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the NEW RAIL BOOM IN KOREA - 지역 경제 ‘기적’ 울리는 KTX

the NEW RAIL BOOM IN KOREA - 지역 경제 ‘기적’ 울리는 KTX

과거 기차역이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추억의 공간이었다면 KTX 역은 지역 경제의 미래를 결정 짓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KTX 오송역이다. 농촌 지역 오송을 첨단 비즈니스 도시로 바꿨다.
농촌 지역 오송을 ‘비즈니스 도시’ 오송으로 변하게 한 KTX 오송역 전경.



평일인데도 오송역은 번잡했다. 오송역에서 내린 이들은 대부분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이나 노트북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건 모습이다. 역에 KTX가 멈출 때마다 정장 차림을 한 이들이 쏟아져 나와 역 출입구로 향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이들은 세종시로 향하는 간선급행버스(BRT) 정류소로 향하기도 하고,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정부부처로 발길을 옮긴다. 오송을 대표하는 바이오 산업단지인 오송생명과학단지로 가는 이들은 서둘러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오송역 관제실에서 KTX를 타고 내리는 승객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박정호(58) 오송역장은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한다. “KTX 역이 지역의 모습을 바꾼다는 것을 승객을 보면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KTX 오송역이 오송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박 역장이 자신있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충북 청원군 오송읍’, KTX 오송역의 현재 주소다. KTX 오송역이 들어서기 전 주소는 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였다. KTX 역이 들어선 후 ‘리’에서 ‘읍’으로 승격한 것이다. ‘리’와 ‘읍’이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오송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도 적었다.

오송에 기차역이 처음 생긴 때는 1921년, 일제 강점기 때 충북선이 개통하면서다. 역은 생겼지만, 승객 이용률은 극히 적었다고 한다. 해방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오송에 산업단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산물로 유명한 지역도 아니기에 찾아오는 이가 드물었던 것. 1983년 2월, 오송역 이용객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여객취급이 금지됐다. 쉽게 말해 오송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으로 변했다.

2010년 11월 KTX 오송역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상전벽해처럼 변했다. “오송역이 생긴 후 오송 지역이 바이오 산업단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개통 1년 만에 하루 2000여 명의 승객이 오송역을 이용했고, 올해는 하루 이용객이 7000여 명으로 늘어났다”고 역장은 자랑했다.

KTX 오송역 주변 부동산 가격도 뛰었다. 역 주변으로 롯데캐슬 등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와 상가빌딩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역세권 개발 붐이 만든 풍경이다. 박 역장은 “부동산 불황으로 개발은 멈췄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역이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는 농촌 지역 오송이 ‘비즈니스 도시’ 오송으로 바뀐 것이다.

KTX 오송역을 중심으로 오송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섰고, 이와 관련된 정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본부 등 6개 기관이 입주한 보건의료행정타운까지 건설됐다. KTX 오송역은 평일에는 사람으로 붐비지만, 주말은 오히려 한산하다. 주말에는 정부 부처 공무원이나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쉬기 때문에 오송을 찾는 비즈니스맨이 없어서다.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떠오른 오송생명과학단지에는 CJ제일제당, LG생명과학 등 국내 유수의 바이오기업 60개사가 입주했다. 2013년 12월 현재 34개 업체가 가동 중이고 2015년이면 모든 입주업체가 생산시설을 가동한다. 오송생명과학단지는 관계부처인 식품의

약품안전처·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국립보건연구원 등이 보건의료행정타운에 자리 잡으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KTX 오송역은 오송생명과학단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5월 열렸던 ‘2013 오송 화장품·뷰티 세계박람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5월 3일부터 26일까지 총 24일간 열렸던 박람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118만 명의 관광객이 밀려왔다. 5월 10일에는 9723명의 승객이 KTX 오송역을 이용했다. 이 숫자는 KTX 오송역 개통 이후 최고 승·하차 인원으로 기록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충북지사 관계자는 “올해는 오송 국제바이오엑스포를 열 계획”이라며 “오송역이 생긴 덕분에 서울·경기에 집중됐던 바이오산업 기업이 오송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KTX 역의 경제적 효과 곳곳에서 확인오송생명과학단지에 들어서면 부지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 넓은 단지에 입주 기업들은 기업 특색에 맞게 개성 있는 공장과 연구소를 건설하고 있다. 2013년 매출액 300억원을 기록한 중견 제약회사인 넥스팜코리아도 제 2의 도약을 위해 이곳에 자리 잡았다. 충북 진천에 있는 1공장에 이어 오송생명과학단지에 건설한 제 2공장을 발판 삼아 올해 4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게 목표다.

넥스팜코리아가 오송에 제 2공장을 지은 것도 KTX 역 때문이다. 넥스팜코리아 김구연 부사장은 “거래처에 갈 때나, 거래처에서 이곳을 올 때 KTX 역이 가까우니까 비즈니스 하기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학교, 연구소, 정부부처가 이곳에 모여 있어 제약업계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습니다. 진천 공장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오송역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KTX 개통 10주년을 맞이해 경부고속철도를 중심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오송역이 생긴 후 청원군에 자리 잡은 사업체 및 직원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06년 대비 2012년 사업체수는 35.5% 증가했고, 직원 수는 42%나 늘었다. 천안아산역이 있는 천안시와 아산시도 오송시와 같은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천안시의 경우 2006년 대비 2012년 사업체 수가 15.3%나 증가했고, 직원 수도 23.5% 증가했다. 아산시는 사업체수가 2006년 대비 2012년 38.9% 증가했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2006년 대비 사업체수 증가율 전국 평균은 11.7%, 종사자수 증가율 평균 수치는 20.3%다. 전국 평균과 대비하면 오송, 천안, 아산의 경제상황은 크게 성장했다.

KTX 역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입증되자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섰다. KTX 정차역이 있는 동대구역, 울산역, 광주송정역 등을 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한 것이다. 지자체도 바빠졌다. 지난 2월 24일 착공식을 연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는 3만6000㎡ 부지에 지하 7층, 지상 9층 규모를 자랑한다. 대구시는 이를 통해 1만5000명의 고용 창출과 생산유발 3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개통 3년을 맞이한 울산역은 KTX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개통 2년 6개월 만에 연인원 1000만 명을 돌파한 것. 이용객 수로 경부선 역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다. 울산은 KTX 울산역을 제 2도심 개발 촉매제로 활용할 계획이다. 광주도 마음이 급하다.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충북 오송-광주 송정)이 내년에 개통하기 때문이다. 광주는 이를 대비해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2017년까지 총사업비 23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과거 기차역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추억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KTX 역은 지역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제 첨병 구실을 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철도본부 이재훈 본부장은 “지역의 인구와 산업, 관광, 생활양식 등의 변화를 통해 지역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6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7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8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9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실시간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