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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대마불사 신화 “아, 옛날이여”

Special Report - 대마불사 신화 “아, 옛날이여”

대기업 재무구조 갈수록 취약 … 도산법 바꿔 강도 높은 구조조정 필요



재계 서열 30위권이던 동양그룹은 10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9월 만기가 돌아온 1100억원어치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900억원의 영업손실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STX건설도 4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웅진그룹과 LIG건설이 부도났고 대한전선 설윤석 사장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권을 포기했다. 회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부분 여러 기업을 인수하면서 위세를 떨치던 회사들이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한때 시중에 떠돌았던 ‘대기업 살생부’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이 여럿 올랐다.

해당 기업은 펄쩍 뛰지만 이미 위기를 맞은 회사들도 처음엔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걸 감추려고 무리하게 회사채와 CP를 발행하다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재무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부채비율 200%를 넘는 대기업 비율은 18.8%로 지난해 말(17.3%)보다 늘었다. 그나마 돈이라도 잘 벌면 다행인데, 부채비율이 200% 넘는 대기업 중 56%는 올상반기 적자를 봤다.



대기업 영업이익률 사상 최저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기업 중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은 전체의 9.2%다. 부채비율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인다. 우리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501개 비금융 상장사 중 부채비율 최상위 300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올 6월 말 279.2%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차상위 300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127.4%로 같은 기간 동안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강현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불황이 지속되면서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기업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정부는 대기업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진단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1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동양그룹을 제외하고 당분간 문제가 될 대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좀 다르다. 최석원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동양 다음 타자로 증권가에서는 현대·두산·한진해운·동부 등을 꼽고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안 좋은 기업이 많다”며 “국내 여러 산업군 중에서 해운과 건설·조선 업종은 수익성과 재무안정 측면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의 재무 여건은 좋지 않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재계 순위 17위인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동부제철이 272%, 동부하이텍 369%, 동부건설 499%다. 동부 측은 동부하이텍 매각 등을 통해 2015년까지 3조원의 자금을 모으겠다는 고강도 자구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임원회의에 직접 나서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의구심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한진그룹도 사정이 좋지 않다. 한진해운이 특히 어렵다. 부채비율 700%를 넘긴 한진해운은 내년 3~4월에도 2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 회사의 유동부채는 올 상반기 말 3조9400억원이다. 유동비율은 50.5%에 불과하다. 기업의 단기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이 높을수록 현금 동원력이 좋다.

특히 설비투자가 많아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운·건설·항공·철강 등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우리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501개 비금융 상장사 중 부채비율 최상위 300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300개 기업 가운데 209개가 건설과 조선, 철강 등 관련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로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발표한 1960년 이후 가장 낮았다. 매출 증가율도 4.2%로 1998년(0.7%)·2001년(1.7%)·2009년(2.2%)에 이어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최석원 책임연구원은 “삼성과 현대 등 일부 대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을 회복했지만 최근 원고-엔저 현상이 나타나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짜회사라고 미련 갖다 그룹 전체 날릴 수도경기회복 기대가 크지만 일부 대기업은 내년을 낙관하기 어렵다. 이런 만큼 대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냥 경기회복을 기다릴 수 없고 적자는 늘어나는데 더 이상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실장은 “경기 예측이 어려워지고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이는 사업은 더 키우고 그렇지 않은 사업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스스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진짜 위기 때에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웅진과 동양그룹이 그랬다. 웅진은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회생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각을 번복하면서 다른 알짜배기 회사까지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동양그룹도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말 대규모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을 통해 올 상반기까지 현금 2조원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영권에 연연해 자산 매각 타이밍을 놓쳐 법정관리 사태를 맞았다. 알짜회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그룹 전체를 잃은 셈이다.

이지홍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업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면 도산법을 바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작에 회생과정에 들어갔어야 할 기업들이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부실기업의 자산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생명은 신속성”이라고 강조했다.



부채비율 기업의 총부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상태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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