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가격 거품 빼자는데 국세청 ‘무조건 NO’
Issue - 가격 거품 빼자는데 국세청 ‘무조건 NO’
주류행정 독점한 국세청의 행정편의주의, 미국·유럽·일본에선 인터넷 판매
와인을 소재로 만든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샤또 무통 로쉴드 2001’은 프랑스 와인숍에서 우리 돈 18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수입 원가는 32만원 가량으로 껑충 뛴다. 백화점에서는 60~70만원에 판매된다.
유럽에서 19.95유로(약 2만5000원)에 판매되는 ‘샤토 샤스 스플린 2004’ 역시 수입 원가는 4만3000원이나 된다. 시중에서는 대략 13만원대 안팎에서 팔린다.
역시 『신의 물방울』에 나온 ‘샤토 몽페라’는 대형마트에서는 4~5만원, 백화점에서는 10만원에 판매된다. 일본 와인전문점에서는 2만5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바롱드 레스탁 보르도 레드와인’의 경우 수입 원가는 2489원이지만 대형마트에서는 1만5000원~1만7000원에 팔린다. 국내에 수입된 와인 가격이 이렇게 껑충 뛰는 이유는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이다. 와인이 수입되면, CIF(운임과 보험료)와 관세(15%)·주세(관세 붙은 가격의 30%)·교육세(관세+주세의 10%)·부가세(총액의 10%)가 붙는다.
여기에 수입업체 마진 30%, 도매상 마진 10~20%, 소매상 마진 약 30%가 붙는다. ‘샤토 샤스 스플린’를 예로 들어보자. 비교적 물가가 비싼 프랑스 파리에서 대략 2만5000원에 판매하는 이 와인은 수입되면서 관세(3750원)·주세(8625원)·교육세(1238원)·부가세(3861원)가 붙는다. 여기에 수입상과 도·소매상 마진이 붙으면서 시중에서 13만~14만원에 판매된다.
그동안 와인 수입상은 직접 소매 판매를 못했다. 이 역시 국세청 규제 때문이었다. 결국 수입상→도매상→소매상의 단계별로 이윤을 챙기다 보니 와인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이 일자 2012년 국세청은 고시를 개정해 수입상도 소매 판매를 할 수 있게 허용했다.
하지만, 계열사를 만들어 대량 직수입을 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중소 수입상이 직접 와인 판매점을 만들기 저가 판매 경쟁을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20~30%, 최대 80%까지 와인 할인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은 대형마트가 직수입해 팔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차례 인터넷 쇼핑몰에서 와인 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를 추진했다. 2010년 4월 농촌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면서 정부는 와인도 통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나서 와인의 인터넷 판매 허용방침을 밝혔다. ‘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기로 사실상 결론이 났고 곧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청와대·기획재정부·공정위 나섰지만…하지만 결국 없던 일로 끝났다. 당시 공정위는 와인이 대중화된 만큼 판매 독점 완화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수입 허가를 받은 수입상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판매점을 만들지 않고 온라인 상으로 직접 소비자에 판매하면 유통 마진을 줄여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자는 복안이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도 공정위를 밀어줬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와인을 인터넷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주류의 인터넷 판매를 금지하는 ‘국세청 고시 제98-21호’를 내세워 강하게 반대했다. 주류행정을 독점하는 국세청이 내세운 반대 이유는 이렇다. ‘인터넷에서 무자료 거래로 탈세가 난무할 것이다. 와인만 허용하면 다른 주류도 허용해야 한다. 청소년 음주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오프라인 상에도 무자료 거래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반드시 인증·결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히려 거래 근거가 투명하게 남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무자료 거래 남발과 청소년 보호라는 논리를 깨기 위해 인터넷 구매 때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제안했지만 국세청이 세수 확보 얘기까지 꺼내며 무조건 반대했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 보호는 국세청 고시가 아니더라도, 청소년보호법으로 충분히 감독·처벌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19세 미만인 자에게 술을 판매하면 징역 2년 이하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출간한 『덫에 걸린 한국경제』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국세청은 와인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면 다른 주류도 허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자칫 현재 도매상 위주의 공급체계에 혼란을 끼치게 될까 걱정한 듯하다”며 “인터넷 판매를 금지하면 결과적으로 도매상을 거치지 않은 대기업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만 유리한 상황이 될 뿐”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행정 편의주의와 세수 확보에만 집착해 규제를 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터넷 와인 판매 금지 논란의 본질적인 문제는 판매 허용 여부 그 자체보다는 세금 징수기관인 국세청이 여전히 주류산업을 독점 관리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류산업은 술 개발부터 가격 책정까지 국세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또한 주류산업을 세금이 잘 걷히는 ‘조세 산업’으로 인식하다 보니 산업 육성보다는 규제가 판을 친다.
그 결과가 주류 시장 독과점과 종류도 몇 안되고 맛도 밍밍한 맥주, 그 맛이 그 맛인 희석식 소주를 마셔야하는 소비자다. 주정업체, 병마개 회사, 주류협회 요직을 퇴직 국세청 공무원이 차지하는 것도 국세청 주류 권력의 쓰디쓴 뒷면이다. 언제까지 주류산업을 국세청에만 맡겨둬야 할까.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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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 다음 중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 수 없는 품목은? ①총포·도검 ②유해화학물질 ③막걸리 ④와인 정답은 ④번이다. 인터넷에서 못 파는 게 거의 없는 시대지만, 여전히 판매가 금지된 품목이 있다. 담배·마약·의약품·음란물 등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 없다.
