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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 INDUSTRY - 불황 속에서 성장하는 법

AUTO INDUSTRY - 불황 속에서 성장하는 법

현대·기아차는 성장 주춤한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한다



“현대자동차가 만드는 차 중에서 최고다.”(영국 텔레그라프지) “넓은 공간과 조용한 모터, 잘 마감된 차체는 놀라울 정도다.”(독일 빌트지) “더 비싼 차종 못지 않은 가치를 제공한다.”(프랑스 르 피가로지)

2014년 1월 출시될 예정인 현대차의 신형 i10에 유럽 자동차 전문가들의 호평이 잇따른다. 넓은 차내 공간과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해 동급 대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독일 빌트지는 신형 i10의 회전 반경이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UP보다 24㎝나 작다며 신형 i10을 “도시의 왕”이라고 칭했다.

회전반경이 작을수록 회전 시 정밀한 조작이 이뤄져 복잡한 시내에서도 편하게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량 디자인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르 피가로지는 신형 i10이 현대자동차 유럽 디자인센터에서 설계됐다고 소개하며 “우아하고 균형잡힌 감각”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신형 i10에 쏟아지는 호평은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원동력을 잘 보여준다. 바로 뛰어난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다. 현대차의 i30나 기아차의 시드 등 현대·기아차의 유럽 진출 관문을 열어젖힌 차종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출시 첫 해인 2007년 2만5000여 대가 판매된 i30는 2008년 6만1000여 대가 판매됐으며, i30 유럽공장 생산이 시작된 2009년에는 9만5000여 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현대차 유럽판매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2007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씨드는 한 해 동안 유럽지역에서 총 7만여 대가 팔렸으며 올해 9월까지 누적 59만여 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에 진출한 2000년대 후반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럽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시기였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2007년에 전년대비 1.8% 증가한 것을 끝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연이어 터지면서 5년 동안 산업수요가 23% 감소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9월 유럽 승용차 판매는 934만여 대로 작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1596만 대에 달했던 2007년 산업수요에 비하면 40%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산업수요가 곤두박질치는 동안에도 현대·기아차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판매증가율은 2009년 17.4%, 2010년 4.5%, 2011년 11.1%, 2012년 11.6%로 산업수요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가운데 성장을 거듭했다.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현대차는 9월까지 32만7907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1.6% 감소했지만 경기 침체로 유럽시장의 자동차 판매가 4% 감소하는 등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아차 역시 순항 중이다.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판매 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9월까지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25만8545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가 불황 속에서도 성장한 비결은 철저하게 현지화된 전략 차종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현대·기아차는 현지 전략 차종을 내세우며 시장 수요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 오히려 점유율과 판매를 늘리는 기회로 삼았다. 유럽 시장을 열어젖힌 i30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유럽을 겨냥했으며, 2008년 말 체코공장의 완공과 함께 EU 역내에서 생산을 통한 안정적 공급을 기반으로 유럽공략 선봉 역할을 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현지화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등 유럽현지에 공장을 짓고 독일에 디자인센터를 세웠다. BMW 수석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렸던 토마스 뷔르클레를 삼고초려 끝에 유럽디자인센터 소장으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뷔르클레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컨셉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고안해 내 전략 차종에 적용시켜 유럽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전문가들이 시승 후 연이어 호평을 보내는 신형 i10 또한 마찬가지다. 유럽 기술연구소에서 개발된 신형 i10은 기존 인도공장 대신 터키공장으로 생산라인을 이전, 지난 9월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신형 i10은 현대차 소형차 최초로 디자인, 개발 및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이 유럽 현지에서 이루어져 유럽시장에 더욱 최적화된 전략형 모델로 탄생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최근 터키 공장의 생산 능력을 기존 10만 대에서 20만대 수준으로 늘리는 증설 작업을 완료했다.

공장을 신설, 증설하는 현대·기아차와 달리 유럽 자동차 업체는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포드는 영국 공장과 벨기에 공장 노사가 지난 3월 퇴직수당에 합의하면서 구조조정 추진을 확정해 2014년까지 영국과 벨기에 소재의 공장 3개를 폐쇄할 예정이다. PSA와 GM 오펠 역시 공장을 매각 또는 폐쇄하고 인력을 감축하며 불황 극복에 나섰다.



시장 수요 회복에 발맞춰 브랜드 강화 노린다구조조정 효과에 유럽 경기 회복 효과가 더 해지면서 유럽 자동차 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2014년 유럽 자동차 수요를 올해보다 2.5% 증가한 1387만 대로 예측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올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올 상반기(13년 1~6월) 유럽 자동차 판매는 644만여 대로 작년보다 6.7% 감소한 반면 1~9월 누적판매는 4.0% 줄어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3분기(7~9월)만 놓고 보면 290만여 대를 판매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회복세를 기회 삼아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10월 유럽 공장과 판매법인 등을 방문해 시장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유럽시장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지금, 생산에 만전을 기해 유럽 고객 감성을 충족시키는 고품질 자동차로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차의 무기는 럭셔리 대형세단 제네시스 후속 모델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 유럽 총괄법인을 방문해 “앞으로 출시될 제네시스 후속 모델은 유럽 소비자들에게도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제네시스 후속 모델은 우리의 모든 기술을 집약해 만든 최첨단 럭셔리 세단으로, 유럽의 명차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차”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후속 모델을 앞세워 유럽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유럽에서 일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을 한층 높였던 1세대 제네시스에 이어 2세대 모델을 유럽시장에 처음 선보여 그 여세를 이어간다. 특히 현대차는 향후 제네시스 출시에 맞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차 브랜드들의 본거지인 유럽 시장에서 이들 모델과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올해 유럽 판매 목표인 41만5000 대를 달성하는 한편,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해 2020년까지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기아차의 대표 모델인 신형 쏘울을 내년에 선보여 브랜드 인지도를 한 층 높인다는 계획이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내세우며 2008년 처음 선보인 1세대 쏘울은 미국 시장에서 10만 대 이상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며, 기아차의 브랜드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모델이다. 기아차는 기존 쏘울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쏘울만의 디자인 DNA를 재해석한 신형 쏘울을 유럽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판매와 브랜드인지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지난 9월 열린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유럽에 처음 공개한 K5 개조차를 올해 연말 출시해 기아차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린다. 뿐만 아니라 기아차의 홍보대사인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나달과 연계한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내년 브라질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로서 유럽 지역에서의 월드컵 마케팅을 집중해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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