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로 유명한 설치미술 작품을 약 87억 원에 낙찰받은 가상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이 바나나를 떼어내 먹어 치우는 퍼포먼스를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2019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이 '코미디언'은 개념미술(conceptual art)의 대표작으로, 단순히 테이프로 바나나를 벽에 붙이는 행위가 중요한 의미를 지녀고 있기에 소유자는 작품의 물리적 요소인 바나나를 먹거나 교체할 수 있다. 실제로 당시 아트페어에서도 한 행위예술가가 전시된 바나나를 떼어 먹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은 이러한 작품적 특성을 이용해 '벽에 붙인 바나나'를 떼어내 먹은 후 "다른 바나나보다 훨씬 맛있다"며 웃음을 보일 수 있었던 것. 이 퍼포먼스는 29일(현지시간) 홍콩 페닌술라 호텔에서 이뤄졌다. 

선은 작품을 낙찰받은 직후부터 바나나 먹기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며 "기자회견장에서 바나나를 먹는 것도 작품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퍼포먼스는 단순한 과시용이 아니라, 가상화폐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상징적 행위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개념미술의 진정한 가치는 물리적 형태가 아닌 아이디어에 있는 것처럼, 가상화폐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선은 작품 대금을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와 고정가치를 지닌 암호화폐)으로 지급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소더비가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해 준 점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이후 행사에서 그는 플라스틱 패널에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를 관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선은 이번 작품 구매 외에도 암호화폐 업계에서 이미 유명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가족이 추진하는 가상화폐 사업에 3000만 달러(약 420억 원)를 투자하며 최대 투자자가 되었다.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모두가 가상화폐의 미래에 흥분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리더십으로 미국은 가상화폐 발전의 중심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한 선은 작품 구매 후 SNS를 통해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노점상에서 바나나 10만 개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품 원재료였던 25센트짜리 바나나를 판매했던 과일 노점상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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