도수 있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선글라스도 못 판다. 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총포·도검·전기충격기·유해화학물질·의료기기나 청소년 유해 매체물 등은 정부 허가를 받거나 판매 등록·신고를 하면 팔 수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막걸리는 팔 수 있는데 와인은 왜 안 될까. 주류행정을 관장하는 국세청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수입 원가보다 3~7배 비싸
와인을 소재로 만든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샤또 무통 로쉴드 2001’은 프랑스 와인숍에서 우리 돈 18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수입 원가는 32만원 가량으로 껑충 뛴다. 백화점에서는 60~70만원에 판매된다.
유럽에서 19.95유로(약 2만5000원)에 판매되는 ‘샤토 샤스 스플린 2004’ 역시 수입 원가는 4만3000원이나 된다. 시중에서는 대략 13만원대 안팎에서 팔린다.
역시 『신의 물방울』에 나온 ‘샤토 몽페라’는 대형마트에서는 4~5만원, 백화점에서는 10만원에 판매된다. 일본 와인전문점에서는 2만5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바롱드 레스탁 보르도 레드와인’의 경우 수입 원가는 2489원이지만 대형마트에서는 1만5000원~1만7000원에 팔린다. 국내에 수입된 와인 가격이 이렇게 껑충 뛰는 이유는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이다. 와인이 수입되면, CIF(운임과 보험료)와 관세(15%)·주세(관세 붙은 가격의 30%)·교육세(관세+주세의 10%)·부가세(총액의 10%)가 붙는다.
여기에 수입업체 마진 30%, 도매상 마진 10~20%, 소매상 마진 약 30%가 붙는다. ‘샤토 샤스 스플린’를 예로 들어보자. 비교적 물가가 비싼 프랑스 파리에서 대략 2만5000원에 판매하는 이 와인은 수입되면서 관세(3750원)·주세(8625원)·교육세(1238원)·부가세(3861원)가 붙는다. 여기에 수입상과 도·소매상 마진이 붙으면서 시중에서 13만~14만원에 판매된다.
그동안 와인 수입상은 직접 소매 판매를 못했다. 이 역시 국세청 규제 때문이었다. 결국 수입상→도매상→소매상의 단계별로 이윤을 챙기다 보니 와인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이 일자 2012년 국세청은 고시를 개정해 수입상도 소매 판매를 할 수 있게 허용했다.
하지만, 계열사를 만들어 대량 직수입을 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중소 수입상이 직접 와인 판매점을 만들기 저가 판매 경쟁을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20~30%, 최대 80%까지 와인 할인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은 대형마트가 직수입해 팔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차례 인터넷 쇼핑몰에서 와인 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를 추진했다. 2010년 4월 농촌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면서 정부는 와인도 통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나서 와인의 인터넷 판매 허용방침을 밝혔다. ‘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기로 사실상 결론이 났고 곧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청와대·기획재정부·공정위 나섰지만…하지만 결국 없던 일로 끝났다. 당시 공정위는 와인이 대중화된 만큼 판매 독점 완화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수입 허가를 받은 수입상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판매점을 만들지 않고 온라인 상으로 직접 소비자에 판매하면 유통 마진을 줄여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자는 복안이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도 공정위를 밀어줬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와인을 인터넷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주류의 인터넷 판매를 금지하는 ‘국세청 고시 제98-21호’를 내세워 강하게 반대했다. 주류행정을 독점하는 국세청이 내세운 반대 이유는 이렇다. ‘인터넷에서 무자료 거래로 탈세가 난무할 것이다. 와인만 허용하면 다른 주류도 허용해야 한다. 청소년 음주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오프라인 상에도 무자료 거래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반드시 인증·결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히려 거래 근거가 투명하게 남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무자료 거래 남발과 청소년 보호라는 논리를 깨기 위해 인터넷 구매 때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제안했지만 국세청이 세수 확보 얘기까지 꺼내며 무조건 반대했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 보호는 국세청 고시가 아니더라도, 청소년보호법으로 충분히 감독·처벌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19세 미만인 자에게 술을 판매하면 징역 2년 이하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출간한 『덫에 걸린 한국경제』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국세청은 와인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면 다른 주류도 허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자칫 현재 도매상 위주의 공급체계에 혼란을 끼치게 될까 걱정한 듯하다”며 “인터넷 판매를 금지하면 결과적으로 도매상을 거치지 않은 대기업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만 유리한 상황이 될 뿐”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행정 편의주의와 세수 확보에만 집착해 규제를 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터넷 와인 판매 금지 논란의 본질적인 문제는 판매 허용 여부 그 자체보다는 세금 징수기관인 국세청이 여전히 주류산업을 독점 관리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류산업은 술 개발부터 가격 책정까지 국세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또한 주류산업을 세금이 잘 걷히는 ‘조세 산업’으로 인식하다 보니 산업 육성보다는 규제가 판을 친다.
그 결과가 주류 시장 독과점과 종류도 몇 안되고 맛도 밍밍한 맥주, 그 맛이 그 맛인 희석식 소주를 마셔야하는 소비자다. 주정업체, 병마개 회사, 주류협회 요직을 퇴직 국세청 공무원이 차지하는 것도 국세청 주류 권력의 쓰디쓴 뒷면이다. 언제까지 주류산업을 국세청에만 맡겨둬야 할까.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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