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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태 좋은 삼성물산·대림산업 주목

재무상태 좋은 삼성물산·대림산업 주목

대우·GS건설은 전망 엇갈려 … 부실털기와 신규 수주 능력 등으로 옥석 가려야
대우건설은 3년 연속 2만 세대 이상 분양 물량을 확보했다. 사진은 대우건설이 지난해 완공한 청라 푸르지오.



부동산시장 회복의 훈풍을 타고 최근 건설업종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부실을 털어내고 국내외 신규 공사를 따낸 건설사는 20~30%씩 주가가 뛰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2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하자 건설업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전세 가격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매매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내민 추가 규제 완화 카드에 환영 일색이다. 순풍 불자 돛을 단 격이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방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중소형 건설사보다는 수도권 내 재건축 수주 잔고가 많은 대형 건설사의 수혜가 예상된다.

연초부터 대규모 해외 공사를 연이어 수주한 것도 호재다. 2월 중순 국내 건설사들이 참여한 3개 컨소시엄이 쿠웨이트에서 12조원 규모의 클린퓨얼 프로젝트 공사를 수주했다. 쿠웨이트 정유공장 두 곳의 원유생산량을 늘리고, 고품질 정유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다. GS건설과 SK건설이 5조17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공사를 따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영국 페트로팍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4조321억원 규모의 패키지2 공사를 수주했다.

대우건설과 현대중공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패키지3 공사를 따냈다.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한 조인트 벤처 역시 6조4400억원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했다. 무엇보다 국내 업체가 손을 잡고 공동 진출을 노린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그동안은 국내 업체끼리 출혈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공사를 따내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미착공 PF 많은 종목 피해야안팎으로 분위기는 좋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그래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악재를 제대로 털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중동 저가 수주 현장에서 저수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들 현장의 마무리 공사가 2014년 상반기까지 진행돼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주요 건설사 24곳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5조 2290억원이다. 개별 회사별로는 포스코건설(4087억원), 롯데건설(3700억원), 삼성물산(3000억원), 한화건설(2800억원) 등의 순서로 물량이 많다.

손대상 전 SK증권 온라인 트레이딩센터장은 “대형주의 경우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은행 차입금, 보유 현금 등으로 회사채를 어떻게든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중소형주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기업이 많아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GS건설은 최근 52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파르나스호텔 자산 매각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리스크는 여전하다. 동양건설은 자본 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원에 회생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다.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가 불가피하다. 쌍용건설과 벽산건설도 예정됐던 자금조달 계획이 무산되면서 상장 폐지위기에 놓여있다.

따라서 경기 상승 가능성에 따른 ‘묻지마 투자’보다는 세밀한 종목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기업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눈 여겨봐야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건설사가 PF 관련 손실금이 쌓여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착공 PF를 선제로 처리할 수 있는 건설주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산업은 미착공 PF가 없으며 총 PF 규모 역시 대형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재무상태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4분기 삼성물산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1% 증가해 7조7000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95.6%나 급감해 18억원에 그쳤다. 이는 ‘빅배스(Big Bath) 효과’ 때문이었다. ‘깨끗이 목욕을 해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인데 기업들이 회계상 누적됐던 손실이나 잠재적 부실요소를 반영해 부담을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위험요소들을 상당히 털어 냈기 때문에 올 1~2 분기 실적은 기저효과로 인해 더욱 돋보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 누적된 손실 처리가 이뤄진 대림산업 역시 올해부터 수익성 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자체 유화사업, 우량 연결법인 및 자회사 등 대림산업의 기본적 어닝 파워도 있기 때문에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일반 PF 위주로 3년 연속 2만 세대 이상의 분양 물량을 확보한 대우건설도 긍정적이다.

전체 분양의 약 28%를 자체사업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여지가 크다는 평이다. 반대로 현대산업은 기존 강점인 자체 사업 외에 PF와 재건축 물량을 확대했다. 덕분에 자체 사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분양시기 지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GS건설은 전망이 엇갈린다. 강승민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2000억원 정도의 현금 유입이 예상되는데 미착공 PF를 인수하고, 악화한 현금 흐름을 개선해 유동성 리스크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착공 공사를 재개해도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시행사에 대한 채무보증 역시 리스크라는 지적도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손익 부진은 장기화되고 업황은 개선되는 혼란스러운 때”라면서 “PF 부담이 낮아 주택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되 주당순자산가치(BPS)가 감액되지 않은 곳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PBR과 BPS는 둘 다 기업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는 지표다. 당장의 손익보다는 재무 상태에 초점을 둔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이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을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PF 관련 부담이 큰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정반대의 평가를 받았다. 손대상 전 센터장은 “건설주가 모두 포함된 건설주 상장지수펀드(ETF) 혹은 건설주 중심으로 구성된 펀드, 재건축 관련주에 관심을 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BPS(Book-value Per Share, 주당순자산가치): 주당순자산가치는 기업의 순자산을 발행 주식수로 나눈 것이다. ‘청산가치’ 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BPS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의 비중이 크고, 실제 투자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PBR(Price Book-value Ratio, 주가순자산배율):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비율로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다. 즉 주가가 순자산(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PBR이 낮으면 낮을수록 기업의 자산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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