빛과 조망이 철저히 차단된 원시 밀림과 곧 추선 듯 가파른 경사면이 신비감을 더한다.
나리분지 왕복을 포함해 해안 일주 거리는 60㎞ 정도로 그리 길지 않으나 험한 고개와 산길이 포함돼 있다. 시간과 체력 소모가 예상보다 많다. 하루 종일 페달을 밟아야 한다. 대신 울릉도는 장구한 세월 동안 간직한 신비의 속살을 넉넉히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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