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바둑판 경영의 원리도 경제·발전성
Management - 바둑판 경영의 원리도 경제·발전성
기업경영은 여러 측면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고객 쟁탈전이다.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출이 떨어져 경쟁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을 확보하는 건 모든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시장을 세분화해서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삼는 건 막연히 고객층을 나누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기회사의 표적시장(target market)을 선정하고 그 시장의 고객에 초점을 맞추라고 한다.
이론상으로는 일리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표적시장을 선정하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다수의 고객층이 있을 경우 어디를 주요 시장으로 할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연령을 기준으로 시장을 구분할 때와 경제 수준을 고려하여 나눌 때, 또 지역별로 나눌 때 등 몇 가지 기준을 종합해 고객층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가이며 화려한 색상의 등산복 표적시장을 선택한다고 하자.
색상으로 보면 젊은 층에게 어울린다고 볼 수 있지만, 고가라는 점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을 겨냥할 수 있다. 하지만 부유층은 등산보다 골프나 다른 레저를 즐길 가능성이 크니 이 계층을 겨냥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표적시장 차지하는 것이 바둑의 포석이처럼 표적시장을 선택하기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바둑에서 사용하는 노하우를 살펴보자. 시장을 선정하는 방법에 관해서 바둑에서는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영토 쟁탈전인 바둑에서 영토는 비즈니스로 치면 고객이 있는 시장에 해당한다. 반상이란 시장을 놓고 서로 상대편보다 입지가 좋은 곳을 차지하려는 쟁탈전을 벌인다. 가치가 큰 곳을 많이 차지해야 영역을 개척하는 데 유리하고 결과적으로 지분을 많이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시장을 차지하는 기술을 다루는 분야는 포석(布石)이다. 포석은 바둑판의 좋은 곳, 즉 유망한 시장을 점령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유리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의 멱살을 잡고 싸우는 난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포석에서 시장을 차지하려고 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 있다. 바로 ‘경제성’과 ‘발전성’이다. 경제성은 가급적 바둑돌을 적게 소비하며 최대의 효과를 올리려는 것이다. 발전성은 앞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말한다.
[1도]는 초보자들이 바둑을 배울 때 접하는 그림이다. 포석을 할 때 바둑판의 지역에 따라 경제성에 차이가 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즈니스에 비유하면 A·B·C라는 시장이 있을 때 어느 시장을 점령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세 군데 시장은 흑돌로 영토를 에워싸 모두 9집씩 확보하고 있다. 에워싼 안쪽의 집이 바둑의 수익에 해당한다. 그런데 각각 소비한 돌의 수에 차이가 있다.
A는 6개, B는 9개, C는 12개의 흑돌이 들어갔다. 수익률을 따지면 A는 1.5, B는 1.0, C는 0.75다. A가 가장 경제적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적은 돌수를 들여 효과를 거두는 것은 기업경영에도 적용된다. 몇 개의 시장 중에서 영업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곳은 경제성이 별로 없다. 현대자동차나 여행업 등에서 일본시장에 뛰어들었다가 고전하고 문을 닫은 사례가 적지 않다.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도 성과 창출이 어려운 시장은 경제성이 없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제성의 개념은 사실 바둑에서 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옛날 바둑에서는 경제성의 개념이 희박했다. 중국 원나라 때 저술된 『현현기경 (玄玄棋經)』이란 책에는 고대의 기보(棋譜)가 수록 돼 있는데 경제성을 고려한 전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을 통일한 후 일찍이 바둑전문가 시스템을 도입한 일본에서도 17세기까지 경제성의 개념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도사쿠(道策)라는 명인이 나오면서 효율을 중시하는 사고가 나오게 되었다.
도사쿠는 바둑에 경제성이라는 사고를 도입하며 무적으로 군림했고 최초의 ‘기성(棋聖)’으로 불렸다. 이렇게 보면 도사쿠는 경제성이란 콘셉트로 정상에 오른 셈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다른 바둑고수들이 바둑을 싸움으로 인식해 경제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때문이다. 바둑에서는 또 다른 시장 개척의 잣대로 ‘발전성’이란 개념을 강조한다.
독과점 형태로 시장 전체를 점령하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몇몇 시장을 놓고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이 경우 고수들은 가능하면 발전성이 좋은 곳을 차지하려고 한다. 하수들은 발전성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고수들은 항상 이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발전성은 미래에 시장이 더 커지며 많은 수익을 가져올 가능성을 가리킨다. 비즈니스 할 때 이런 시장이 있다면 누구나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2도] 같은 상황에서 백이 A와 B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고 하면 어디가 좋을까. 비슷해 보이지만 B의 시장이 발전 가능성이 크다. A는 기존의 시장이 굳어 있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B는 당장 수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장차 더욱 많은 이익을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발전성의 개념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려면 다소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이 향후 더 많은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보면 된다.
눈 앞의 이익보다 발전 가능성 중시해야바둑에서 경제성과 발전성을 기준으로 하여 시장을 선정하는 바둑의 노하우를 살펴보았다. 기업경영에서도 이 방법을 응용해 본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몇 개의 시장 또는 고객층을 놓고 선택하려고 할 때 들어가는 비용 대비 수익을 고려해 경제적인 시장을 고르도록 하라. 또한 당장의 수익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장차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 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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